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불안 속에 피는 꽃 ‘앙스트블뤼테’

오는 11월 개봉되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 린다 헤밀턴(새러 코너 역)과 함께 에드워드 펄롱(아들 존 코너)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진짜’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28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제작사 측은 “이 작품의 제작과 각본을 1·2편의 메카폰을 잡은 제임스 캐머런이 맡았다”고 밝혔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터미네이터는 지금까지 5편이 만들어졌지만 3편 이후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특유의 철학과 재미를 이어가지 못했다. ‘Hasta la vista’(안녕, 잘가)를 접고 ‘I’ll be back’(돌아올 거야)을 선언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 올드팬들이 환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는 SF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4년 미래(2029년)부터 살인기계인 T-800이 타임머신을 통해 온다. T-800의 목적은 새러 코너라는 여인을 제거하는 것.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을 가진 전략방위 네트워크인 스카이넷은 핵전쟁을 일으키고, 인류를 전멸로 몰고 간다. 이때 인간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는 기계에 반격을 가한다. 존 코너를 제거할 수 없었던 스카이넷은 45년 전 과거로 가 존 코너를 전사로 키웠던 그의 어머니 새러 코너를 제거하기로 한다. 이를 알아챈 존 코너는 자신의 부하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낸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다.

<터미네이터>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새러 코너다. 겁 많고 평범한 여성이었던 그는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면서 점차 강인한 여성 전사로 바뀌어 간다. T-800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카일 리스에게 “일어서. 명령이다. 전사”라고 외치는 장면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정면대결을 선택한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새러 코너는 카일 리스와의 관계에서 얻은 존 코너를 끝내 지켜내며 미래의 전사로 키운다.

매달 가계부도 제대로 못쓴다던 새러 코너의 이 같은 극적인 변화는 ‘앙스트블뤼테’로 표현된다. 앙스트블뤼테란 독일어로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화를 뜻하는 ‘블뤼테(blute)’의 합성어로 ‘불안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생명체가 자신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경우 사력을 다해 자신의 마지막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잇기 위해서다.

앙스트블뤼테의 사례로 종종 거론되는 것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이다. 대당 100억원이 넘어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그의 바이올린은 제작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700년대 당시 유럽에 닥쳤던 소빙하기에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설이 있다. 1645~1715년 70년간 유럽에는 소빙하기가 닥쳤는데 극심한 추위 속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 나무들이 성장을 극도로 늦춰 악기의 재료인 목재의 밀도가 균일하고 촘촘하게 됐다는 것이다.

앙스트블뤼테는 원래 생물학적 용어지만 요즘은 경제·경영에서도 많이 차용된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나 국가가 뛰어난 생존력을 보이며 극적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경우에 빗댄다. 정두희가 쓴 <미장세>를 보면 중국의 신시왕 그룹은 병아리 10만 마리를 주문한 유통상이 부도가 나 판로가 막히면서 파산위기에 몰리자 직원들이 무작정 시장에 나가 발이 부르트도록 팔면서 중국 최고의 농장으로 발돋움했다. 1997년 외환위기에 빠졌던 한국 경제도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로 남아있다.

영화 속 경제

일본이 첨단소재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의 목을 옭죄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산업을 발전시킬 기회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판 ‘앙스트블뤼테’를 기대한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