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태극기 형상화한 독립운동가 우표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저물어가고 있다. 6월은 근대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의 달력에 그 역사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4일 최익현 의병봉기(1906년), 7일 봉오동 전투(1920년), 10일 6·10만세운동(1926년)…. 광복 이후의 역사도 아픔의 날들로 가득하다. 6·25전쟁(1950년), 6·10민주화운동(1987년), 제1차 연평해전(15일, 1999년), 제2차 연평해전(29일, 2002년)으로 이어지는 피의 얼룩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다.

누가 말했던가. ‘역사는 기억의 투쟁’이라고. 그것은 역사 역시 망각하기 쉽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우리는 6월을 맞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버린 호국선열을 잊어서는 안 된다느니, 보훈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책임이니 하고 떠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가슴에 새기고 새겨야 할 희생의 가치가 머리, 아니 역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정사업본부가 6월 1일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우표를 발행한 게 생각난 것도 그 때문이다. 우표의 주인공은 여성독립운동가 남자현 열사(1872~1933)와 한글 근대화의 선구자인 주시경 선생(1876~1914)이다. 우표디자인은 호국영웅의 결의와 의지가 부각되도록 빛의 대비를 통해 인물의 모습을 강조했다. 뒷 배경은 독립기념관 추모의 자리 인근에 설치된 남자현 어록비와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 중인 ‘말모이’ 원고를 배치했다. 한편 이번 우표는 휘날리는 태극기 모습을 형상화한 스티커 형태로 발행된다.

우정사업본부가 6월 1일 호국의 달을 맞아 ‘독립운동가’ 기념우표 2종을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남자현 열사는 지난해 개봉됐던 ‘암살’이라는 영화의 여주인공 안옥윤의 실제인물이다. 그가 독립투쟁에 나선 것은 의병활동을 하던 그의 남편 김영주가 일본군의 총에 죽음을 맞으면서다. 그때 그의 나이 47세다. 그는 무장항일단체가 결성한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에 가입해 독립운동과 여성 계몽에 앞장섰다. 그는 독립군에게는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로, 일본군에게는 ‘여비장(女飛將)’, 즉 ‘날아다니는 여자 장군’으로 불렸다. 그의 활약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1923년 총독으로 부임하는 사이토 마코로를 서울역에서 암살하려고 서울로 잠입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청산리전투의 승리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주벌의 호랑이’, 김동삼 선생 구출작전에도 참여했다. 일본의 만주침략 실상 파악을 위해 파견된 국제연맹 조사단에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자라 혈서와 함께 보내 조선독립을 호소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3년 주만주국 일본 전권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하얼빈에서 사살하려다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옥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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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곧 한민족의 혼’으로 여긴 주시경 선생은 오늘날의 한글 모습이 있게 한 인물이다. 근대 국어학에서 국어 음운 연구와 국어 문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한국어문법>(1898년)이 그의 최고 업적이다. ‘한글’이라는 이름도 그가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재필 박사를 만나 1896년 4월 국문 전용 신문인 독립신문을 발행했다. 그 후 서재필의 국민 계몽운동을 도와 국문 띄어쓰기, 쉬운 국어 쓰기를 실천하며 근대 민족운동에 이바지했다. 또 국문동식회를 조직해 한글 연구와 보급의 초석을 마련했으며 <우리말큰사전>의 토대가 된 ‘말모이’를 편찬했다. 그리고 학생용 교재인 대한국어문법과 초등 국어 교과서 국문초학 등 한글 저서 출간과 보급활동으로 국민 계몽에도 힘썼다. 뿐만 아니라 협성회와 독립협회 등에 참여해 국권 회복운동에 앞장섰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