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급성장한 줌, 차이나 리스크 넘을까

나스닥 시가총액 IBM도 넘어서… 중국과 결부된 취약한 보안 논란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줌·ZOOM)는 지난 2019년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1년 4월 창업한 지 정확히 8년 만이었다. 공모가는 주당 36달러로 시작했다. 순식간에 3억5700만달러(약 4231억5000만원)가 모였다. 상장 첫날 주가는 62달러에 마감했다. 공모가와 대비해 72.2%나 오른 액수였다.

에릭 유안 줌 CEO / EPA연합뉴스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줌은 나스닥에서 주당 45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40.8%나 올랐다. 줌은 이날 시가총액에서 IBM을 제쳤다. 줌의 시가총액은 1290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르면서 IBM의 시가총액(1100억달러)을 뛰어넘었다.

‘줌’은 어떻게 성공했나

주가 급등은 전날 이뤄진 실적 발표 영향이 컸다. 줌은 지난 8월 31일 올해 2분기 매출이 6억6352억달러(약 7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어난 액수다. 순이익만 1억8570만달러(약 2201억원)였다. 올 2분기 10만달러 이상 줌에 지급하는 대형 고객사는 988곳으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줌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줌의 매출액은 2016년 6080만달러(695억원), 2017년 1억5100만달러(1725억원)에서 지난해 3억3100만달러(3781억원)까지 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회의가 증가하면서 몸집을 확 불렸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줌의 쓰임새도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줌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유안(50)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산둥과학기술대에서 수학·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중국에서 기차로 10시간 거리에 사는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했다. 이때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에릭 유안 CEO는 1997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9차례 비자 면접을 거친 뒤였다. 그는 화상회의 시스템 스타트업 웹엑스에 들어갔다. 웹엑스는 2007년 시스코에 인수됐다. 그는 시스코에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시스코 경영진에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이용자 중심 시스템 구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에릭 유안은 시스코에서 함께 일하던 기술진 40여명과 2011년 줌을 창업했다.

줌은 화상회의 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는 아니었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시스코와 폴리콤이 화상회의 시스템 시장을 양분했다. 당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78% 수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구글은 행아웃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줌은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구축한 입지를 뚫고 성장했다. 줌의 성공 비결은 이용자 접근성과 편리성이었다. 호스트가 보낸 링크만 클릭하면 노트북·휴대전화에서 쉽게 화상회의 참여가 가능했다. 별다른 가입 없이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능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어렵지 않게 사용한다.

40분간 100명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한 장점도 있다. 화면 배경을 가상 배경으로 바꾸는 기능도 갖춰 프라이버시 보호에 적합하다. 화질과 오디오 품질이 다른 화상회의 플랫폼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줌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일부 직장인이나 전문직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화상회의 플랫폼을 쓰게 돼 줌의 장점인 접근성과 편리함은 이용자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줌 월간 평균 사용자는 1억4840만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00% 성장한 수치다. 지난 4월 말에는 일일 사용자 수가 3억명에 이르렀다. 국내 교육 현장에선 올 4월 기준으로 줌의 점유율은 60%에 이른다.

리스크도 여전

줌의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보안 문제와 중국과 얽힌 각종 논란, 경쟁 회사들의 추격은 줌이 떠안은 리스크다.

줌의 편리한 접근성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독이 됐다. 줌을 이용한 원격강의 도중 인종차별 메시지나 성적 수치심을 부르는 영상·사진을 투척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줌 접속이 쉽게 이뤄지는 구조 때문이었다. ‘줌 바밍(Zoom Bombing·줌을 통한 온라인 공격)’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줌의 이용자 정보가 다른 기업이나 정부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3월, 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이용자 데이터를 페이스북에 전송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확인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줌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대만 정부는 정부 공식회의에 줌 사용을 금지했고, 독일 외교부는 데스크톱용 줌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막았다.

취약한 보안 문제가 중국과 결부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일부 이용자의 화상회의 데이터가 중국 서버를 거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데이터 암호화가 허술해 중국 정부가 대화 내용을 엿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에릭 유안 CEO는 지난 4월 1일 ‘보안 강화 90일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줌은 이용자 정보를 가장 가까운 데이터 센터에 보낸다. 북미 지역 이용자가 폭주했을 때, 중국 데이터 센터로 접속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줌의 ‘차이나 리스크’는 지난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 중국 반체제 인사 계정을 폐쇄하면서 확산됐다. 미 의회의 압박도 거세졌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지난 8월 30일 미 법무부에 줌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에릭 위안에게 서한을 보내 “줌이 내부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라”라고 물었다.

일각에선 줌의 성장세가 이어질지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줌이 보안 문제, 차이나 리스크를 겪는 와중에 구글(미트), 마이크로소프트(팀즈), 페이스북(룸스) 등 기존 IT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 “구글 미트는 최근 하루 평균 300만명씩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과 독일 정부가 사용해 보안에 강하다고 알려진 ‘펙십’처럼 새로 떠오르는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이나 한국의 네이버(라인 웍스)처럼 나라별 IT 기업들도 줌의 경쟁자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