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적용대상 얼마나 될까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배우자 포함하면 400만명 추산

지역의 한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에게는 최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 예술분야를 다루는 재단이어서 민간기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자하고 매년 재정지원을 해주고 있는 공직 유관단체다. 때문에 김영란법 대상 기관에 속하게 된다. ㄱ씨는 “신문에서 김영란법이 화제이지만 ‘3-5-10 규정’도 아직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며 “재단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5-10’은 김영란법에 따라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 접대와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을 초과하는 경조사비(화환 포함)를 받아서는 안 되는 규정을 말한다.

한 정부 출자기관에 근무하는 ㄴ씨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ㄴ씨는 “9월 말부터 적용되는 만큼 동료들도 김영란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3-5-10 규정도 숙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재단 등 공직 유관단체 포함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의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배우자 역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적용대상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정부에서는 적용대상자를 400만명으로 보고 있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전체 적용대상 기관은 4만여개이고, 직접 대상자는 240만명”이라면서 “배우자의 경우는 개인마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추산해서 전체 대상을 400만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에서 파악하고 있는 대상자를 분류해 보면 흔히 우리가 공무원이라고 부르는 ‘순수’ 공무원의 숫자가 124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공직 유관단체의 임·직원이 36만명이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비롯한 전체 교직원 대상자는 60만명에 이른다. 언론사 종사자는 20만명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기 위해 후문 안내실 밖에 줄 서 있다. / 경향신문

김영란법에는 대상기관과 대상자가 명시돼 있다. 대상기관은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른 기관, 언론사, 학교법인이 있다. 공공기관에는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 기관과 국무총리 소속 기관을 포함)과 그 소속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기관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이다.

또 다른 대상 기관인 공직 유관단체는 ‘공직자윤리법’의 제3조의 2에 따른 단체를 말한다. 인사혁신처에서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공직 유관단체를 고시하고 있다. 6월 30일 인사혁신처에서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 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 2에 따라 2016년 7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는 재산등록 대상 공직 유관단체를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라며 단체명을 고시했다. 권익위의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에서 고시한 980여개의 재산등록 대상 공직 유관단체가 바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공직 유관단체”라고 설명했다.

6월 30일 고시된 공직 유관단체는 모두 982개이다. 여기에는 한국은행부터 시작해 공기업 30개,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144개, 정부 또는 지자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353개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정부 또는 지자체로부터 출자·출연을 받은 기관·단체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재출자·재출연한 금액이 자본금의 전액이 되는 기관·단체 27개, 업무위탁·대행 기관 19개, 임원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자체의 장이 선임·임명·위촉하거나 그 선임 등을 승인·동의·추천·제청하는 기관·단체 280개도 포함된다. 이들 기관에서 근무하는 일정 직급 이상의 임원은 재산등록을 해야 하고, 임·직원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 임·직원의 배우자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지역의 문화재단은 이런 공직 유관단체에 속한다. 이런 적용 대상 기관에는 00장애인체육회, 00기념재단, 00교통문화연수원, 000장학재단, 00여성가족재단 등처럼 이름만 보아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인지 모르는 단체가 많다. 때문에 자신들의 기관이 법 적용 대상 기관이고, 자신이 적용 대상자일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8월 중으로 권익위에서 대상 기관 안내를 시작해 대상 기관에 안내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중 적용 대상자에 안내문 발송
교직원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의 임직원이 해당된다. 권익위에서는 교직원을 모두 60만명(정확하게는 58만명)으로 보고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 18만명에다 공립학교 교직원 40만명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공직 유관단체에 포함되는 학교나 학교법인이 중복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일부 겹친 대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의 설명에는 다른 오류도 보인다. 사립학교 교직원만 해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낸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국·공·사립 교원 58만명 외에도 9만2000여명의 직원이 더 있다. 김영란법에는 교직원이 대상자가 되는 만큼 교원뿐만 아니라 직원을 포함한 67만여명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권익위에서 밝힌 적용 대상자 인원은 교원 숫자뿐이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한국사학법인연합회의 대리인인 김현성 변호사(법무법인 담소)는 “변론 내용에 설사 교육분야가 중요하게 생각되더라도 왜 사립학교 직원을 교원과 동일하게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직원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언론인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이 대상이 된다. 권익위는 이를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빼고 국회의원을 대상자로 넣자는 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사립학교 교직원의 인원을 22만5000명으로, 언론인을 9만여명으로 추산했다. 강 의원 측은 “22만5000명은 권익위에 문의했으며, 9만여명은 19대 국회에 정무위 심사과정에서 나온 숫자를 참조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 측 숫자에서 사립학교 교직원은 교원 18만명과 직원 3만7000명을 더한 숫자로 추산돼 정확하나, 언론인 숫자는 권익위의 대상 숫자와 한참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적용 대상자의 수치 혼선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교직원이나 언론 종사자 같은 경우 권익위에서 직접 파악한 것이 아니고 여러 자료를 참고한 추정치”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자가 몇 명이냐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대상이고 대상자가 자신이 대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