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21년 만에 사라지는 우체국택배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지난 6월 14일 ‘우체국 택배사업’을 ‘우체국 소포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교섭 대표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를 거쳐 이런 내용에 합의하고 협정서를 체결했다. 우본의 발표에는 “민간과 경쟁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요약하면 택배사업을 축소하고, 명칭도 ‘소포’로만 쓰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노사 공동으로 로드맵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어느 민간 업체의 주가가 올라갈 것인지를 타진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우체국이 담당하던 물량이 민간 업체로 넘어가면 매출이 대폭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다.

우체국택배는 국토교통부가 실시하는 ‘택배 서비스 평가’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2014년부터 실시된 이 평가는 ‘일반택배’와 ‘기업택배’ 부문으로 나뉘는데, 우체국택배는 평가대상에 포함된 2015년 이후 일반택배 부문에서 매년 A 또는 A+를 받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양질의 서비스 뒤에 집배원과 택배기사들의 노고와 희생이 차곡차곡 쌓였다. 과로와 연관성 높은 뇌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집배원들 이야기는 2017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본이 인력 확충 등을 약속하고 이행하는 동안에도 집배원의 과로사 소식은 계속 들렸다.

우체국택배는 우본 소속 집배원과 우체국물류지원단과 계약한 위탁배달원이 나눠 배송한다. 정규직인 집배원은 건당 수수료가 아닌 월급을 받고 일한다. 이들은 우편이 줄고 택배가 늘자 택배 배송까지 맡게 됐다. 집배원들은 오토바이에 무거운 짐을 싣고 중심을 잡느라 사고 위험도 높고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게 됐다고 호소해왔다. 탑차를 타고 택배만 전담하는 위탁배달원들은 민간 택배기사처럼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우본은 2000년부터 우체국택배와 국제특송 EMS를 육성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우편물량 감소에 대비한 전략이었다. 기존 소포 서비스를 민간 택배 수준으로 높여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 당해 11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매출이 2850억원으로 25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민간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해 우편적자 439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이후 적자폭이 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4월 내놓은 ‘우본 우편사업 경영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우본의 ‘비용 절감형 경영전략’이 “자칫 우정사업의 공익적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공익을 담보하는 우편사업의 경영 적자는 필연적인 일인 만큼 “우체국 예금사업의 이익금을 우편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 데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정이야기 구독

우체국 위탁배달원을 포함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막바지 진행 중이다. 후에 돌아볼 때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민간 택배기사들의 처우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