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박주영 ‘킬러 본색’

한국, 월드컵 6회 연속 진출… 꿈은 또 이루어진다

내년 6월이 오면 서울시청 광장을 비롯해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모인 남녀노소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됐다.

독일월드컵이 꼭 1년 남은 6월 9일 새벽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월드컵 본선무대 통산 7회 진출과, 6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밤잠을 설치며 TV앞에 모여 있던 고국 팬들에게 더없는 선물이었다. 한국팀은 ‘지옥의 원정 2연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힘겹게 비긴 후, 새로운 각오로 나선 쿠웨이트전에서 박주영, 이동국, 정경호, 박지성의 릴레이 골로 원정 징크스를 날려버리며 승점 10점을 확보, 남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경기에 상관없이 독일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에 0-2로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돼 남북 동반진출은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명품’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1994년 미국월드컵,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02년 한국-일본월드컵에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아시아 축구강호의 자존심을 지켰다. 월드컵 6회 연속 진출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9개국에 불과하다. 월드컵 최다 연속 진출국은 브라질로 1회 대회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17회 연속 출전했고, 독일이 13회로 그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11회, 아르헨티나 8회, 스페인 7회 순이다. 그리고 잉글랜드, 멕시코, 벨기에가 한국과 같이 6회 연속 진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 6회 연속 진출과 2002년 월드컵 4강이 운이 아니라 실력임을 세계무대에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을 본선 체제로 재정비, 독일에서의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나름대로 독일 본선 무대에서의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가장 커다란 수확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서 킬러로 확실히 자리잡은 박주영을 들 수 있다. 박주영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또 쿠웨이트전에서는 전반 19분 두명의 수비수 틈에서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냈고, 10분 뒤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내 4-0 대승을 이끌었다. 그의 장점은 수비수들과의 거친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한 간결한 슛 타이밍과, 슈팅 지점까지 볼을 끌고갈 수 있는 드리블 능력이다. 이러한 강점은 이전의 선배 골잡이들과는 확연히 비교우위에 있다. 또한 20살 천재의 성실함과 겸손함은 반짝했다 사라지는 ‘오만한 기대주’들과도 차별된다.

“이제는 박주영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하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박주영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한국팀의 가장 무서운 무기임에 틀림없다. 대표팀 발탁을 강력히 원했던 축구팬들의 시각은 정확했고, 본프레레는 박주영이 없었다면 감독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주영은 쿠웨이트전이 끝나자마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참가,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성과는 정경호의 발전이다. 원정 2연전을 치르면서 ‘확실한 조커’로 떠오른 정경호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0-1로 리드당하던 후반에 교체투입, 답답하던 공격의 활로를 뚫고 종료 직전 박주영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또 쿠웨이트전에서도 후반에 들어가자마자 세번째 골을 성공시켜 ‘편안한 시청’을 가능케 했다.

‘조커’로 자리잡은 정경호의 위력은 빠른 발을 이용해 사이드에서 골문 쪽으로 볼을 몰고 와 슈팅까지 마무리하는 해결사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것이다. 터치라인으로 몰고가다 크로스하는 일반적인 윙 포워드의 플레이가 잘 안될 때 교체투입, 공격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쿠웨이트전의 득점은 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얻은 골이라 할 수 있다.

‘안 줘도 되는 실점’ 줄여야

그리고 ‘월드스타’ 박지성을 빼놓을 수 없다. 어느새 한국팀의 기둥으로 우뚝 선 박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헤집고 다니며 득점찬스를 만들어낸다. 날렵한 버펄로처럼 볼을 가지고 돌진하면서 상대 진영을 허물어뜨리는 박지성은 올해 네덜란드 프로리그에서 소속팀 PSV아인트호벤을 우승으로 이끌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나가면서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특히 그는 세계 최고명문 구단 중 하나인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어 ‘한국축구의 명품’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가장 시급하고도 답답한 수비불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잦은 실수로 팬들의 비난에 자신감을 잃다보니 상대가 잘해서 당하는 ‘어쩔 수 없는 실점’보다는 우리가 못해서 당하는 ‘잃지 않았어도 될 실점’이 더 많다. 맏형 유상철도 아직까지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하고 난조에 빠져 있어 불안을 가중시킨다. 축구가 ‘이름’만 갖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수비진은 2002년 월드컵 때의 홍명보·김태영·최진철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신뢰감이 떨어진다. 남은 기간에 가용멤버를 최대한 활용, 수비조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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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감독도 독일월드컵까지 남은 1년 동안 한국 축구팬들이 가지고 있는 감독에 대한 불신감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카리스마가 없어 선수 장악력이 떨어진다’ ‘전술이 뭔지 모르겠다’ 등 팬들의 불만이 더 이상 안 나오게 지도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이는 한국 감독들보다 월등히 많은 연봉을 받는 그에게 부여된 임무이다.

<김성수 기자 jij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