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파업에 나섰다.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직장폐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용역들이 불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노조원들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방관했다. 7월 27일 새벽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이 조합원 150여명을 급습해 부상자들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 SJM 공장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횡행하는 일반적인 노동탄압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에 없이 파장이 거세다. 국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8월 2일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어 이 사건을 조사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현재 여당 의원 7명, 야당 의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가 사상 처음으로 용역업체 폭력문제를 공식 논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 SJM 공장에서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이 경찰장비와 유사한 방패, 헬멧, 곤봉 등으로 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 금속노조 제공
거센 파장에는 이유가 있다. 노동계는 동원된 용역의 규모 측면에서 이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7월 27일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이 들어간 곳은 SJM만이 아니다. 이날 컨택터스는 전국에서 1300여명의 용역을 집결시켜 300여명을 SJM에, 1000여명은 발레오만도에 투입했다. 문용민 금속노조 충남지부 사무국장은 “노조 활동을 10년 넘게 했지만 용역들은 많아야 200∼300명이었다. 1000명이 넘는 건 본 적이 없다. 이건 경찰이나 군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동원된 용역 규모 1300여명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청문회까지 거론되는 것은 폭력의 강도 때문만이 아니라 컨택터스라는 기업의 모호한 정체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진상조사 기구의 일차적 목적도 “도대체 어떤 업체인지”(은수미 의원,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 밝히는 것이다. 컨택터스는 이번 폭력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용역폭력과 관련해 언론에 오른 적이 없다. 컨택터스는 지난해 유성기업 파업 때도 용역들을 투입했지만, 당시에는 불법폭력으로 결국 허가취소된 용역업체 CJ시큐리티가 여론의 표적이 됐다.
컨택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한다고 홍보해 왔다. 2008년부터 아프간 공관 경호사업에 진출했으며 무장 해상경호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에는 언론배포용 보도자료를 만들어 “많은 국가들이 치안장비로 사용하는 모델(장비)”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장비의 면면을 보면 과장이 아니다. 투명방패, 투명헬멧, 물대포차량, 군견, 채증용 무인헬기까지 망라한다. 이 회사의 선전처럼 사실상 민간군사기업(PMC)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컨택터스는 민간군사기업일까. 아니면 폭력으로 노조를 부수고 돈을 버는 조폭 수준의 경비용역업체에 불과한 것일까.
컨택터스는 2008년 9월에 설립됐다. 자본금은 2억원, 주식의 총수는 16만주(1주당 5000원)다. 2011년 1월에는 경기도에 같은 이름의 법인을 하나 더 세웠다. 법인등기상 서울 법인(대표이사 박종태) 사무실 소재지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의 3층이다. 그러나 지난 2일 찾은 이 건물 3층은 문이 잠겨 있었다. 상호도 붙어 있지 않았다. 4층도 마찬가지였다.
국가 공권력 수준의 장비 보유 선전
경기도 법인(대표이사 정미현)은 양평군에 있다. 등기부상으로 이 건물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컨택터스 경기법인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지금 사무실에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SJM 폭력사태에 개입한 것은 서울 법인이 아니라 경기 법인이라고 말했다.(인터뷰 참조)
주목할 만한 점은 서진호 전 대표이사의 행적이다. 컨택터스 서울 법인은 2008년 설립 후 지금까지 4명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경기 법인은 2011년 설립 후 1년 반 사이에만 4명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서진호 전 대표는 2009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등기부상으로는 역대 대표이사들 중 한 명일 뿐이지만, 2010년도 이 회사 기업정보에 따르면 ‘동사 지분 100%를 소유’한 ‘경영실권자’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지목한 상신브레이크, 발레오공조코리아, 한국쓰리엠, 유성기업, KEC 등에서의 용역 투입도 모두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발생했다.
컨택터스 2010년도 기업정보를 보면, 서 전 대표는 1998년 12월부터 경비경호사업을 한 것으로 돼 있다. 법인등기부상 나이(1979년생)와 기업정보의 이력이 정확하다면, 이미 만 열아홉살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된다. 서 전 대표는 2002년 경호업체 한국팀경호를 설립했다. 한국팀경호는 2006년 디텍티브 레인저스로 이름을 바꿨고, 다시 디텍티브씨티플랜을 거쳐 2008년에 컨택터스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팀경호와 디텍티브를 운영하던 시절 그는 언론에 ’사설탐정’ ’기업보안 전문가’로 등장했다. 사설탐정의 일은 대략 이렇다. 위조제품을 제조하는 공장을 찾아 원제품 생산회사의 변호사에게 위조품 생산공장의 위치를 통보하거나 공금횡령 후 도주한 회사 직원의 소재를 파악해 해당 회사 변호사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사업무를 하는 ‘민간조사원’(PI)으로 표현돼 있지만, 일종의 ‘흥신소’ 업무인 셈이다. 그는 2007년 한 언론 기사에서는 ‘불법도감청 탐지 전문업체 대표’로 소개됐다. 비슷한 시기 또다른 언론의 홍보성 기사에서는 ‘기업 대상 기업정보 보안업무와 산업스파이 방지, 사생활 보호의 첨병을 자임하는 전문기업 대표’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경비경호 업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인데, 서 대표는 2006년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는 경호업체 대표로 출연했다. 2009년에는 해외명품을 직수입해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기도 했다. 이런 행적을 종합해보면, 그는 2007년 무렵까지 사설탐정, 경호 등의 일을 하다가 컨택터스를 설립한 2008년부터 경비용역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후 급성장했다. 2008년 매출액 6억7200만원이던 회사는 2009년에는 매출액이 15억69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때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0년 매출액은 19억9600만원이다.
