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제3부지 어떻게 탄생했나

성산포대 성급한 결정으로 결함 하나둘 드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유력해진 롯데스카이힐 성주CC(성주골프장)는 맨 처음 어떻게 사드 부지로 떠오른 것일까.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최적지로 발표된 성산포대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성주 군민들 사이에 염속산과 까치산 같은 제3후보지가 거론됐다”면서 “이들 후보지마저도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 군민들 사이에 여러 장소가 거론되던 중 지역 지리와 사정에 밝은 한 촌로가 성주 골프장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첫 후보지로 지명한 성산포대 대신 제3후보지로는 당초 염속산과 까치산이 유력했다. 하지만 염속산과 까치산에 사드를 배치하려면 부지 조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한 촌로가 성주골프장을 지목했다고 한다. 성주골프장은 성주군의 맨 북쪽에 위치해 대다수 주민들 사이에서 성주읍내의 피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지 조성과 전기·도로 시설, 토지 수용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묘법으로 떠올랐다.

8월 21일 사드 배치 제3후보지로 급부상한 경북 성주골프장 인근 삼거리 이정표 아래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7㎞ 거리에 혁신도시 있어 김천서 반대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에서는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만큼 제3후보지 거론은 성주군청과 지역 유지 사이에 은밀하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3후보지론은 경상북도 도청에서도 솔솔 흘러나왔다. 정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찍었다. 박 대통령은 8월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초선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제3부지를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새누리당 의원들이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그냥 무턱대고 제3부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미 경북도나 성주군을 통해 제3부지에 대한 제안을 들은 후 사전에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주골프장이 이미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 염속산과 까치산 외에도 특정 장소가 더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곳이 나중에 성주골프장으로 밝혀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제3후보지를 언급한 후에도 국방부는 계속 성산포대를 고집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국방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방부는 뒤늦게 제3후보지에 대한 고려 가능성을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로서는 성주골프장이 어쩌면 성산포대보다 부지로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주골프장 부지 역시 사드 배치의 ‘폭탄 돌리기’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성주골프장 부지도 레이더가 향할 북쪽으로 김천시 농소면 마을이 있다. 또 7㎞ 거리에 김천혁신도시가 위치해 있다. 김천에서도 사드배치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14만 김천지역 주민의 결기를 앞세우는 배치 반대시위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철우 의원(새누리당)은 “아직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드 배치는 찬성하지만 배치 부지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만약 정부가 최적지를 찾는다면 사드 같은 무기는 비밀리에 최적지에 배치돼야 논란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 의원은 사드 배치 찬성이라는 신념을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사드 반대시위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다.

김천지역 출신의 한 인사는 “김천의 유지들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바닥 민심은 왜 성주에서 반대한 장소를 김천으로 끌고 왔는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결국 지역주민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에 속해있는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제3후보지로 가는 순간 국방부가 온갖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 사드 배치 논란은 성주지역뿐만 아니라 김천지역으로까지 번졌고, 어쩌면 앞으로 제4부지까지 거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성주골프장이 새로운 부지로 유력해짐에 따라 맨 처음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결정한 정부의 결정이 졸속이었음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성주지역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은 “성산포대는 최적지가 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사드 배치 최적지가 성산포대라고 성급하게 발표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산포대가 아니라 그냥 성주라고 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산포대는 레이더가 향하는 바로 북쪽 방향에 성주 성산동 고분군이 위치해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었다. 이완영 의원이 문화재청에 문의한 결과 사적 제86호인 성주 성산동 고분군은 성산포대와 불과 350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유구 및 유물의 부존 가능성을 검토하는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분군에는 모두 321기의 고분이 산재돼 있다.

성산포대 북쪽엔 박 대통령 선산 위치
문화재청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동 부대 해당 부지를 미국 측에 공여한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제출될 경우에는 ‘주한미군기지 시설 및 구역 내 대한민국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표조사 및 합동절차에 관한 합의권고’에 따라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 산하 문화재보호분과위원회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의절차에 따라 처리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돼 있다.

맨 처음 사드 배치의 최적지로 거명된 성산포대는 당초 성산봉수대가 있던 자리였다. 1967년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성산봉수대의 흔적도 사라졌다. 문화재청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2015년에 성산포대에 대한 지표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서는 “동 지역 해당 부지 일대는 2015년 군부대 문화재 조사 대상지역으로, 지표조사 결과 성산봉수와 성산성에 대한 기록이 전하나 이미 원 지형에 대한 형질변경이 이루어진 상태이며 부대 내 문화재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과거 성산포대에 군부대가 배치되면서 문화유적이 철저하게 훼손됐음을 말해준다. 여기에다 사드 배치 때 또 한 번의 대규모 유적 훼손이 우려됐다.

성산포대는 무엇보다 레이더가 향하는 북쪽에 성주읍이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만5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성주읍으로서는 바로 코앞에 보이는 산에 사드가 배치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성산포대가 부지로 발표된 후 성주를 방문해 보니 주민들이 무엇보다 반대하고 나선 것이 바로 눈앞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심리적인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성산포대의 북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산이 위치하고 있어 한때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8월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초선의원을 초청해 “성주에 선영과 집성촌이 있고 아끼는 곳”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초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발표할 당시까지만 해도 이곳에 박 대통령의 선산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3후보지인 성주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면 결국 박 대통령의 선산은 사드 부지의 남쪽에 위치하게 된다.

성산포대는 부지가 좁아 레이더와 6기의 미사일 발사대가 배치되기에는 협소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가 내놓은 사드 관련 자료에서 ‘사드 포대의 장비 배치 개념도’를 보면 레이더 앞 500m에 6기의 발사대가 배치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레이더와 발사대 간의 거리뿐만 아니라 발사대 사이의 거리도 일정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성산포대의 경우 6기의 발사대가 모두 설치될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국방부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으니 6기의 발사대를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하지만 만약 6기가 배치될 수 없다면 사드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