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Again ‘4강 신화’여!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출사표… 죽음의 F조를 넘어라

온 국민을 감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훨씬 앞서 또 하나의 축구신화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가 그것이다. 월드컵 때만큼 전 국민이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축구팬이라면 아직도 뇌리에서 지우지 못할 한국축구의 획기적 사건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팀은 예선 1차전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패했으나 이후 멕시코와 호주를 꺾고 8강에 진출, 우루과이마저 물리치고 4강에 올라 한국 축구사에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김종부, 신연호, 김판근, 이기근 선수 등 돌풍의 주역들은 모두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붉은 악마’들의 반란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금의 축구 환경과 지원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이룩한 쾌거였기에 그 가치는 아직까지도 빛나고 있다.

박주영은 희망이자 아킬레스건

‘신화의 재연’을 위해 후배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6월 10일부터 24개국이 참가해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제15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이 국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출국했다. 우리나라는 이번이 9번째 본선무대 진출이고 목표는 4강이다. 4개 팀씩 6개조로 나눠 예선전을 벌여 각 조 1~2위 팀이 16강에 우선 진출하고, 6개조 3위팀 중 상위 4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하게 된다.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린다.

‘리틀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1977년 튀니지에서 첫 대회를 연 이후 2년마다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9번의 도전 중에서 1983년에 ‘4강 신화’, 남북단일팀이 출전한 1991년엔 예선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8강 진출, 그리고 2003년에는 16강에 진출하는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와 함께 ‘죽음의 조’인 F조에 편성되어 예선통과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어차피 본선에 오른 팀 중에는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한 것이 오히려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2003년 UAE대회 첫 경기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했고, 2002 월드컵 때도 우리가 물리친 팀은 모두 한국보다 강팀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에 출전하는 한국팀 베스트11은 공격 투톱에 박주영과 김승용이 나서고 미드필더에는 백승민·백지훈·황규환·안태은·오장은이 포진하고, 김진규·이강진·이요한이 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프로선수여서 나름대로 실전 경험이 많아 외국선수들의 게임운영에 말려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한국축구의 희망’ 박주영이 프로경험을 쌓으면서 한층 무르익은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어 ‘4강 신화’ 재연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박주영은 독일월드컵 공식홈페이지(fifaworldcup.yahoo.com)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소개할 만큼 성가를 더해가고 박주영 없이 치른 파크랜드컵 2005부산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3경기 동안 2골밖에 넣지 못해 골 기근에 시달린 것만 봐도 그가 한국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입증한다.

그러나 한국팀의 아킬레스건도 바로 박주영이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출전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를 치르고 네덜란드 현지에서 합류하게 돼, 체력적인 부담이 염려된다. 또한 최종 마무리 훈련에서 팀에 가담하지 못해 다른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충분치 못했던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리고 수비의 핵인 김진규도 성인대표팀 경기 후 합류하게 돼 수비조직력이 걱정된다. 박성화 감독도 주축선수들이 성인대표팀 차출과 K-리그 출전으로 최종엔트리들과 조직력과 전술을 정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첫 경기 스위스 반드시 잡아야

한국팀은 네덜란드 현지에서 온두라스와 최종연습경기를 가진 후 6월13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에 스위스와 예선 1차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 경기가 한국팀의 운명을 걸어야 할 한판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같은 조에 속한 세계 최강 브라질이나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보다는 그래도 해볼 만한 상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박성화 감독도 “스위스와 치를 첫 경기에서 패하면 16강도 없다. 배수의 진을 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나이지리아와의 두번째 경기는 6월16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에 열리는데, 흑인들의 유연한 개인기에 맞서 한국팀이 기동력과 조직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는 6월18일 밤 11시(한국시간)에 지난 대회 챔피언인 브라질과 맞붙는데, 1997년 말레이시아대회에서 당한, 3-10이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열린 4개국 초청 국제청소년대회에서 브라질을 1-0으로 이긴 경험을 살려 또 한번 ‘이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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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대회는 A조 네덜란드 일본 베냉 호주, B조 터키 중국 우크라이나 파나마, C조 스페인 모로코 온두라스 칠레, D조 아르헨티나 미국 독일 이집트, E조 콜롬비아 이탈리아 시리아 캐나다, F조 한국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로 편성되었고 대망의 결승전은 7월3일 펼쳐진다.

<김성수 기자 jij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