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13월의 월급’ 잘 받는 법

국세청, 미리보기 서비스 시작… 카드공제, 지출 ‘25%’ 넘어야

겨울바람이 불면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된다. 매년 정책 방향에 따라 세법이 바뀌고 용어도 어려워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추가 세금고지서’ 대신 ‘13월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려면 남은 기간 지출내역을 점검하고 달라진 세법에 맞춰 연말정산 환급액을 늘리는 전략을 짜야 한다.

서울 종로세무서 연말정산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국세청은 납세자들의 연말정산 준비를 돕기 위해 지난 10월 30일부터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말정산 금액을 미리 추정하고 공제 한도를 채우지 못한 항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각각 시뮬레이션한 후 카드사용액과 부양가족 인적공제 등을 누구에게 몰아줄지 논의가 필요하다. 미리 대비해 연말정산을 보너스로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직장인의 연말정산은 연봉이 아닌 소득에 대해 공제한다. 연봉은 월급의 합계이고, 소득은 상여금 등 연봉 이외의 수당이 모두 포함된 ‘총급여’를 뜻한다. 연말정산의 핵심인 카드사용에 따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직장인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카드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총급여의 25%를 넘게 써야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사용금액이 이미 25%를 초과했다면 체크카드나 현금을 쓰고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게 유리하다. 이렇게 공제되는 최대 금액은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을 합해 연간 300만원까지다.

6세 이하 자녀 세액공제 대상서 제외

다만 전통시장이나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100만원을 더 인정해준다. 공제율은 구매금액의 40%다. 신차 구입비, 공과금 및 관리비, 보험료, 등록금·수업료, 해외결제액 등은 카드로 결제해도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남은 기간 카드를 써도 25%를 넘지 못할 경우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해 할인 및 포인트 혜택을 받는 게 더 낫다. 반드시 실물 영수증을 제출해야 공제 가능한 항목도 있다. 난임시술, 렌즈나 안경은 시력교정용임을 확인해주는 영수증이 있으면 의료비로 공제받을 수 있다. 보청기와 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도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바뀐 세법도 알아야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도서·공연·미술관 지출비에 대해 카드사용 시 3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출산 1회당 200만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가 추가됐다. 50세 이상 장·노년층의 경우 개인연금상품의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월세액 공제기준도 완화됐다. 그간 월세액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대상은 국민주택 규모(85㎡, 25.7평) 이하의 세입자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기준이 완화돼 국민주택 규모보다 큰 집이어도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인 주택에서 월세를 내고 있다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계약증서의 주소지와 주민등록등본의 주소지가 동일해야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공제율도 10%에서 12%로 늘어난다. 직장인이 1주택 세대주일 경우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가 공제대상에 포함되고, 공제대상 주택의 기준시가 요건도 4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혜택 적용 대상은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으로 확대된다. 기부금의 30%를 공제하는 고액기부금 기준금액도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완화된다. 빠지는 것도 있다. 만 6세 이하 자녀 세액공제는 아동수당 도입에 따라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부양가족 인적공제다.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00만원) 이하인 배우자와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씩 과세대상 소득서 제외된다. 배우자 외 부양가족은 소득뿐 아니라 만 20세 이하 또는 만 60세 이상의 나이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다만 자녀와 배우자가 장애인인 경우엔 모두 공제가 가능하다.

부양가족 증명절차도 간소화됐다. 이전까지는 직장인과 부양가족의 주소가 다를 경우 신분증과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제출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모바일·인터넷 본인인증만으로 이 절차를 대체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소득공제 금융상품으로 절세

유의할 부분도 있다. 형제·자매가 부모 등 부양가족을 중복으로 등록·공제 신고하면 연말정산 후 ‘가산세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혼한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공제대상은 주택의 소유자와 차입금의 차입자가 동일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교육비 세액공제의 경우 사내근로복지기금·학교 등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또는 학자금으로 지급한 교육비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세법이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돼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공제 항목이 많아 ‘1인 가구’의 경우 기혼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경우에는 소득공제 금융상품인 주택청약저축과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에 가입해 절세하는 게 유리하다. 올해 이직한 사람은 종전 회사에서 연말정산을 했더라도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올해 받은 급여를 합산해 연말정산을 해야 한다. 중도 입·퇴사로 근로기간이 단절된 사람도 기부금과 연금계좌납입액, 개인연금저축, 투자조합 등의 출자액은 근무기간에 상관없이 공제 가능하다.

그동안 몰라서 또는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은 민감한 공제 항목이 있어 신고를 누락했다면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 경정청구는 연말정산 내용을 수정해 재청구하는 것으로 신청연도부터 5년 내 누락된 공제내역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한 세무사는 “남은 기간 금융상품 납입이나 소비를 통해 공제받을 수 있는 항목을 체크하고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며 “맞벌이 부부는 통상 카드공제는 급여가 적은 쪽에, 인적공제는 급여가 많은 쪽에 몰아주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경제부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