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충전소]‘백도어 ’

영어로 ‘뒷문’이라는 의미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요구로 사용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사진)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안장벽을 우회할 ‘백도어’가) 한 번 만들어지면 다른 많은 기기에도 계속 사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FBI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FBI가 테러범의 아이폰에 담긴 내용을 보기 위해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특히 FBI는 법원 판결을 받아 강제수사를 시도했지만 애플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번 파동으로 아이폰에 대한 철저한 보안기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능력을 가진 FBI도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암호를 5차례 입력했지만 틀리면 다음 입력까지 1분을 기다리고, 9차례 틀린 뒤부터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각종 숫자로 암호 6자리를 설정했다면 조합수는 568억개, 입력시간은 144년이나 된다.

FBI는 고속 입력기로 아이폰 암호를 풀려고 했지만 아이폰에는 암호를 인식하는 데 12분의 1초가 걸리도록 2중의 보안장치가 돼 있다. 암호를 1초에 12개밖에 입력하지 못하도록 돼 있으며, 게다가 최종적으로 암호를 10번 넘게 틀리게 입력하면 아이폰에 담긴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돼 있다.

교양충전소

결국 FBI는 아이폰 암호 풀기에 손을 들고, 애플에 ‘백도어’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한편에서는 테러범에 대한 수사에는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 보장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