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글로벌 시장과 따로 가나?

코로나가 만든 글로벌 트렌드, 도심 하락 외곽 상승

코로나19로 미국과 일본, 홍콩 주요 도시의 도심 땅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상권이 붕괴된데다 주거도 사람이 많은 도심보다는 외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채’가 선호되면서 서울 도심 부동산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과 대체로 동조해 왔다. 팬데믹 과정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국가별·지역별로 비동조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 권호욱기자

해외 도심은 집값 ‘하락’ 기조

뉴욕타임스는 최근 “코로나19는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지금껏 보지 못한 타격을 입혔다”며 “시장이 단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소비자리서치회사인 밸류챔피언에 따르면 올 2분기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매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떨어졌다. 거래건수는 같은 기간 54.1%가 감소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30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크다. 부동산 매매 중위가격도 지난해보다 17% 떨어진 100만달러(12억원)로 10년 만에 가장 낮다. 맨해튼의 부동산가격이 폭락한 것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도심 인구가 대거 외곽지역으로 떠난데다 사무실과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공실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와 로비 등을 같이 쓰는 건물이 많은 것도 뉴욕 중심부의 부동산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공동시설보다는 단독시설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선행지표인 뉴욕의 6월 아파트 계약건수도 지난해 기간에 비해 76% 감소했다. 뉴욕 부동산 업계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도심이 봉쇄되면서 벌어진 일시적인 일로 확진자가 줄고 상황이 진정되면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 자산운용사인 브라운 해리스 스티븐슨사의 베스 프리드먼 사장은 “2분기 매출의 90% 이상이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가 뉴욕을 강타하기 전에 계약됐던 것”이라며 “팬데믹이 끝나기 전까지는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일본 주요 도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를 보면 4~7월 전국 주요 도시 100개 지역(지구) 중 38개 지역의 땅값이 하락했다. 1~4월 조사 때는 4개 지역이 하락했다. 땅값이 상승한 지역은 1곳에 불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땅값이 하락한 지역의 수가 상승한 지역의 수를 웃도는 것은 2012년 4~7월 조사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도시 번화가에서 땅값 하락이 두드러졌다. 일본 도쿄 긴자 중심가는 지난 조사에서 보합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0~3% 하락했다. 오사카는 조사대상 25곳 중 68%인 17곳에서 땅값이 하락했다. 올해 1~4월 조사에서 0~3% 가격이 올랐던 오사카 중심 상업지역도 이번 조사에서는 3~6% 가격이 내렸다. 나고야는 조사대상 9곳 모두 땅값이 하락했다.

홍콩보안법 사태까지 덮친 홍콩 도심은 집값 하락폭이 더 크다. 글로벌 부동산분석업체인 CBRE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홍콩의 중심가인 홍콩섬의 부동산가격은 2019년 10월 대비 58.8% 떨어져 10개월 만에 반값이 됐다. 또 다른 중심지인 가우룽도 37.9% 떨어졌다. 홍콩은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중심부 가격은 좀처럼 반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지난 7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도심지역 아파트·콘도 평당가격이 전달대비 7%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브렉시트까지 겹친 영국 런던도 콧대가 꺾였다. 영국 최대의 부동산 웹사이트 ‘라이트무브(Rightmove)’의 자료를 보면 런던은 지난 7월 자산가격이 2% 하락했다.

도심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 리얼캐티펄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2분기 일본의 상업부동산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축소됐다. 호주는 44%, 홍콩은 80%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만 1분기 23% 감소에서 2분기 95% 증가로 반전됐다.

도심 부동산 시장 약세는 ‘큰손’ 중국계 자본의 이탈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구세계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계 자본들이 대거 빠져나갔는데 특히 투자성이 높은 도심 부동산에서 자금 탈출이 많았다는 것이다.

도시 외곽은 집값 ‘강세’

도시 외곽은 코로나19에도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 많다. 주요국가들이 저금리에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부양책을 내걸면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안전한 도시 외곽으로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영국 부동산 거래 규모가 370억파운드로 2008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런던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기존 주택의 거래량이 6월에 비해 24.7%, 전년 동월 대비 8.7% 각각 급증했다. 7월 주택매매 중위가격도 연간 8.5% 상승했다. 뉴욕도 맨해튼 외곽인 브루클린, 퀸즈, 웨스트체스터는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서울의 ‘똘똘한 한채’에 매수세가 몰리는 한국과 다른 현상이다. 올해 들어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 가격 차이는 더 벌어졌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은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9억2787만원)이 경기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3억9354만원)보다 5억3433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인 2017년 3월 격차(2억8792만원)의 2배다.

주요국의 도시 외곽 선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몰리면서 일어난 일시적인 상승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회사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주택 수요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주장도 있다. 강덕주 밸류챔피언 대표는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로 바꿔 이미 많은 직원이 도시 외곽으로 이사를 나간 만큼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부동산도 장기적으로는 서울 도심보다는 경기도권 외곽이 강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