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SNS를 잡는 자, 대권을 잡으리라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전쟁 가열… 잘하면 바람, 잘못하면 역풍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열성 지지자들 간의 경쟁 역시 뜨겁다. 어느 후보 진영이든 지지자들의 팬덤이 뜨겁게 달아올라 지지층을 규합하고, 그 여세를 표심 확장으로 이어가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이 과열될수록 경쟁후보는 적이 되고, 상처를 입히는 만큼 지지후보에게도 상처가 더해진다. 지지자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바람을 일으킬 수도, 역풍을 부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각 후보의 입에서 상대 후보를 향한 공격 발언이 나온다. 건전한 비판일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서는 전후 사정을 잘라낸 억지 비방일 수도 있다. 발언은 방송 전파를 타고, 네트워크를 흘러 지지자들에게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안희정 후보가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개 게시판·커뮤니티 주도권 경쟁

자신의 지지후보가 공격을 당하면 즉각 반격이 뒤따라야 한다. 해당되는 비판 발언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근거를 대며 반박한다. 이어서 공격을 가한 경쟁후보에게 역으로 비판을 가하는 내용을 덧붙인다. 이를 본 상대후보 지지자는 다시 반격에 나선다. 발언 한마디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정치인 팬덤 간의 싸움으로 번져가는 나비효과의 한 단면이다.

시대에 따라 미디어의 형태도 변하면서 공격과 방어는 보다 은밀하고 보다 신속하게 이뤄진다.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후보의 발언·인터뷰 기사나 후보들 간의 설전에 관한 게시글 주소를 공유한다. 보다 넓은 범위의 회원들에게 개방된 팬카페보다는 규모가 작고 안면을 튼 경우도 많아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다. 실시간으로 해당 글의 주소를 찾은 지지자들이 하나둘씩 댓글을 남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가 알려질 여지도 있고,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집단 안에서만 소통이 편중될 공산도 크다. 이번 대선에서는 소규모 SNS 모임을 통해 엮인 지지자들이 보다 공개된 뉴스 게시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여론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대세가 됐다.

정당 지지도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선주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에서는 오프라인만큼이나 온라인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선에서 이기면 본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여기서 밀리면 언제 다음을 기약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지자들도 절박함이 강하다.

“그(지지자들) 가운데 인터넷 문화 때문에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그런 분들이 있겠죠.” 3월 24일의 TV토론에서 안희정 후보로부터 국민 분열의 책임이 있다고 받은 비판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위의 대답은 각 후보 진영의 여론·SNS 대응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대답이기도 하다. 지지자들이 팬덤을 이뤄 자발적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일부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네거티브’ 선전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 후보 캠프에서 인터넷·SNS 여론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캠프에서 봤을 때도 심하다 싶은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상대 후보를 루머만 믿고 인신공격하면 그 반대급부가 바로 우리 후보한테 미치기 때문에 한 번씩 팬클럽 분들을 만날 때마다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열성파들에 대한 단속 쉽지않아

각 후보별로 지지자들이 모인 팬클럽 입장에서도 내부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지하는 대선주자와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특히 야권 주자들 팬클럽 운영진에게는 철칙처럼 됐다. 지지자들의 모임이 당선 이후 이득을 노리고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수록 지지후보에게는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된 말로 ‘빠(열성 지지자)가 까(반대세력)를 만든다’는 경험칙도 있다. 과거 ‘노사모’와 ‘나는 꼼수다’ 등의 팬덤에서 일부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행동이 그들을 바라보는 유동적 유권자들의 반감을 산 예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후보(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 중에도 성향에 따라 다른 후보 공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우리쪽은 아무래도 1위다 보니까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방어하려고 나선다는 것이 ‘문빠’라고 비방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한 팬클럽 운영진의 말이다. 문 후보 지지자를 비하하는 말인 ‘문빠’의 활동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가 당내 경쟁주자였던 김부겸 의원에게 쏟아진 ‘문자폭탄’이었다. 지난 1월 김 의원은 “당 싱크탱크가 펴낸 개헌보고서가 편향적”이라고 문 후보 측을 비판한 뒤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2000통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팬클럽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문팬·문사모·젠틀재인·노란우체통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문팬’은 과거 노사모에 있던 지지자들이 이동한 ‘문사모’를 비롯해 각기 다른 시기에 결성돼 활동하던 ‘젠틀재인’과 ‘문풍지대’, ‘노란우체통’ 등이 하나의 팬클럽으로 통합하며 출범했다. 그러나 내부적 갈등으로 다시 문사모·젠틀재인·노란우체통 등 과거의 이름을 쓰는 팬클럽들이 분화해 나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20대부터 40대까지의 남성 이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엠엘비파크·뽐뿌·루리웹·오늘의유머·딴지일보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문 후보 측 지지자들의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들의 목소리가 게시판을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시기만 해도 이재명 후보 지지층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졌다.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공동전선이 펼쳐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후보가 강도 높은 청산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지지층을 넓혀감에 따라 야권 후보 지지층 간의 충돌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탄핵이 가시화되고 탄핵 이후 치러지게 될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후보의 팬클럽인 ‘손가락혁명군’(손가혁)과 다른 후보 팬클럽 간의 의견 대립도 점차 잦아지기 시작했다. 손가혁과 가장 자주 부딪친 쪽은 문 후보 지지층, 그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란우체통’ 팬클럽이었다. 손가혁 역시 과거 노사모에서 활동했던 지지자들이 많이 참여한 팬클럽으로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를 전후해 ‘이재명과 연대’, ‘이재명과 10만대군’ 등의 변신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과거의 동지들이 시간이 흘러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맞서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이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22일 대선후보 전국 동시 현장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져, 손가혁은 SNS 연락망은 물론 탄핵 촛불집회 등 오프라인에서 만난 인맥 등으로 엮인 내부 조직망을 활용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팬클럽으로 유명하다. 손가혁의 공식 회원 수는 6000여명으로 팬카페를 운영하는 문 후보 측 팬클럽의 회원 수인 4만여명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지만 팬카페에 올라오는 게시글 수로 따지면 오히려 문 후보 측을 넘어설 정도로 활동량이 많다.

