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 민주당 ‘노잼 경선’이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이 되레 경선 동력 빼앗을 수도… 이재명 박원순 등 각자 행보 '분주'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권을 가장 앞서 준비하고 있는 정당이다. 인적 청산을 두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 핵심세력 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새누리당이나 본격적인 창당 일정에 돌입한 신당 바른정당은 아직 당내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의 경쟁구도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뽑는 국민의당은 이번 당권 경쟁이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당의 독자후보를 우선할지, 당 바깥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할지를 결정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주자들의 윤곽이 일찌감치 그려져 있는 민주당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민주당도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다. 전체 예비 대선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있지만, 오히려 문 전 대표가 무난히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고 보는 ‘대세론’이 민주당 경선의 동력을 빼앗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수록 흥행이 되고 유권자의 관심도 쏠리게 마련인데,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관된 대세론이 이어지는 것은 김이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대선주자 5인이 2016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정국 논의를 위한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당내 후보 간 치열한 대결 펼쳐야 유권자 주목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야권의 가장 대표적인 차기 주자로 떠오른 문 전 대표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근거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되게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귀국 이후 반 전 총장을 향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에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문 전 대표라는 점 때문에 결국 문 전 대표 역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내 입지를 다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두 주자 간의 양자대결 구도로 흘러갈수록 오히려 문 전 대표는 지지층을 확장할 기회 중 하나인 민주당 경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점은 민주당 내에서도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측이 경선 룰 등에서 다른 주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여지는 많아 보인다”며 “민주당으로서는 당 밖의 다른 정치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 맞서 경선을 통해 가장 정권교체에 적합한 후보를 뽑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의 ‘문재인 대세론’은 과거 ‘국민참여경선제’를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16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국민경선 도입 전 당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세’였던 이인제 의원은 당내 지지가 막강해 경선이 재미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판이 열리자 이 의원은 돌풍을 일으킨 노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선두주자였던 이 의원을 향해 비판의 각을 세우며 차별화 전략을 펼쳤고, 이 전략은 주효해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에 비해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세력의 대표주자임을 자임하는 문 전 대표는 당 안팎에서 선두의 자리를 점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노잼 경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대세론에 발목을 잡혀 입는 타격은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보다는 추격 중인 주자들에게 더 크다.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룰 작업에 들어가면서 다른 주자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판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계속되는 것을 막고 현재의 국면을 바꾸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과 정반대 분위기

그간 문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며 ‘얌전한’ 태도를 보이던 주자들은 본격적인 경선 룰 논의 시작을 기점으로 저마다의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직 경선 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주자들 간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다. 경선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판도 역전을 노리는 주자들은 더욱 민감하다.

민주당의 경선 룰을 정하는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에서는 기본적으로는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적용한 규칙을 바탕으로 여러 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틀을 세부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을 보였다. 2012년 당시에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 당원으로 가입했는지와 무관하게 1인 1표를 던질 수 있었다. 모바일과 인터넷, 현장투표를 모두 허용하고 특정 투표방식에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아 국민 누구든 후보 선출에 동등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도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1·2위 후보만을 두고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는 도입됐지만 문 전 대표의 총득표율이 50%를 넘어 결선투표가 시행되지는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주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정한 국민경선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국 촛불광장에 투표소를 설치해 모든 국민이, 당의 경계를 넘어 모든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의 ‘촛불 공동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 공동경선은 대선후보를 뽑기 위해 기존 경선방식 대신 광장에서 표출한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것이 취지다. 박 시장은 13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1대 1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경선 룰 조정 등에 관한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은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 논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당헌·당규위원회의 1·2차 회의에도 대리인을 불참시켰지만 3차 회의부터 경선규칙 관련 자료를 서면 제출했다.

박 시장이 제시한 방안 외에 국민경선 방식을 채택한다고 해도 세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남아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온라인·모바일 투표를 반영할지, 현장투표만 진행할지 여부다. 온라인·모바일 투표가 문 전 대표의 독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주자들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8월의 전당대회 결과를 볼 때 ‘온라인 당원’으로 가입한 당원들 가운데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의 비율이 압도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경선으로 진행하는 이상 100만명을 넘기는 단위의 투표를 온라인·모바일 투표 없이 진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사실상 가장 결정적인 쟁점은 결선투표제 도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현재 경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선의 시작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는 시점부터다.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헌재 결정 이후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결선투표까지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쪽과, 경선의 흥행과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선투표가 필요하다는 쪽이 맞서고 있다. 결선투표를 주장하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1차 투표에서 문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하더라도 2차 투표에서 다른 주자들을 지지한 표가 결집해 경선의 주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역전 노리는 주자들 경선규칙에 큰 관심

