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 그래서 소록도(小鹿島)라는 이름이 불여졌다.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1㎞ 거리에 위치한 이 섬은 그 이름처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종의 ‘유배의 섬’이었다. 유배는 꼭 100년 전에 시작됐다. 일본 총독부가 한센병 환자들에게 ‘문둥병자’라는 낙인을 찍어 70여명의 환자를 이곳으로 강제이주시킨 것이다. 명목은 치료였다. 소록도 자혜병원도 그해에 개원했다. 1940년에는 환자가 6100명으로 늘어난다. 소록도 자혜병원은 나중에 국립나병원(소록도 갱생원·1960년)에서 다시 국립소록도병원(1982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센병은 일종의 감염병이다.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치료약이 없었다. 유전병으로 오해했다. 감염 정도가 심하면 살이 문드러진다. 발가락이 떨어져나간다. 코 연골도 변형이 된다. ‘흉측한 몰골’로 변하는 것보다 살이 떨어져나가도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 상실감에 더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일제는 그들에게 가혹한 강제노역을 시켰다. 인권유린을 밥 먹듯이 했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감금실에 가두기 일쑤였다. 병이 치료되어 자혜의원을 벗어나는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설사 퇴원하는 경우에도 남성은 강제로 단종수술을 받아야 했다. 임신한 여자도 낙태수술을 받아야 했다. 가족의 공동생활은 물론 부부가 한 방에서 생활할 수조차 없었다. 자혜병원이 만들어진 지 20년 만인 1936년 남성의 정관수술을 전제로 부부 동거가 허락됐다. 소록도에 수용된 25세의 젊은이, 이동이 단종수술을 받은 뒤 쓴 ‘단종대’라는 시가 남아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7일 발행한 국립 소록도병원 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한 이후부터 강제노역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노동의 현장은 바로 1937년에 세워진 ‘벽돌공장’이다. 소록도에 있는 500여개 건물은 모두 부역에 동원된 한센인들이 문드러진 손발로 만든 것들이다. 여기에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감시실, 시체 해부가 이뤄지는 검시실, 한센병 환자들이 죽으면 화장하는 납골당인 만령당도 포함된다.
수호 마사키 원장(4대) 시절 소록도 탈출을 시도하는 환자가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는 탈출하는 한센인을 신속하게 잡기 위해서 4㎞의 길을 냈다. 죽어가는 한센병 환자들을 동원해 불과 20일 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한센병 환자 중엔 이 길가에 자라는 소나무에서 목을 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이 섬을 떠나고 싶어했던 것이다. 수호 원장도 1942년에 결국 피살됐다. 현재는 이 길이 ‘힐링의 길’로 불린다.
광복 이후에도 소록도 한센인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한센병을 ‘천형’으로 여겼던 것이다. 1962년에는 오마도 간척공사에 동원됐다. 1974년에야 한센병 환자와 접촉을 막았던 환자촌(병사마을)의 철조망은 철거됐다. 1980년대 중반에서야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이곳에는 4월 현재 주민 539명이 살고 있으며, 양성환자는 단 9명뿐이다. 이곳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났다. 국내 최고의 힐링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센인들이 온갖 고통과 설움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뒤로한 채 희망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발행한 기념우표(2종)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우표 발행으로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시각을 걷어내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건강한 삶과 나눔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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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