법인등기부상 사업목적 172개 달해
법인등기부상 컨택터스의 사업목적이 무려 172개에 달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신변보호, 시설경비, 호송경비, 경비용역 등 경비용역에 들어가는 업무 이외에 상하수도 공사업, 영상·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 및 배급업, 철근콘크리트 공사 및 도장사업, 관광숙박업, 공원 및 유원지 운영, 건축설계, 분묘분양 및 장례서비스업까지 망라하고 있다.
7월 27일 회사 밖으로 쫓겨난 경기도 안산시 SJM 노조원들(왼쪽)이 회사 정문에서 컨택터스 소속 용역들과 대치하고 있다.
2008년 경비용역 사업을 시작한 서진호 전 대표는 불과 2년 만인 2010년 국가 공권력 수준의 장비(물대포차, 군견, 무인헬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런 장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컨택터스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는 한국경비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보유비용도 만만치 않고 일이 없으면 놀려야 한다. 큰 사건(노사분쟁)이 난다 하더라도 자기 업체에 용역일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구입비용, 주차비용, 유지비용 등을 어떻게 충당하는지 궁금하다. 영업전략상 없어도 있다고 과장했을 수도 있다.”
물대포차량만 해도 대당 가격이 2억원이 넘는 고가장비다. 자본금 규모 2억원에 상시근무자가 5명선인 회사가 이런 장비를 보유할 수 있을까. 이 관계자는 “경비용역업체들이 경비용역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업을 하기 때문에 자본금 규모는 허상”이라며 “파업에 용역을 투입하는 업체들은 평소에는 직원이 없다가 일이 생기면 직원들을 모아서 들어가기 때문에 상시근무자 수만으로 규모가 크다 작다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대기업 계열사 정도는 돼야 보유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그 정도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자산에 포함돼 있을 텐데,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한다는 컨택터스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현재로서는 컨택터스가 아프간 현지에서 찍었다고 밝힌 사진이나 자사의 홍보문구 이외에 명확한 증거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군사기업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민간군사기업 해치글로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프간 경호는 자체 인력으로 한 게 아니라 브로커 노릇만 한 것 같다.
해상경호 서비스의 경우, 내가 오랫동안 선사들과 일했지만 선사들로부터 컨택터스라는 기업과 일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경호경비업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호경비업체들이 민간군사기업 영역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그러나 무장이나 인력 네트워킹 등의 문제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민간군사기업을 지향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민간군사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다른 민간군사기업 관계자는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용깡(용역깡패)에 불과한 업체가 민간군사업체 같은 표현을 쓴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정미현 컨택터스 경기법인 대표는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대포차는 2010년 들여와 곧바로 폐기했고, 군견은 잠시 임대해 지난해에 하루 이틀 썼을 뿐이며, 이명박 대통령을 경호했다거나 민간군사기업이라는 건 과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컨택터스 경기법인의 다른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정미현 대표는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잘 모른다”고 반박했다.(인터뷰 참조)
컨택터스의 정체가 무엇이든, 컨택터스의 폭력행위는 명백한 사실이다. 문용민 금속노조 충남지부 사무국장은 “SJM과 만도에 한 번에 1300명이 넘는 용역을 투입하는 일이 자본금 2억원에 불과한 한 용역업체에 의해 수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이런 일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기는커녕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미현 대표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 경호·민간군사기업·물대포차 등과 관련해 과장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5월에 대표가 돼 사정을 잘 모르는 데다 겁을 먹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지금 아무도 출근을 못하고 있다. 전화도 내가 직접 받는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 경호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6년 서울시 하이서울페스티벌 때 7일 동안 행사 진행 및 경호업무를 진행했다.”
물대포차와 군견 및 다른 장비들도 다 갖고 있나
“그렇다.”
민간군사기업이라는데 과장 아닌가
“아니다. 이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다 사실이 아니다.”
30일 사임한 서울법인 문성호 전 회장은 ‘회사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 정권을 등에 업기 위해 새누리당에 당직을 가진 사람을 영입한 것인가.
“아니다. 본인이 먼저 회장직을 요청했다.”
문 전 회장이 왜 먼저 요청했나
“문 회장에게 물어봐라.”
회장이 왜 두 명이나 되나
“문 회장은 서울법인이고 나는 경기법인이다.”
법인이 서울에도 있고 경기에도 있다. SJM에 용역을 투입한 곳은 어디인가
“경기법인이다.”
지금 비난받고 있는 홈페이지 대문 글은 어디서 올린 것인가
“그것도 경기법인에서 올린 것이다.”
SJM에서 불법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노조원들이 몽둥이, 쇠파이프, 소화기, 알루미늄 부품 등을 준비해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공격했다. 우리도 많이 다쳤다. 한 명은 손가락이 절단될 지경이다.”
정권의 비호를 받았나
“하이서울페스티벌 경호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우리와 관계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