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우표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뿌리는 임시정부다. 임시정부의 발판이 된 것은 3·1운동이었다. 3·1운동 독립선언서에서 민주·평화를 가치로 한 독립의 정당성을 선포했다. 임시정부는 일본의 대한제국 침탈과 식민통치를 부인하고 민주·평화·독립의 실천자를 자임했다. 임시정부의 기초를 닦은 것은 임시정부 수립 하루 전인 4월 10일 밤 10시에 개최된 임시의정원이었다. 의장은 이동녕이었다. 지역대표 망명인사 29명으로 구성된 임시의정원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신석우가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했다. 임시헌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제1조)로 시작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주권의 운용이 국민의 의사에 따라 이뤄질 것임을 못박은 것이다. 첫 임시의정원 회의는 임시정부 출범을 앞둔 이튿날 오전 10시에 폐회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시의정원 신년축하식의 역사적 장면과 대한민국 임시헌장 문구를 함께 담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우표.

상하이 임시정부가 출범한 시기에 같은 기치를 내걸고 경성부에 ‘한성정부’,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국민의회 임시정부’가 꾸려졌다. 힘의 분산을 막기 위해 통합이 추진됐다. 먼저 상하이 임시정부와 대한국민의회가 통합됐다. 이어 9월 11일 한성정부도 합류했다. 명실상부한 통합 상하이 임시정부가 이뤄졌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한 칼럼에서 “통합 임시정부는 한성정부의 정통을 잇는 한편 상하이 임시정부가 시작한 명칭과 전통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임시정부는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 사법기관인 법원, 행정기관인 국무원을 두어 3권분립 헌정체제를 갖추었다.

임시정부의 전도는 험난했다. 일본군의 감시와 훼방, 그리고 중일전쟁으로 인해 임시정부 ‘청사’를 옮겨야 했다. 상하이, 항저우, 자싱, 전강, 난징, 창사, 광저우, 충칭 등으로 이동했다. 곳곳에 임시정부 청사로 쓰인 건물이 남아있다. 1945년 일본 군국주의가 패망했다. 임시정부는 광복되던 해 11월 고국으로 돌아왔다. 경교장이 마지막 임시정부 청사로 사용됐다. 이곳에서 정부의 재수립을 결의했다. 임시정부의 수립은 우리 민족사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우리 민족의 이념적 정부로 독립운동의 통합을 시도했다. 8·15 광복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펼친 유일한 기구였다.

남의 손으로 얻은 광복의 부작용은 컸다. 일본 제국주의는 망했지만 우리는 전쟁의 승자가 아니였다. 참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이 일본의 항복 소식에 “이것은 아니다”라며 걱정을 표시한 이유다. 신탁과 반탁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이어졌지만 남북이 분단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임시정부의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그대로 계승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우리 헌법의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민주공화제’가 ‘민주공화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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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E 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 남긴 유명한 말이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미래 설계의 바탕이 된다. 임시정부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는 요원할 뿐이다. 생생한 기억만이 역사의 가치를 높인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정사업본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4월 11일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김경은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