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전통문화 담은 한·프랑스 수교 기념우표

6월 4일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30주년을 맞는 날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기념한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수교 기념우표는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발행한 이후 이번이 18번째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 수교 우표에 등장하는 나라는 볼리비아, 독일, 인도네시아, 슬로바키아, 베트남, 인도, 태국, 필리핀, 브라질,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포르투갈, 호주, 멕시코, 콜롬비아, 온두라스 등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와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나라들이다.

수교 기념우표는 해당국과 협업을 통해 발행된다. 두 나라 간의 우의 증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공동우표 발행은 양국이 외교 통로를 통해서 제안하거나 의사를 타진하고 우표발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보통 우정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디자인 등을 결정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 국가 차원의 의지와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두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사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발행된 기념우표는 디자인 단계부터 발행까지 한국과 프랑스 우정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이번에 발행한 우표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와 ‘피핀의 성물함’이 결정됐다.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고려 12세기, 국보 95호)는 상감청자의 일종이며, 고려청자로는 드물게 음각·양각·투각·상감·첩화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한 향로이다. 섬세한 장식이 많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피핀의 성물함은 카롤링거 왕조 피핀 1세(797∼838)의 유물함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금 세공품 중 하나이자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5개의 중세유럽 금 세공품이다. 우정사업본부 박진상 우편정책과장은 “우표 배경에는 상대국 문화재의 색상을 적용하여 수교와 친선의 의미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교 기념우표 공동발행이 부쩍 늘어났다. 2013년에는 페루, 슬로바키아, 독일, 인도네시아 등 4종이 발행됐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두 차례씩 꾸준히 발행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로부터 공동발행 제안이 많이 오고 우리의 제안이 많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이번에 발행한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우표도 그런 흐름을 투영한다. 프랑스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수교국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6월 4일 수교 13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2015~2016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행사가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1년 6개월 동안 370여 분야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 열리는 수교행사로는 최장 기간, 최다 분야,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번 행사 역시 양국에서 시간 차를 두고 열리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 18일 개막했다. ‘프랑스 내의 한국문화’ 개막행사에서는 종묘제례악 공연이 열렸다. 개막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파리 에펠탑에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수놓은 빛의 향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조명쇼의 모티브는 태극기였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프랑스 협력 창작 무용공연 ‘시간의 나이’를 시작으로 ‘한국 내 프랑스의 해’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21세기를 맞이하는 양국의 새로운 미래협력 비전을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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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한·프랑스 리더십 포럼’에서 “인간과 문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자유와 문화의 힘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통문화의 향기와 정신문화의 가치를 겸비한 두 나라가 긴밀한 협력과 우정을 기반으로 해 미래 비전의 꽃을 활짝 피우길 기대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