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누리꾼 울린 김씨돌

“2004년쯤이었던가요. 원고를 들고 사무실에 찾아왔어요. 책을 내고 싶다고. 들고 온 원고 상태를 보니 저희 이전에도 여러 출판사에 들렀던 것 같은데 퇴짜 맞았던 것 같고….” 계간 문예지 <리토피아> 장종권 주간의 말이다. 김씨돌씨의 책 <오! 도라지꽃> 출간 관련 사연이다. 김씨돌. 6월 중순 인터넷에서 그의 삶이 화제를 모았다. ‘레전드 자연인’, ‘김씨돌씨 실체’ 등의 이름으로 게시된 게시물에는 그를 다룬 <SBS 스페셜> 영상 캡처가 있다.

누리꾼의 관심을 모은 김씨돌씨(용현·요한). / 리토피아 제공

씨돌은 김씨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본명은 용현. ‘요한’이라는 세례명도 있다. 2012년 자연인을 주제로 한 케이블방송에 그는 기인(奇人) 콘셉트로 출연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1987년 6월항쟁 시위대의 맨 선두에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구조현장에도 그가 있었다. 누리꾼은 그에게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무농약 친환경으로 지은 농산물이라며 한 꾸러미씩 보내주시곤 했어요. 정식회원은 아니지만 회원 대접을 해드렸죠.”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말이다. “민주화운동 경력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약간 피해망상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전화도 도청된다고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가만히 들어봐야 말씀하시는 포커스를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뉴스를 검색해보면 88년 12월 30일과 이듬해 2월 12일, 시위에 나섰던 그가 경찰에 맞아 부상당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직함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전국연합) 사회정의위원회 위원.’ 천주교 인권운동 쪽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창래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은 “김씨는 전국연합에서 개인멤버십으로 활동한 1400여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이라며 “원주 쪽으로 가서 활동한 것만 알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자연인 김씨’는 현재 반신불수 상태다. TV 프로그램을 본 누리꾼이나 주위에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장종권 주간의 말이다. “김씨의 두 번째 책 <청숫잔 맑은 물에>를 내는 김에 절판된 <오! 도라지꽃>도 다시 찍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글 속에 모든 것을 담았어요. 구어체 문장인데, 사실 고치면 맛이 떨어집니다. 자기 자신이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산속으로 내몰렸는데, 세상이나 생명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좌절이나 절망, 분노도 없을 수가 없었겠죠.” 이번 다큐 방영 내용도 책 출간이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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