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쿵푸팬더3>-적을 상대할수록 느는 ‘한계비용 체증’

두툼한 엉덩이에 출렁이는 뱃살을 지닌 판다 포의 이력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평균 수면시간 22시간. 이동속도 시속 30㎝, 키 120㎝, 몸무게 160㎏. 직업은 무술인(전직은 국수집 아들), 현 직위는 용의 전사, 경력은 2008년 타이렁(눈표범), 2011년 셴(공작새)을 무찌름’이다. 포의 이력서에 몇 단어가 더 붙게 생겼다. 현 직위에는 ‘쿵푸 마스터’, 이력서에는 ‘2016년 카이(황소)도 무찌름’이다.

여인영 감독과 알렉산드로 칼로니 감독이 공동 연출한 <쿵푸팬더3>에서 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시푸 사부는 푸에게 쿵푸를 5인방에게 가르치라고 명령한다. 천방지축, 산만의 대가인 포는 실수를 연발한다. 자신감을 잃어가는 포에게 시푸 사부는 격려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발전이 없어. 넌 네가 누군지 아직 몰라!”

포는 친아빠 ‘리’를 만난다. 포는 기를 연마하기 위해 아빠와 함께 판다 마을로 떠난다. 그 사이 저승에서 부활한 악당 카이가 쿵푸 마스터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카이는 마침내 판다 마을까지 덮친다. 이제 남은 것은 포와 타이그리드, 둘밖에 없다.

황소인 카이는 기존의 적들과 다르다. 자신이 제거한 쿵푸 마스터들의 기를 하나씩 흡수해가면서 더 강력해진다. 카이에게 패한 쿵푸 마스터들은 옥(玉) 형태의 메달로 변했다가, 카이가 상대를 공격할 때는 좀비가 되어 공격을 돕는다. 카이는 500년 전 자신을 저승으로 보냈던 우그웨이마저 물리친다. 이제 남은 것은 포 하나다. 우그웨이는 죽기 전 말한다. “많이 가질수록 적게 얻는다는 것을 모르느냐.”

우그웨이의 말은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을 의미한다. 한계비용이랑 한 단위의 생산을 늘릴 때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초기에는 한계비용이 감소한다. 한 기업이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 건설에 100원을 투자했다고 치자. 1인당 인건비는 10원이다. 1명을 투입해 차 1대를 만들었다면 11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한 한계비용은 110원이다. 그런데 2사람을 투입하면 2대를 만들 수 있다. 차 2대를 만드는 데 드는 총비용은 공장건설비 100원, 인건비 20원 등 120원으로 1대당 60원만 든다. 3사람을 투입해 3대를 만든다고 하면 총 비용 130원이 든다. 1대당 43원이 든다. 한계비용이 계속 줄어들면 나중에는 거의 0에 수렴할까?

그렇지 않다. 생산규모와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경영진의 업무량이 늘어난다. 인사팀, 재무팀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공장 투자도 해야 한다. 줄어들던 한계비용은 일정 생산량 이상을 넘어서면 다시 비용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평균총비용곡선은 U자를 그리게 된다. U자 모양의 바닥은 평균총비용이 최소가 되는 지점이다. 이 점에서의 산출량을 ‘효율적 생산량’이라고 한다.

식민지 경영에 나섰던 제국들이 결국 식민지를 포기하게 된 것도 같은 이치다. 식민지가 많아질수록 관리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관리비용을 세금에서 충당하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악당 카이가 쿵푸 마스터를 하나씩 제거해가던 초반에는 1명을 무찌르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상대가 카이의 존재를 몰라 많은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의 악명이 높아지자 상대방도 카이를 분석하고 대비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비해 싸움을 빨리 끝내기가 힘들어졌다.

영화 속 경제

카이는 옥 좀비로 변한 수십 명의 쿵푸 마스터를 원격조종해 포를 공격한다. 하지만 조종해야 하는 숫자가 너무 많아지자 혼란스러워 한다. 초기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늘어난 한계비용을 이기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업들도 많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어디쯤 서 있을까.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