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파이스토리 : 악당상어 소탕작전 - 해양생태계의 환경친화적 이용

<파이스토리 : 악당상어 소탕작전>(2013)은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 드림웍스, 픽사, 지브리 스튜디오 등 헐리우드와 아니메의 거인들이 장악한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박태동 감독과 마크 A.Z. 디페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2006년 <파이스토리>가 1부고 이번이 2부다. 기획단계부터 머리를 맞대어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년 전 <파이스토리>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당을 나온 암탉> <소중한 날의 꿈> <돼지의 왕> 등은 지난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악당상어 ‘트로이’가 평화로운 산호마을을 공격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이번에도 영웅 ‘파이’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트로이는 상어 ‘로니’를 산호마을에 잠입시킨다. 로니는 스파이다. 파이가 산호마을 물고기들을 모아 트로이에 대항하려 할 때 무장해제를 시킬 꾀를 낸다. 자주국방이 힘드니 외세(인간)를 불러 들여 마을을 지키자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준비보다는 아쿠아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영화 속 경제]파이스토리 : 악당상어 소탕작전 - 해양생태계의 환경친화적 이용

<파이스토리 : 악당상어 소탕작전>의 매력은 잘 고증된 바닷속이다. 마을을 감싸는 형형색색의 산호, 물고기들의 미세한 움직, 바닷속으로 내리쬐는 태양광이 사실감있게 그려진다.

악당상어 트로이는 전작보다 훨씬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다. 전작에서 사람들에게 붙잡혀 철장신세를 지던 트로이에게 사람들이 실험약물 주사를 맞힌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욕구가 생태계를 망치는 경고를 담았다는 것이 제작자의 설명이다. 해저에는 해양쓰레기가 곳곳에 보인다. 눈이 세 개인 물고기도 나온다.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바다는 경제적 가치가 크다. 양식과 잡는어업, 원양어업 등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수산업이 기본이다. 해양광물, 해양에너지 등 자원개발은 최근 떠오르는 영역이다. 스쿠버다이빙, 낚시, 요트 등 해양레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를 부활한 것도 이런 조류를 담고 있다.

해양과 관련된 경제를 ‘블루이코노미’(Blue Economy)라고 한다. 해양수산학자들이 내린 정의다.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양의 자원 잠재력을 환경친화적으로 사용하는 해양경제’로 규정한다. 수산업뿐 아니라 해수자원, 해양에너지자원, 해양자원개발까지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동해와 남해, 서해에서 석유시추를 하고 있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작업인 만큼 블루이코노미로 볼 수 있다. 블루이코노미는 지구자원이용이 육지에서 바다로 바뀐다는 점에서 패러다임 쉬프트(전환)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얘기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 흔히 보는 해상국가 개념도 블루이코노미 시대의 새로운 모습이다. 2012년 여수박람회는 ‘블루이코노미’를 지향했던 행사였다. 산호마을 물고기들이 준비하는 아쿠아쇼도 블루이코노미다.

블루이코노미에는 또다른 개념도 있다. 생태순환적인 경제다. 그린이코노미(녹색경제)에 지속가능성을 더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 최대 환경기업인 에코버(ECOVER) 설립자인 군터 파울리가 자신의 저서 <블루이코노미>에서 제안했다.

영화 속 경제

예컨대 옥수수에서 자동차용 알콜을 뽑아내는 것은 그린이코노미다. 하지만 옥수수를 더많이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베어낸다면 되레 환경을 파괴시킬 수 있다. 또 국제곡물가격을 끌어올려 가난한 국가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블루이코노미는 자연 순환시스템을 그대로 살린다. 폐수처리장에 부레옥잠을 넣어 폐수를 정화하고 이때 생긴 가스로 지역주민들이 취사와 난방에 사용하도록 한다. 폐수분해과정에서 파리가 생기면 파리가 상자 안에 구더기를 낳도록 하고, 이 구더기를 물고기 먹이로 줘 지역주민들의 식량으로 제공한다. 논에 벌레와 피를 없애기 위해 친환경 농약을 뿌리면 그린이코노미다. 여기에 오리를 넣어 기른다면 블루이코노미라는 얘기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