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우표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역사책’이라고 명명한다. 우표를 통해 사회, 문화, 경제, 자연, 인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표가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의 거울인 셈이다. 실제로 우표 발행 일정만 보더라도 그해의 국가적 주요 사업이나 관심사, 의미 있는 행사 등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20회에 걸쳐 57종의 우표를 발행한다. 엽서는 3회 3종을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의 과학’ 세 번째 묶음,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두 번째 묶음, ‘DMZ의 자연’ 두 번째 묶음, ‘조선왕실의 인장’ 세 번째 묶음 등 시리즈 우표와 우표디자인 공모전(사랑, 행복), 우체국 문화주간(느리게 가는 우체통의 풍경), 연하우표 등 연례적인 것을 제외하면 2017년 정유년을 주제로 한 우표와 엽서는 16가지다. 이를 통해 올해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와 흥미가 있을 것이다.
올해의 우표에는 유난히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1월 25일 새해에 첫 발행되는 우표는 ‘한국을 빛낸 명장’이다. 줄음기법으로 한국 나전칠기의 대혁신을 이룬 나전장 김봉룡,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목공예의 진수를 보여준 소목장 천상원, 단청의 전통 복원에 힘쓴 단청장 이치호, 전남 곡성의 독특한 길쌈인 돌실나이를 지켜온 김정순 등이다. 이들의 생전 작업 모습을 디자인, 우리의 공예전통의 멋과 가치를 표현했다.
두 번째로 2월 10일 발행될 우표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얼굴이 등장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강풀, <신과 함께>의 주호민, <미생>의 윤태호, <마음의 소리>의 조석 등 웹툰 스토리텔러가 그들이다. 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만화의 주인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인들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스낵컬처 문화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4월에는 가족의 전 재산과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나라에 바친 우당 이회영 선생를 만날 수 있다. 우당 선생과 6형제가 회의를 하는 장면을 도안, 그의 탄신 150주년을 기념한다. 6월에도 현대 한국 인물(소설가·미정)을 우표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자연’과 연관된 우표가 자주 눈에 띄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15년 8월 태백산 국립공원이 지정됐다. 모두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 30주년을 맞는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3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립공원 3050 기념’ 우표를 발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부터 발행하고 있는 ‘DMZ의 자연’ 시리즈 두 번째 묶음도 6월에 나온다. 2월에는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산양을, 3월에는 ‘신비로운 우주 이야기’를, 10월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로’를 디자인한 우표가 선보일 예정이다.
스포츠 행사도 우표의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초특급 이벤트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를 홍보하는 우표도 발행된다.
7월 21일 발행하는 ‘제102차 세계에스페란토대회’ 기념엽서도 눈길을 끈다. 만국 공통어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축제인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을 기념한 우표다. 에스페란토어는 배우기 쉽고 민족 초월적인 언어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 범세계적인 인본주의 세상을 꿈꾼 루드비크 자멘호프(폴란드)가 19세기 말에 만든 인공어다. 오는 3월 <백범일지> 출간 70주년과 4월 제16회 식품 안전의 날을 기념하는 엽서도 발행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