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포인트, 1원부터 현금화

약관 개정 모르는 소비자 많아… ATM기로 인출해 쓸 수도

#1 사업상 여러 장의 카드를 이용하는 ㄱ씨는 한동안 A카드를 주로 쓰느라 B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B카드사로부터 카드 포인트 유효기간 만료를 알리는 휴대폰 문자가 왔다. 해당 문자는 광고성 스팸문자로 분류돼 ㄱ씨가 보지 못했고, 뒤늦게 B카드에 적립된 30만 포인트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ㄱ씨는 “현금으로 바꾸면 적지 않은 돈인데,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전화로 직접 알리거나 공지 메일을 보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 최근 레스토랑에서 후배에게 밥을 사고 계산을 하던 ㄴ씨는 진땀을 뺐다. 체크카드에 연결된 은행 잔액이 부족해 7000원이 모자랐다. 카드 포인트를 확인하니 1만 포인트에 약간 못미치는 포인트가 적립돼 있었다. 1만 포인트가 넘지 않으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던 ㄴ씨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자 레스토랑 점원이 “지난해 제도가 바뀌어 1포인트부터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ㄴ씨는 적립된 포인트로 결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는 “1포인트부터 현금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올해 처음 알았다”며 “정부나 카드사의 홍보가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카드사에 적립된 포인트를 ‘1포인트’부터 ‘1원’ 단위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카드사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포인트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막상 소비자가 쓰려고 할 때는 일정 금액 이상 적립을 요구하거나 제휴사가 한정되는 등의 ‘제약’이 적지 않아 사라지는 포인트가 많아서다.

소비자가 안 쓴 포인트 매년 1000억

하지만 약관 개정 후에도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금액이 크게 늘지 않아 카드사 포인트 잔액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전업카드사 8개 포인트 잔액이 1조3228억원이었는데, 개정 후에도 월 평균 잔액이 1조3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6월엔 카드사 포인트 잔액이 1조3299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카드사 소멸 포인트도 2017년 1151억원에서 2018년 1024억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쓰지 않아 연간 사라지는 포인트가 1000억원을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 상반기에도 499억원의 포인트가 소멸했다.

카드 포인트는 신용·체크카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일정 비율로 적립되는 혜택이다. 사소한 부가서비스로 넘길 수도 있지만,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해 급전으로 쓰거나 재테크와 기부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포인트 사용 시 확인해야 할 것은 유효기간과 적용대상이다. 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은 통상 5년이다. 롯데카드만 유일하게 유효기간이 없다.

소비자들은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crefia.or.kr)와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 파인(fine.fss.or.kr)을 통해 모든 신용카드 포인트 내역을 한 번에 일괄조회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는 발급받은 카드사 콜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통상 무이자 할부나 등록금 등은 포인트 적립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포인트는 가능한 한 하나의 카드로 합치는 게 좋다. 신용카드 발급 시 가족카드를 함께 신청해 가족이 쓰는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도 있다. 같은 회사에서 2장 이상의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는 한 장의 카드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적립된 포인트는 결제대금으로 현금처럼 쓰거나,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ATM 출금을 선택한 후 1원부터 인출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캐시백’을 신청하면 연결된 은행계좌로 현금전환된 포인트가 입금된다.

기부로 연말정산 세제혜택도

소비와 저축을 넘어 재테크 종잣돈으로도 쓸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실시하는 ‘포인트리 골드전환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월 말 잔여 포인트를 1포인트당 1원으로 환산해 다음달 첫 영업일에 KB골드투자통장에 금으로 자동 입금된다. 금은 0.01g부터 거래 가능하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금액을 투자로 연결하는 이른바 ‘잔돈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 ‘포인트리 골드전환’ 같은 서비스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공헌을 하며 세제혜택을 받는 방법도 있다. 카드 포인트를 기부하면 연말정산 때 다른 기부처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포인트 기부’ 또는 ‘사회공헌’을 통해 기부단체를 선택하고 기부하면 된다. 카드사가 포인트를 차감하는 대신 기부단체에 돈을 입금해 준다. 해당 기부단체는 국세청에 관련 정보를 전달해 소비자가 별도로 기부 영수증을 챙길 필요가 없다. 세금 납부도 가능하다. 국세청의 ‘신용카드 포인트 국세 납부제도’를 이용하면 모든 국세를 카드 포인트로 낼 수 있다. 포인트를 세금 납부에 활용하려면 국세 신용카드 전용사이트인 ‘카드로 택스’에 접속해 회원 가입 후 결제하면 된다.

포인트 이용 시 조심해야 할 사항도 있다. 통상 가전제품 등을 살 때 업체에서 신용카드로 선결제한 금액을 추후 카드 포인트로 갚는 ‘신용카드 선포인트 결제’ 등을 권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제대금을 포인트로 갚는다는 생각에 공짜로 사는 것 같지만, 막상 포인트가 생각만큼 쌓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때는 소비자가 과소비를 하게 되거나, 현금으로 갚는 경우가 생겨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선택하면 포인트를 적립하면서 현금처럼 잘 활용할 수 있다”며 “포인트는 결제금액에 대한 보상인 만큼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권리행사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소멸 예정 포인트 및 현금 전환 안내 등의 약관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은성 경제부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