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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서개 이야기> 21년간 묵혀온 복수의 여정

연극 왕서개 이야기

일시 10월 28일~11월 8일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람료 3만원

1930년대 만주에서 가족을 잃은 왕서개는 전쟁이 끝난 후 왕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물건 배달을 하며 살아간다. 그는 그간 꾸준히 거래해오던 일본인 이치고의 집에 배달을 가고, 이치고가 늘어놓는 말들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준다. 그런데 이치고는 왕서개에게 이전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 왕서개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낡은 궤짝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치고의 그 물음을 시작으로 왕서개는 지난 21년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한순간도 잊은 적 없던 그 질문을 생각한다. 그리고 질문의 답을 찾아 21년 전 다섯 마리의 말 위에 앉아 있던 이들을 찾아간다.

1950년대 전쟁이 끝난 뒤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가족을 잃고 이름과 국적을 모두 바꾸고 살았던 주인공이 21년간 묵혀온 진실을 듣기 위해 가해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을 만나는 여정은 오랜 세월 묵혀온 복수인 동시에 진실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작품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앞에 가해의 역사는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 그리고 ‘복수를 완성한 피해자는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전쟁범죄자들이 반성하지 않고 인간의 악함을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의 연장선 위에서 작품이 그려내는 왕서개의 삶의 이야기는 단지 잔혹함과 비인간성, 비참한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들을 차례로 만나가며 왕서개가 복수의 여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생존자 개인이 지나가 버리고 만 과거를 마주해 어떻게 이의를 제기하는지에 집중한 극이다.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