문제는 이들의 활동 역시 과열되다 보니 역효과를 낳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 경선 현장투표의 개표 결과도 한 후보 팬클럽 회원들이 경선 참관인들로 참여한 곳들을 중심으로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해당 팬클럽 관계자는 “일부 참관인이 절차상 금지된 사진촬영 등을 했을 수는 있지만 그 문제는 다른 후보 측 참관인들도 똑같이 저지른 문제이고,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행동은 없었다”며 “현재는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서 네거티브 대결이 되고 있는데 지지자들까지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와 상대후보를 비판하는 활동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 지지층이 많은 인원수로 인터넷·SNS 여론을 주도하고, 여기에 이 후보 측 손가혁이 적극적인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면, 다른 주자들의 팬클럽은 대선국면이 가까워오면서 유입되는 지지자들을 바탕으로 세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 온라인 여론전에서는 밀리는 양상이다. 안희정 후보의 팬클럽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아나요)는 2007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안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수감돼 출소할 때도 안 후보를 지지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열성 지지층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안 후보와의 유대감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팬덤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지자들이 인터넷 여론전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고 있지만 안 후보는 최근 ‘네거티브’ 공방과 SNS 발언을 둘러싸고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이다. 민주당 경선 초반 ‘대연정’과 ‘선의 발언’이 이슈가 될 때도 안 후보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각 후보들은 상대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선이 TV토론을 거치며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3월 21일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주변에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멀리하라”고 말하자, 안 후보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대응하는 등 ‘네거티브’는 그 자체로 가장 첨예한 주제가 됐다.

안 후보는 다음날인 22일 새벽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는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문 후보를 향한 공격에는 이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상대의 지적을 무조건 네거티브로만 모는 것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것”이라며 “네거티브 하지 말라는 말을 타 후보를 향해서 했어야 하나. 먼저 자신의 캠프와 지지자들에게 더 강하게 요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과열 지적에 팬덤 정치 순기능도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들 간의 네거티브 대결이 격화되면서 지지자들이 모여 온라인 여론전을 벌이는 것이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팬덤 정치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 지지자들이 앞장서서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알리면서 유권자 전반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해 있고, 특히 국정농단과 부패 때문에 대통령을 탄핵한 상황 때문에 정치 무관심이 더욱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성적 지지자들의 지지와 참여가 건전한 정책 경쟁을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데도 열성적 지지자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각 후보 캠프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후보가 3월 5일 “후원계좌를 연 지 이틀 만에 약 7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고, 이재명 후보도 “지난 3일 정치 후원금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하면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점이 일반시민들의 소액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후보들에 지지자들까지 동원된 온라인 여론전이 뜨거운 반면, 다른 당에서는 지지층의 활동이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그 중에서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팬클럽이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 후보의 대표 팬클럽은 ‘안철수와 함께하는 변화와 희망(안변희)’과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안사모)’ 등이 연대한 ‘국민희망’이다. 과거 2002년 18대 대선 전 활동했던 대표적인 팬클럽인 ‘우리 안철수’가 안 후보의 당시 대선 행보와는 무관한 팬클럽으로 남겠다고 나서는 등 안 후보는 지지율에 비해 지지층을 대표하는 팬클럽이 눈에 띄지 않는 공백기를 거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안변희’와 ‘안사모’에 더해 ‘안팬’, ‘안전모’ 등이 결성되어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민희망’이라는 이름의 연합체를 구성했다.

한편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국민의당이나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서는 아직 민주당과 같은 과열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온라인 여론전에서도 뒤처지는 양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손학규·박주선 후보가 연대론과 개헌론에 관한 입장차 때문에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네거티브 대결 양상이 나타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당장은 후보들 간의 본격적 내전은 없지만 ‘대세론’을 달리는 당 바깥의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는 비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홍준표 후보가 보수진영에서는 선두 자리를 가져감에 따라 홍 후보를 향한 한국당 기타 후보의 공세도 서서히 포문을 열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후발주자인 남경필 후보가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앞선 유승민 후보를 몰아붙이는 양상이다. 남 지사는 전날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경제전문가가 아닌 경제분석 전문가”라고 직격했고, 유 후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인데 요즘 좀 까칠해졌다.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