[표지이야기]특조위 활동, 순항할 수 있을까

예산·인력 문제로 정부와 오랜 줄다리기… 활동 연장안 국회 통과 못하면 7월 종료

“청문회는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책임만을 묻기 위한 자리가 아니고, 국가의 책임을 온전히 묻기 위한 자리입니다.”

지난 3월 28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월호 2차 청문회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의 모두 진술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청문회 역시 국회에서 열리지 못했다. 국회가 장소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2차 청문회는 미디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넘어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일 선내 대기 방송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씨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참사의 책임과 진상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청문회였음에도 특조위원들의 얼굴은 완전히 밝지 못했다. 특조위 활동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조위 활동 연장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되지 못하면 올 7월 활동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3월 28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입법 당시부터 활동기간 짧아 논란
특조위는 2014년 11월 통과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법)에 의해 탄생했다. 유족들과 야당은 민간 전문가에게 별정직 공무원 지위를 부여해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특조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조사권’만을 부여하는 형태로 통과됐다. 세월호 진상규명법 제7조에는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짧은 기간은 입법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세월호진상규명법은 2015년 1월 1일 시행됐다. 특조위원은 총 17명. 여당 추천 5명, 야당 추천 5명, 유가족 추천 3명, 대법원 추천 2명, 대한변협 추천 2명으로 구성됐다. 이석태 위원장 등 상임위원 5명은 3월 5일에야 임명장을 받았다.

2015년 3월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진상규명법의 시행령을 발표했다. 특조위 기획조정실장과 조사1과장 등 핵심 직책을 정부 파견 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조사 대상인 정부가 조사 주체로 참여해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었다. 특조위 인력도 당초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했다. ‘시행령’으로 ‘상위법’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석태 위원장과 권영빈 소위원장이 정부 시행령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했다. 정부는 기획조정실의 명칭을 ‘행정조정실’로 바꾸는 등의 손질을 거쳐 5월 시행령을 공포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특별법 공포일(2015년 1월 1일)이 특조위 활동 개시일”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수용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조위 활동 기한이 5개월이나 지나가게 된 셈이었다. 6월 국회는 여여 합의로 특조위 활동기한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조위의 본격적 활동이 시작됐다. 정부의 공무원 파견을 거부하며 별정직 공무원 등 31명을 선발했지만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핵심 부서인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 파견을 거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특조위는 7월 더 이상 활동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공무원 파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7월 27일에야 모든 직원이 임명장을 받고 출근했다. 2월에 신청했던 예산은 8월에 배당됐다. 당초 요구한 예산의 44%가 대폭 삭감됐다.

예산과 인력 구성을 두고 특조위가 정부와 줄다리기하는 동안 여당 추천 특조위원은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여당 추천으로 임명된 조대환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언론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특조위원들에게는 메일을 보내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며 특조위 해체를 주장했다.

특조위의 위기는 11월 다시 찾아왔다. 조대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임명된 이헌 부위원장과 고영주, 석동현, 차기환, 황전원 등 여당 특조위원들은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조위가 정치적 놀음에만 골몰하는 일탈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원 총사퇴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9월 유가족들의 요청을 받은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조사’에 관한 항목을 조사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여당 특조위원들의 회견 당일 ‘(특조위가) BH(청와대) 조사 시 여당 위원 사퇴’ 지침을 담은 해수부 문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가 특조위 사업과 운영에 대해 일부 위원 등을 통해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점이 드러나 있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당 특조위원들은 해수부와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 회의 참석 거부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특조위의 첫 활동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시민단체인 서울 중구 YWCA 건물에서 첫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했다. 특조위는 앞서 두 차례 국회에 장소 제공을 요청했으나 국회 사무처는 국회가 주관하는 국제회의 같은 공식행사 등에만 회의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규를 들어 특조위 요청을 거부했다.

특조위원들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34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두고 참사 초기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대부분 핵심 증인들은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세월호에서 학생 20여명을 구한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씨는 청문회를 지켜보다 참지 못하고 자해를 했다. 특조위원 중 여당 추천 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2명은 4·13 총선에 나가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사퇴했고, 고영주·차기환 위원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조사에 반발해 지금까지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차 청문회는 좀 더 내실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해진 해운의 개입을 증언한 세월호 직원들은 유가족들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다.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센터와 제주VTS센터가 참사 초기 교신 기록에 의도적으로 잡음을 넣는 등 기록을 편집·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밝힌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조위는 일부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조위는 지난해 9월 14일 진상규명조사 신청 접수를 시작해 지난 3월 11일 마감했다. 6개월 동안 세월호 특조위에 접수된 조사신청 건수는 총 239건이고, 그 중 11건이 취소됐다. 특조위는 3월 12일까지 조사 개시가 결정된 사항이 176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조사를 마쳐야 한다.

현재 진도 앞바다에서는 상하이셀비지의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7월 이후에야 배가 물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월호 특조위가 6월 말로 활동이 종료되면 세월호를 직접 조사할 수 없게 된다. 활동을 마치면 ‘종합보고서’를 내도록 돼 있는데, 참사의 핵심인 선체에 대한 분석 없는 보고서는 ‘반쪽짜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조위는 선체 인양 후 조사에 필요한 예산 48억원도 신청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상하이셀비지는 유가족·특조위의 인양조사 참관을 거부했으나 해수부가 중재에 나선 상태다.

이석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2차 청문회를 마치고 “아직 밝혀야 할 진실이 많이 남아 있다. 특조위에 필요한 예산과 활동기간 확보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국민들의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대변인은 “특검은 (특조위에 조사권만 부여하는 대신) 여야와 가족들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한 사안”이라며 5월까지 한 번 남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특검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세월호 3년차에도 진상규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진실이 바닷속에 묻혀 버릴지, 기로에 섰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n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