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O2O업계 ‘상생의 길’은

소규모 자영업자 보호냐, 벤처 창업 활성화냐 ‘문 정부의 딜레마’

이 둘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공생관계가 분명한데, 어찌 보면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이 공존할 수 있을 거 같다가도 막상 섞어놓으면 물과 기름인 양 겉돈다. 자영업자로 대표되는 소상공인업계와 O2O(Online to Offline)업계 간 갈등문제 이야기다.

O2O는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신종 서비스업이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 대표적으로 배달앱이나 숙박앱, 택시앱 등이 속한다. O2O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소비자와 연계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렇다보니 창업이 비교적 수월하고 큰 돈이 들지 않으며 진입장벽도 높지 않다. 벤처업계에서는 블루오션임이 분명하다.

O2O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과 공생하는 모델이다. 이때 오프라인이란 소상공인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소상공인도 O2O의 홍보효과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기회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소상공인이 O2O를 통해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옆에 있는 경쟁가게가 O2O로 큰 효과를 봤다면 상대적으로 내 가게는 수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O2O 업체들의 주요 수익모델이 회원들인 소상공인들의 광고비로 이뤄지다보니 O2O가 커질수록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양측 간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한 소상공인이 2013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골목상권 죽이기 정책 규탄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복되는 소상공인과 O2O 간 충돌

최근에도 소상공인업계와 O2O업계는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O2O업체들이 소상공인들에게 빨대를 꽂고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O2O 서비스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회 측은 대표적인 악덕업체로 국내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들었다. 배달의민족은 한 달에 한 번 지역·업종별 경매방식을 통해 최고가를 써낸 3개 업체를 배달앱 상단에 노출해주는 광고방식을 운영 중인데,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높은 광고가를 베팅하고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연합회 측의 주장이다.

연합회는 네이버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서도 “우아한형제들이 네이버 자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배달의민족은 즉각 반박했다. 배달의민족은 “연합회가 거론한 경매방식의 ‘입찰광고’는 이미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인 일반화된 광고방식”이라며 “입찰광고에 월 50만원 이상 광고비를 지출하는 소상공인업주 비율도 전체 광고주 5만명의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류진 배달의민족 이사는 “연합회가 극소수의 사례를 침소봉대해 사실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며 “올 8월 약 5만명의 광고주를 전수조사한 결과, 업주당 평균 월 13만원 정도의 광고비로 400만원 이상의 매출효과를 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광고비용 대비 매출 상승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이에 더해 연합회 최승재 회장의 개인 신상문제까지 거론해 양측 간 다툼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소상공인 업계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와 O2O업계의 상징적 존재인 김봉진 대표 간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김봉진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도 겸직하고 있어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도 꼽힌다. 올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도 벤처업계를 대표해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양측 간 문제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과 O2O업계 간 충돌은 수년째 계속돼 왔다. 카풀앱인 ‘풀러스’의 경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고, 카풀앱에 대한 운송사업자와 택시기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O2O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도 기존 대리운전기사들과 마찰을 빚어 왔고,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 생겨난 숙박앱을 놓고도 숙박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과 이익단체 등을 중심으로 과다한 광고비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중기벤처부,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소상공인과 O2O 간 갈등은 단지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기조에는 소상공인 보호와 벤처 활성화가 동시에 들어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라는 부처로 확대 신설했다. 소상공인도 보호하고 벤처도 활성화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과 O2O의 갈등은 그야말로 난제 중 하나다.

소상공인 문제의 경우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도 O2O와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소상공인업체 수는 306만개로 국내 기업의 86.4%를 차지했다. 특히 서민경제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고용부문에서는 605만명이 소상공인업체에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 취업자 대비 25%에 달했다. 취업자 4명 중 1명은 소상공인업체에서 생계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업체들의 수익은 경기침체와 임대료 상승 등으로 매년 악화되는 추세다. 연평균 77만개의 업체가 생겨나지만 65만개가 폐업하고 있고, 업체들의 ‘5년 생존율’도 30%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해 연간 7조원 이상 규모로 추산되는 O2O업계의 시장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O2O 서비스에 뛰어드는 벤처기업들도 늘면서 시장규모나 소상공인들과의 갈등문제가 동시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확대되는 O2O 시장과 대비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업체들 간 수익구조의 형평성 문제와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광고수수료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O2O 서비스의 시장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이상 소상공인업체들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동반성장중소기업연구원 이정섭 수석연구위원은 “O2O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구조를 해당 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공정하게 분배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O2O업체와 소상공인 간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개연성도 큰 만큼 업계 간 자발적인 상생이 될 수 있도록 장려하되 잘 안 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규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 김기호 실장은 “O2O 서비스로 인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상공인들에 대한 재교육이나 지원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O2O 서비스의 기본적인 수익구조도 단지 소상공인들로부터 수수료를 걷는 방식이 아닌 다각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나 벤처 진흥 모두 주요 경제정책이다 보니 어느 한쪽 손만 들어주기도 곤란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O2O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소상공인연합회와 배달의민족 간 갈등 역시 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화해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중기벤처부는 당장 소상공인과 O2O 문제에 개입하기보다는 갈등의 원인이 되는 불공정거래 문제 등에 집중해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벤처부 관계자는 “O2O와 소상공인업체 간 불공정 사례가 없는지 조사를 통해 파악할 방침”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양측 간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