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인천상륙작전>-전세를 한번에 역전시킨 ‘문샷 싱킹’

6·25전쟁의 ‘인천상륙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전세를 바꾼 대표적인 상륙작전으로 꼽힌다. 영화적 시각으로만 볼 때 인천상륙작전은 충무로가 탐낼 만한 블록버스터급 소재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인’인 이상 6·25전쟁 소재는 다루기에 민감하다. 6·25는 휴전이 됐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이기 때문이다. 영화적 재미를 강조하다 보면 전쟁이 너무 가벼워지고,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자면 영화가 너무 무거워진다.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여러 논쟁들도 여기서 시작된다.

<인천상륙작전>은 이재한 감독의 두 번째 6·25전쟁 소재 영화다. 첫 번째가 포항의 학도병 이야기를 다룬 <포화속으로>다. 인민군의 기습남침에 한국과 연합군은 낙동강 이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빼앗긴다. 유엔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 분)은 인천상륙작전을 세운다. 작전명은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다.

맥아더 장군은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분)와 그 부대원을 적지인 인천에 투입한다. 이들은 켈로부대(미국 극동군사령부 정보참모부 산하에 창설된 특수부대) 대원들과 함께 중요 정보 수집에 나선다. 작전명 ‘X-레이’다. 인민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은 이를 눈치채고 이들을 뒤쫓는다. D데이는 9월 15일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인천항의 수로는 좁고 물살은 빨랐다. 조수간만의 차도 엄청났다. 기뢰도 곳곳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뚫고 7만5000명의 병력이 261척의 함정에 나눠타고 기습상륙을 감행해야 했다. 아군은 물론 적군마저도 인천 상륙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맥아더 장군은 이 점을 이용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작전을 감행해 최고의 승리를 일궈냈다.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 장군의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다. 문샷이란 ‘달탐사선 발사’를 뜻하는 것으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유래는 존 F 케니디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 1962년 9월 12일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선언해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달을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아예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즉 10%를 개선하기보다 10배의 혁신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 ‘문샷 싱킹’이다.

구글은 ‘문샷 싱킹’을 기업정신으로 삼고 있다. 이 결과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글라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구글은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움직이고,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눈물을 모아 자동으로 혈당을 체크해주는 구글 콘택트렌즈,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억 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구글포토’도 ‘문샷 싱킹’의 사례로 불린다. 헬륨풍선에 인터넷 통신장비를 실어 하늘로 띄운 뒤 풍선이 상공에서 인터넷 신호를 보내 지상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룬 프로젝트’도 구글의 문샷싱킹이다.

영화 속 경제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런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벌이는 우주전쟁도 ‘문샷 싱킹’의 대표 사례로 꼽을 만하다. 우주항공기 개발사인 ‘스페이스X’ CEO이기도 한 머스크는 2025년까지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베조스도 우주항공기 개발사인 ‘블루오리진’을 설립해 우주관광과 우주물류 배송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사업의 영역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대시킨 문샷 싱킹이다. 적의 허리를 갈라 보급로를 차단시킨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는 한 방에 역전된다. 연합군은 인천에 상륙한 지 13일 만인 9월 28일 서울 수복에 성공한다. 이어 파죽지세로 압록강까지 다다른다. 문샷 싱킹은 성공만 하면 엄청난 성과물을 안겨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