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프리즘]난민은 우리의 또 다른 이웃이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뜻한다.

얼마 전 종교·인종차별 등의 문제로 미얀마를 떠나 태국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던 미얀마 출신 난민 다섯 가족 30여명이 난민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1950년대부터 유엔난민기구가 외국 난민캠프에 머무르는 난민들을 그들이 희망하는 나라에 정착하도록 돕는 제도를 통해서다. “평화로운 한국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밝힌 이들은 한국 드라마 등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꿨다고 한다.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결단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들처럼 난민캠프에 있다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입국한 뒤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태국 난민캠프에 머물던 미얀마 난민가족들이 7월 25일 입국한 뒤 인천공항 입국심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아시아에서 유일한 난민법 갖춘 한국

대한민국은 난민과 관련된 법·제도가 매우 잘 정비된 나라에 속한다. 난민에 관한 기본적인 국제법으로는 1951년 체결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67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1992년에 이들 협약 및 의정서에 가입했다. 우리 헌법은 체결·공포된 조약에 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므로, 우리나라에는 난민 보호와 관련된 법·제도가 90년대 초반부터 마련돼 있었던 셈이다.

2012년에는 국내법으로 난민법이 제정돼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아시아 국가들 중 난민법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으면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고, 난민의 미성년 자녀는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받는다.

그렇다면 난민이란 어떤 사람인가?

난민법이 정의하고 있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뜻한다. 또한 이러한 공포로 인해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무국적자인 외국인도 난민이다.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과연 난민 인정 신청자가 본국으로 송환되는 경우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는지 여부다. 난민 소송에서도 난민 신청자가 이와 같은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단순히 불법체류 상태를 합법적 체류로 바꾸기 위한 것인지가 주로 다투어진다.

그런데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라는 말은 영문 표현인 ‘well-founded fear of being persecuted’를 번역한 것이다. ‘공포’라는 용어가 법률에 사용되면서 난민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매우 높은 수준의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난민 인정을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객관적 증거를 보유하기 어려운 난민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이 표현은 ‘공포에 대한 합리적 가능성(reasonable possibility)’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 100명 중 4명

해석의 ‘뉘앙스’ 차이가 작은 것 같지만 그 효과의 차이는 클 수 있다. 원칙적으로 난민 신청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난민 신청자가 지기 때문이다. 이때 주로 난민 신청자의 모국이 처한 정치적·종교적 갈등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난민 신청자가 겪은 일에 대한 진술 등을 통해 과연 난민 신청자가 겪고 있는 ‘공포’가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를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공포 또는 두려움이란 매우 주관적인 요소다. 이를 객관적으로 제3자가 판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특히 난민 신청자 상당수는 그 진술이 그야말로 ‘영화 스토리’ 그 이상인 경우가 많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말 그대로 믿기 힘든 사례가 많다. 대학교에 입학해 독재정권에 대한 반대 모임에 참석하고 학교 앞에서 관련된 유인물을 뿌렸을 뿐인데 법원으로부터 발부된 영장도 없이 구금돼 있다가 뇌물을 쓰고 풀려나 출국한 사람도 있고,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이후 내전이 일어난 곳에서 부상자들을 위한 의약품 전달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총을 쏘며 체포하려 해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도망쳐 우리나라까지 온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진술에 대해 일반 민사소송에서 하듯이 모두 객관적 증거 제시를 요구한다면 사실상 난민 인정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유엔난민기구가 발행한 ‘난민 지위 인정기준 및 절차편람’도 “난민이 주장하는 사실 모두를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만약 이를 요구하면 대다수의 난민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종종 (진술 등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난민 신청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도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주장하는 사실 전체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경로, 입국 후 난민 신청까지의 기간, 난민 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등에 비춰볼 때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증명이 된 것”이라고 판단 기준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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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나라를 찾은 난민들이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경우는 얼마나 될까?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그동안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총 2만5510명이다(2017년 4월 30일 기준). 그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총 688명(3.9%)으로 100명 중 4명이 채 안된다. 그럼에도 이 작은 가능성을 믿고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