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우정사업본부가 7일 내년도 ‘정유년 우체국연하카드’를 발행했다. ‘연하장의 계절’이 다가왔다. 송구영신의 때라는 얘기다. 젊은 시절 이맘때가 되면 ‘남은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난 1년간 나에게 의미있고 중요했던 일이 무엇인가? 또 거기서 내가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아픔이나 상처를 준 일은 없나?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이어가며 깊은 생각에 빠지고는 했다. 늘 다사다난했다. 또 가족과 회사 동료, 친지들에게 기쁨이 되기보다는 아픔이 된 일이 훨씬 많이 떠올랐다. 묵은해를 마무리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금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지난날은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과거가 부질없어 보인다. 오히려 실현 가능한 새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각오를 다진다. 그것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그런 다짐을 한 뒤 첫 이벤트는 연하장 쓰기였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한 해의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연하장에는 어쩌면 다가오는 한 해 내가 잘 사는지 지켜봐달라는 부탁의 메시지가 담겨 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유년인 2017년 새해를 맞아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연하카드와 엽서. / 우정사업본부
그렇게 한 데는 사연이 있다. 미대에 다니던 한 친구가 연말연시가 되면 관제엽서에 그린 그림을 보내주곤 했다. 아마 새해의 인사를 담은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림도 잘 그렸지만 그 정성에 감동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의 흉내를 내서 가까운 어른들에게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곤 했다. 아마 그때부터 연하장을 보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연하장 보내는 일을 그만뒀다.
지금이야 만들어 보내는 연하장은 추억의 산물이다. 아니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연하장 자체가 고사 위기에 있다. 올해 예상되는 연하장(시중의 연하장 포함)은 600만장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연하장이 가장 많이 팔린 2004년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이메일, 카카오톡, 메신저 등 연하장의 대체재들이 널려 있는 탓이다. 어떤 형식의 새해 인사든 그 의미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연하장 한 통 보내지 않고 보낸 지난 한 해는 허전하다. 책상에 수북이 연하장이 쌓여 있던 때가 그립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연하카드 발행 소식이 반갑다. 50대 필자만의 생각일까.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2017년 우체국연하카드’는 모두 총 9종(카드 8종, 엽서 1종)이다. 연하카드 고급형(3종)은 1300원, 일반형(5종)은 1000원, 연하엽서(1종)는 400원이다. 연하카드는 정유년 닭띠인 새해를 맞아 적막한 새벽의 공기를 가르고 울려퍼지는 닭의 우는 모습을 담아 즐거움과 희망을 기원하고 있다. 희망과 빛의 도래를 상징화한 것이다.
연하카드·연하엽서는 전국 우체국과 인터넷(www.epost.go.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봉투에 우표가 인쇄되어 있어 별도로 우표를 구매해 붙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서 연하카드 판매뿐만 아니라 내용문까지 인쇄해 발송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해 기존보다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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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