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서비스 진화는 2017년에도 계속된다

음식 배달에서 쇼핑 숙박 카셰어링 등 생활 밀착형으로 확장 추세

직장인 황모씨는 모임이 많은 연말을 맞아 의상과 가방을 대여해주는 패션 O2O 서비스에 가입했다. O2O란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스마트폰 등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주문을 받아 오프라인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황씨가 가입한 서비스는 한 달에 8만원을 내면 해외 명품과 국내 패션 브랜드의 신상 아이템 4벌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템 선별부터 결제, 배송과 교환 등 모든 과정은 모바일로 이루어진다. 황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꼼꼼히 옷을 고를 수 있어 쇼핑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구매가 망설여지는 고가 브랜드 아이템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새로운 옷과 교환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SK플래닛이 지난 9월 시작한 ‘프로젝트 앤’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의 패션 아이템 중 사용자가 선택한 상품을 대여해주는 국내 최초 ‘패션 스트리밍 O2O 서비스’다.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을 경험하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거나 구매 전 꼼꼼히 점검해 보기를 원하는 실속파 이용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패션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패션 O2O 플랫폼에 ‘스트리밍’ 개념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패션을 옷장에 담아두는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음악이나 영화처럼 다운 받지 않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잠시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했다. 패스트 패션인 SPA 브랜드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짧은 기간 패션을 소비하는 개념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패션을 소유가 아닌 소비의 아이템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기존 O2O 플랫폼의 편리성 역시 최대한 활용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어디서든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골라 주문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옷과 교환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2016년 6월 스마트폰으로 대리운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O2O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 카카오 제공

‘거미줄’ 플랫폼 가진 편의점, 다음카카오 약진

2015년이 O2O 서비스의 성장 원년이었다면 2016년은 소비자의 스마트폰에서 출발해 집 앞까지 닿으려는 O2O 서비스의 진화가 본격화된 해다. 지난해까지 주로 음식과 식자재 등 배달서비스에 집중했다면 올해에는 쇼핑과 이사, 부동산·숙박, 금융, 세차, 세탁, 카셰어링 등 생활밀착형으로 확장되며 소비자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 신선식품 배달, 매장 방문 유사쇼핑 등 기존 서비스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며 세를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편의점과 다음카카오 등 ‘거미줄’ 유통망과 플랫폼을 등에 업은 업체의 급부상도 O2O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였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3만 점포 시대’를 맞은 편의점은 O2O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전국에 촘촘히 뻗어 있는 점포망으로 고객 접근성이 뛰어나고 매장 수가 많아 온라인과 결합 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편의점 점포수는 CU 1만764개, GS25 1만659개, 세븐일레븐 8538개, 미니스톱 2304개, 위드미 1704개다. 지난해 말 대비 15% 이상 많아진 숫자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 유통사들은 편의점과의 업무제휴를 환영하고 있다. 고객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은 O2O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한 해 온라인 오픈마켓과 편의점 간 결합이 속속 이루어졌다.

CU의 경우 지난 11월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SK플래닛과 O2O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11번가 고객은 CU 매장 내 ‘전자락커’를 활용한 배송상품 보관과 수령이 가능해진다. 양사는 CU 매장 내 ‘키오스크’를 통한 11번가 슈퍼마켓 상품 주문 서비스, 11번가 내 전용관에 CU 신상품 노출 등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CU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와 업계 최초 편의점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O2O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GS25는 G마켓, 옥션, G9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무인 안심 택배함 서비스인 ‘스마일박스’를 시행 중이다. 현재 37개 매장에서 시행 중이며, 이달 안에 50개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롯데 대표 온라인몰인 롯데닷컴·엘롯데와의 제휴를 통해 편의점 O2O 서비스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닷컴과 엘롯데에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고 ‘스마트픽 찾기’를 선택하면 고객의 위치와 가까운 세븐일레븐에 물건이 배달되는 방식이다. 현재 4300여개의 매장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기존 골목상권과의 상생이 과제

4000만 카카오톡 이용자와 이에 기반한 모바일 SNS 카카오스토리를 보유한 다음카카오는 운송 O2O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합병 시 가장 주력할 분야 중 하나로 O2O를 꼽았던 바 있는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서울버스 앱과 지하철 내비게이션 앱을 인수하고 스마트폰 내비 앱 김기사를 서비스 중인 록앤올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주요 교통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왔다. 카카오는 11월에 대리운전 O2O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2015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1년 만에 9700만회의 호출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O2O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다음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 헤어샵’과 ‘카카오 홈클린’을 제외한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파킹’(2017년 초 출시 예정) 등 모빌리티(이동수단) 영역에 집중해 확고한 운송 O2O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O2O의 진화는 2017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7년 주목해야 할 10대 ICT 이슈로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핀테크2.0 등과 함께 O2O를 꼽았다. 모바일의 확산과 함께 다양한 생활영역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이미 진출한 영역에서도 더욱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새해 ‘1인가구’와 ‘개인화’, ‘이용자 위치기반’에 초점을 맞춘 O2O 서비스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이미아 박사는 “O2O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O2O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것인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O2O 서비스는 생존을 위해 ‘편리’를 넘어 ‘필수’ 서비스가 되는 게 과제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이용자와 업계 종사자를 모두 납득시킬 만한 혁신도 필요하다. 사업영역이 동일한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도 안고 있다.

<노정연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dana_f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