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울려퍼진 ‘유 아 마이 선샤인’”

가정연합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 40주년 행사를 참관했다. 40년 전 5만여명이 운집한 뉴욕 양키스타디움 행사에서도 “미국에 축복을(God Bless America)”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가정연합(통일교) 신자이기 이전에, 당신에게 한국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질문을 하자마자 팟시 카시노는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흑인여성인 그녀는 올해 63살로, 중학교 교사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감정이 북받치게 했을까. “어린 시절,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어요. 수년 동안 가족과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7남매였는데,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편지로만 받을 수 있었어요. 저는 아직도 아버지가 한국에서 보내주신 인형을 가지고 있어요. 남자와 여자의 인형인데-아마도 신랑각시 인형인 듯했다-그때 우리 집은 돈도 없고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팟시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은 계속되었다. “아버지께선 인종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오셨어요. 제가 문선명 목사를 만났을 때 문 목사는 반공과 인종 구별 없이 인류가 하나의 형제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감동했어요. 어머니는 가톨릭신자였는데, 아버지는 딱히 믿는 종교는 없었지만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해 지지해주셨습니다. 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테리타운 밸베디아 야외광장. ‘미국에 축복을!’이라는 주제로 가정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주최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다.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야외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40년 전, 1976년 6월 1일 행사 영상이 반복해 상영되고 있었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6월 5일 미국 뉴욕 테리타운 벨베디아 야외광장에서 열린 ‘미국에 축복을! 가정 페스티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가정연합 제공

1976년 6월 1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에 문선명 총재가 입장하고 있다. / 가정연합 제공

40년 전 양키스타디움 5만 운집 이유는
영상에 따르면 행사가 열린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예고 없는 폭풍이 몰아쳤다. 만들어놨던 세트는 바람에 날려 부서졌다. 멘붕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던 참가자들 중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다. 한 사람의 노래는 곧 커다란 합창이 되었다. “You are my sunshine(당신은 내 햇살입니다)~” 1930년대 컨트리 가요로 유명한 이 노래의 가사를 일부 소개하면 이렇다.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더라도/ 당신은 내 햇살, 유일한 햇살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모를 겁니다/ 제발 내 햇살을 거둬가지 마세요.” 간절함이 통했을까. 비가 그치고 햇살이 쏟아졌다. 무대에 올라선 문선명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눈에는 백인도, 흑인도, 황인도 없습니다.” 모인 관중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앞서 인용한 팟시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그녀는 1973년 결성된 선버스트(SunBurst)라는 가스펠그룹에서 노래를 불렀다. 1976년 당시 신문에 보도된 그녀의 이름은 팟시 존슨이었다(카시노는 결혼 후 가지게 된 남편의 성이다). 이 그룹은 병원과 학교, 그리고 요양원을 다니며 무료 자선공연을 했다. 그녀는 2016년 열린 40주년 행사에서 그날의 기억을 말하는 연사로 무대에 섰다. 그녀도 ‘유 아 마이 선샤인’을 기억하고 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23살이었어요. 막 대학교를 졸업했지요. 참메시아가 이 땅 위에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육신의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가야 한다고. ‘참아버님’(문선명 목사를 말한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먼저 노래를 통해 마음을 여는 동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에 미래가 달라진다고 말씀하시는데,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유니폼을 갖춰 입고, 뉴욕의 길거리 청소, 포스터 붙이기 등 여러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양키스타디움에 가서 노래를 불렀어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유 아 마이 션샤인’을 부르자 비가 그쳤습니다. 그리고 문 목사님은 말했어요. ‘이것은 앞으로 워싱턴 모뉴먼트 앞에서 있을 행사의 예행연습에 불과하다’고. 그때 깜짝 놀랐습니다.”

양키스타디움 행사가 있고 난 3개월 뒤인 9월 18일, 워싱턴DC에서 30만명이 운집한 행사가 열렸다. 문선명 목사와 그가 이끄는 구국십자군(One World Crusade)은 화제를 모았다. 양키스타디움 행사 직후인 6월 14일,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문 목사의 사진을 담은 커버스토리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여러 매체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문선명 목사를 따르는 사람들을 ‘무니(moonies)’라고 불렀는데, 주로 기존 교회 신자들이었던 부모들로부터 자녀들이 납치(kidnapping)되어 세뇌(Brainwashing)당한다는 주장이나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건 히피나 프리섹스 문화에 물들어 있던 젊은이가 통일교를 접한 뒤 머리도 자르고 양복차림으로 나오니 무슨 세뇌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몇 주씩 합숙하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통일교(가정연합)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요커 호텔을 막 구입했을 때인데, 호텔이 주로 숙소로 이용되었어요. 납치하고 세뇌했다고 하는데, 호텔로 찾아온 부모들이 자녀분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다 커서 성년이 된 자녀들을 두고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맞지 않지요.” 김기훈 가정연합 북미대륙 회장의 말이다. 1976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막 미국에 건너온 김 회장 역시 40년 전 행사의 증언자다.

독생자·독생녀 결합 강조 가정연합 ‘교리’
가정연합의 교리나 집회행사를 보면 기존 교회와 공통된 것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발전한 내용도 많다.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연주된 찬송가(worship music)를 보면 천주교에서도 불리는 ‘주 하느님 크시도다(How great thou are)’와 같은 노래도 있지만, 우리에겐 존 덴버의 노래로 익숙한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같은 노래도 불렸다. ‘아멘’이라는 말 대신 ‘아주’라는 말을 쓰거나,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억만세’를 부르는 등의 독자적 형식들도 발전되어 왔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학자 총재의 기조연설이었다. 한 총재의 기조연설에는 그동안 가정연합이 주장해온 교리의 핵심이 들어 있었다. “예수님이 독생자로 오시고, 그때 독생녀가 탄생되었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기독교 2000년 역사는 독생녀를 찾아가는 섭리역사다.”

‘독생자 예수’는 가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으며, 가정연합이 강조하는 가정의 가치, 다시 말해 독생자와 독생녀의 결합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는 어떤 독트린이 아니라 가정이나 형제자매애와 같은 가치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섭리적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미국을 전 세계에 존재하는 200여 국가의 장자국, 형님의 자리에 뒀는데,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자기만 잘 살겠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한 총재의 주장이다. 가정연합 관계자는 “독생자와 독생녀의 결합은 이미 문선명 총재가 계실 때부터 주장해온 원리적 이야기”라며 “문 총재는 성화하시기 전에도 ‘세계기독교 통일신령협회’라는 간판을 내리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건 종교가 자기 스스로가 존재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정이나 평화와 같은 큰 가치 실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한 총재의 기조연설 직후 폭풍우가 몰아쳤다. 참석자들이 ‘유 아 마이 선샤인’을 불렀지만 빗줄기는 더 거세져만 갔다. 이날 오후에는 일심순결서약 행사 및 태권도 시범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기자가 생전 문 목사의 집무실에서 행사에 참석한 팟시 카시노 등을 인터뷰하는 동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볕이 다시 쨍쨍해졌다. 훗날, 이 날의 일도 신자들은 섭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게 될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