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원가보상률’ 논란 재점화

미래부가 매년 산출…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 영업이익 큰 폭으로 늘어 의혹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통신업계의 ‘원가보상률’을 둘러싼 논쟁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이통사들의 영업이익 확대폭에 비해 원가보상률 변동이 크지 않은 점을 들어 원가보상률이 비현실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정부는 “영업이익 규모와 원가보상률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면서도 원가보상률 산정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원가보상률은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 얻는 영업수익을 총괄원가로 나눠서 산출하는 값이다. 원가보상률이 100보다 크면 클수록 원가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가보상률은 주로 전기나 가스, 수도, 도로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요금 산정 시 중요 자료로 활용된다. 원가보상률이 낮은 서비스일수록 요금을 높여야 공공서비스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주일 전인 2014년 9월 24일 서울 서대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단체 “산정 과정 공개하라” 요구
이동통신서비스는 각 이통사의 원가보상률 자료가 중요하게 쓰인다. 이통사별 원가보상률은 매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산출한 뒤 이통사 간 상호접속료, 도매대가, 설비제공비용 등을 산정하는 데 활용한다.

정부가 통신요금을 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원가보상률 자체가 소비자가 부담하는 통신요금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특정 이통사의 원가보상률이 경쟁사보다 높다고 해서 해당 이통사만 요금을 내리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원가보상률이 높을수록 통신요금을 인하할 여지가 더 많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래부는 이통사의 요금인가 심사 시 원가보상률을 참고해 요금산정 수준이 적절한지 여부 등을 판단한다.

시민단체 등은 2~3년 전부터 정부에 원가보상률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 중이다. 영업수익의 경우 기업의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가 확인되지만 총괄원가의 경우 정부가 워낙 복잡한 수치들을 종합해 산출하다 보니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총괄원가는 ‘(사업비용+투자보수비)×투자보수율’의 계산으로 산출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를 보면 사업비용에는 영업비용, 출연금, 보편적 역무손실보전금, 전기통신 관련 유형자산 처분 손익 및 법인세 비용 등이 포함된다. 투자보수비에는 연평균 유형자산 등 장부가액, 연평균 재고자산, 적정운전자본 등이 포함된다. 투자보수율은 이통사가 투자비용을 무위험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매년 시장금리 수준과 연동해 변동된다.

단통법 시행 후인 지난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계기로 원가보상률 논란은 최근 들어 더 확산되는 추세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데 비해 원가보상률 상승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9월 28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원가보상률’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169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대비로는 2배로 영업이익이 늘었고, 규모로만 보면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원가보상률이 ‘영업수익÷총괄원가’이므로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다면 원가보상률도 전년 대비 상당한 상승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가능하다.

지난해 이통3사의 평균 원가보상률은 102.9%였다. 원가보상률이 이통사별로는 한때 120%에 달했던 시기를 감안할 때 크게 높지는 않다. 최근 5년간 평균 원가보상률은 100~105% 수준에서 움직이는 추세다.

문제는 지난해 원가보상률이 전년(2014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보다 이통3사 영업이익이 3000여억원이나 적은 2013년의 경우 원가보상률은 104.8%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았다.

2012년의 경우 영업이익 2조8772억원에 원가보상률은 101.6%였다. 2013년보다 영업이익이 500억원가량 많았음에도 원가보상률이 3.2%포인트나 낮았다. 2014년의 경우 1조610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12년보다 1조2000억원 이상 적었음에도 원가보상률은 0.2%포인트 차이가 났을 뿐이다.

“원가보상률 산정 때 시민단체 참여해야”
총괄원가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상식적으로 영업수익이 높아지면 원가보상률도 늘어야 하지만, 최근 4년간 추세를 보면 영업수익과 원가보상률 간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매년 총괄원가의 변동폭이 심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녹소연은 “정부가 총괄원가를 얼마로 쳐주느냐에 따라 원가보상률이 들쭉날쭉한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원가보상률이 88.6%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의 경우 시행 후인 2015년 97.9%로, 10%포인트 정도 급등한 점도 석연찮다고 녹소연은 지적하고 있다.

기회비용 격으로 쳐주는 투자보수율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미래부가 책정한 투자보수율은 5.56%였다. 녹소연은 “최근 시중금리가 ‘제로금리(0%)’에 가까운 상황에서 투자보수율로 5.56%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현재처럼 공무원이 원가보상률을 산정할 게 아니라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원가보상률 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영업이익과 원가보상률은 본래 상관관계를 따지기 어렵다”며 원가보상률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부는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유·무선 및 인터넷TV(IPTV) 등 통신사업뿐만 아니라 비통신사업을 망라한 통신사 전체의 영업이익”이라며 “이에 비해 원가보상률은 이동통신서비스에 한정된 자료로, 근본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의 원가보상률이 급증한 것에 대해 미래부는 “2013년 이전까지는 LG유플러스가 제조사장려금(보조금)을 비통신서비스 수익으로 처리하고, 대리점수수료는 이통서비스 비용으로 처리해 원가보상률이 과소 계상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2014년 이후 제조사장려금을 이통서비스 수익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선한 결과 원가보상률이 다소 상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보수율에 대해서도 미래부는 “시장금리에 사업에 따른 위험을 감안한 기회비용으로 시장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투자보수율 역시 매년 금리인하 추세를 반영해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가보상률 논란은 올 들어 거론된 통신요금 인하방안이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확산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월 1만원 수준의 통신기본요금 폐지, 단통법 폐지 혹은 이통사보조금 상한 폐지 등 다양한 통신요금 인하방안이 논의됐지만 총선이 끝나자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원가보상률 문제는 ‘통신요금 원가 공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참여연대 등은 2013년 정부를 상대로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나온 2심 판결에서 법원은 “통신요금 원가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이후 피고 측인 미래부는 상고를 포기했지만, 이통3사가 협력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현재 2년 넘게 대법원에 사안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몇 년이 지난 과거 통신요금 원가자료가 공개된다는 점이 문제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원가보상률 문제를 공론화해 우회적으로 통신요금 원가 문제를 ‘공략’하는 것이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송진식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