경선을 앞두고 각 주자들은 경선규칙 못지 않게 경선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방안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선이 강력한 대세 주자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하고, 자칫 자신들은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시장은 촛불 공동경선 시행을 요구한 것 외에도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차별화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박 시장은 “재벌개혁에 실패한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 심화된 불평등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신 “촛불민심과 연대할 촛불공동정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촛불민심과 연대할 ‘민주연합함대’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세론은 강해 보이지만 고립된 ‘나 홀로 함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에 이어 민주당 내 지지율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시장은 ‘대세론’에는 비판적이지만 문 전 대표와의 거리를 측정해 가며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문연대’ 제안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던 데다, 문 전 대표가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비판이 거셀수록 ‘18원 후원금’이나 ‘문자테러’ 같은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뒤따르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때문에 이 시장에게서는 강하고 원색적인 비판으로 주목받는 대신 대안적인 주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전략이 돋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를 향해 ‘성장이 정체된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는 대신 자신은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는 다른 유형의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시장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저는 성장하는 나무인데, 높지만 성장하지 않는 나무를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라며 “대세는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태평성대를 만들 수 있는 성군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며 치켜세우면서도, “용기와 결단, 돌파력, 야전성이 꼭 필요한” 지금과 같은 정국에선 ‘야전형 장수’인 자신이 더 적합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동안 문 전 대표에게 가장 우호적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차차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세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문 전 대표가 발표한 재벌개혁 공약과 개헌에 대한 미온적 태도 등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안 지사는 특히 ‘지방분권’과 ‘여야협치’를 자신의 주요 의제로 제시하면서 도지사로서의 이력을 대선국면에서도 이어간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지사는 9일 여권의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공약을 발표하며 “서울에 몰려 있는 권력과 부를 전국으로 흩어 놓아야 한다”면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지만 현실정치는 오로지 한쪽 날개로 날려고 한다. 기존 대선후보들도 우리의 주장을 공약으로 받아 달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차차기론’과 ‘문재인 페이스메이커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안 지사는 “초반에 죽어라 뛰어서 상대 후보를 지치게 만드는 게 페이스메이커다. 문 전 대표가 페이스메이커”라며 “저는 여유 있게 따라가다 마지막 결승점 앞에서 일등을 하겠다”고 말해 차기 대선에서 완주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밖에도 문 전 대표를 향해 “정당정치 중심의 사고가 부족하다”, “새로운 진보 가치를 속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이어간 것 역시 ‘친노’ 세력의 적자로 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선과정에서 존재감 드러낼 방안에도 심혈

그동안 당내 비문재인 진영의 한 축을 맡아 왔지만 ‘대세론’이 강한 당 내부에서 활동공간을 쉽게 넓히지 못했던 김부겸 의원은 야권 전체의 연립정부 구성을 자신만의 승부수로 내세우며 당 안팎의 지지세를 규합하려 애쓰고 있다. 김 의원은 “촛불 시민혁명이 제기하는 국가 대개혁의 과제는 어느 한 정당·정치세력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야권 공동개헌안을 바탕으로 야권 연립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시대적 요구를 받아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야권 세력과도 연대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개헌을 비롯해 차기 정부 구성 등 여러 면에서 문 전 대표와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공세를 취하되, 표현의 수위는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다른 대선주자들도 국정에 참여시키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보다 겸손하게 촛불민심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대안을 말해야 한다. 차기 정권을 잡은 듯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들릴 수 있다”며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물론 현재 민주당이 앞서 나가는 여론지형도 언제 뒤바뀔지 모르니 경선 역시 주자들 간에 공정한 승부가 펼쳐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영삼에서 박근혜까지... 역대 대선 승자들의 경선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각 당마다 경선에 나설 후보들끼리 대결의 장을 정비할 시간도 촉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대선에서 경선은 대선이라는 최종전의 후보를 뽑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치열한 정치적 승부가 오가는 경쟁이기도 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 단점을 민심을 업어 역전한 대통령도 있었고,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혀 청와대까지 순탄히 입성한 대통령도 있었지만, 경선 이후 당과 지지기반의 튼튼한 지지가 있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경선을 통과해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후 2년 후의 14대 대선을 앞두고 3당 출신 세력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가장 지분이 컸던 민정계도, 소수였던 민주계와 공화계도 이전까지의 선거와는 달리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뽑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7000여명의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경선 투표에서 대외적 인기만으로 김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두기는 힘겨운 상황이었다. 민정계와 공화계는 물밑에서 단일화에는 합의했으나 최종 단일후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사이, 박태준 전 최고위원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종찬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섰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전체 투표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66.3%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대선후보로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내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교체까지 성공했다. 이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를 은퇴했지만 1995년 복귀해 다시 유력한 대권후보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당 경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대철 전 의원 및 김상현 전 의원과 대결했다. 당시 비주류였던 이들은 최초로 국민들이 직접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국민경선제를 제안했지만 김 전 대통령 측 주류의 반대로 국민경선제가 도입되지는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77.5%의 득표율로 후보로 선출된 뒤 ‘DJP연대’를 통해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자민련과의 후보 단일화를 결정짓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도입된 국민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하위권 주자에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선 뒤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경선 전까지 1위를 고수하던 이인제 전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 의원과 한화갑 전 비서실장에 맞서 노 전 대통령은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1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어 광주를 넘어 호남 전역을 석권하고 영남에서까지 1위를 굳혔다. 60%가 넘는 지지율로 대선후보로 결정된 노 전 대통령의 돌풍은 대선 본 대결에서도 이어져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맞붙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은 치열한 결투였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선후보로 단시간에 도약한 이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보다 다소 앞선 모습을 보였지만, 박 대통령 역시 천막당사 시절 당을 위기에서 극복하는 데 활약하며 당원 지지도에서는 앞서 있어 만만치 않은 승부였다. 경선 룰은 당원과 국민의 비율을 1대 1로 맞추는 데까지는 합의했지만 시기와 선거인단 규모를 두고 이견이 거듭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당초 경선시기보다 2개월을 늦추고 선거인단도 20만명까지 늘리는 등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뒤 맞붙은 진검승부에서 이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0.33%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여론조사에서 8.8%포인트를 앞서며 박 대통령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박 대통령은 17대에서는 졌지만 18대 대선 새누리당 경선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주를 계속했다.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재오 전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에서도 국민경선이 도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시 열리기도 했으나 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손을 들며 경선은 17대 때와 같은 룰로 치러지게 됐다. 당원과 국민투표 모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80% 이상 득표한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나서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