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색다른 맛 내는 ‘먹방·쿡방’

지난해 방송가는 실로 ‘먹방’ ‘쿡방’이 대세였습니다. 여기서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준말로,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유난히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방송 형식을 말합니다. 맛집을 주로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사들이 총출동하는 프로그램이 많았고,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 등 ‘먹방’의 요소를 차용했습니다. ‘요리(Cook)를 하는 방송’이라는 뜻의 ‘쿡방’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죠. 요리를 해놓고 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은 지난해 어느 채널을 틀어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세밀한 설정을 살리고, 색다른 요소와 결합하는 이른바 ‘변종 먹방·쿡방’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먹방’ ‘쿡방’이 지겹게 계속되자 일각에서 “이제 먹방의 시대는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기존의 진부한 요소를 제거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진화는 요리와 맛보기라는 필수 요소를 그대로 가진 채 설정을 약간씩 비틀면서 재미를 줍니다. 기존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는 SBS <백종원의 3대천왕>과 tvN의 <수요미식회>가 눈에 띕니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지난해 큰 각광을 받았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출연해 한 음식에 대해 전국의 맛집 중 손꼽을 만한 세 군데를 정해 이곳을 직접 찾아 음식을 맛보고 그 맛집의 주인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요리대결을 벌이는 형식입니다. 원래 금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되다 올해부터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토요일 오후 6시로 시간을 옮겨 방송합니다. 이 사례야말로 ‘먹방’ ‘쿡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요리의 재료와 조리 모습을 박진감 있게 보여주면서 보는 쾌감을 극대화시킵니다. 게다가 개그맨 김준현이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면 방청객이나 시청자는 식욕을 감추기가 힘이 듭니다. 한마디로 기존 프로그램에서 시각적 자극을 극대치로 올린 셈입니다.

반면에 <수요미식회>는 보이는 자극을 모조리 제거하고 말로써 상상력을 극대화시킵니다. 이제 방송 1주년을 맞은 <수요미식회>는 스튜디오에 요리가 단 한 접시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식과 음식점을 평하는 MC와 패널들의 설전만이 오갈 뿐입니다. 식감에 대한 전문가들의 상세한 묘사는 오히려 차별점이 됐죠.올해 설을 맞아 파일럿(시범) 형태로 또는 새롭게 편성된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비틀기’의 묘를 살렸습니다. MBC에서 방송된 <이경규의 요리원정대>는 ‘먹방’은 오후에만 방송된다는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오히려 오전 8시 편성으로 역발상을 했죠. 전국 각지로 요리재료를 구하러 간 출연자들이 직접 요리대결을 펼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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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쿡가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셰프들이 해외를 찾아 현지 요리사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요리에다 스포츠에만 쓰이는 ‘A매치(국가 간 대결)’ 요소를 넣었죠. MBC에브리원의마담들의 은밀한 레시피> 역시 ‘글로벌’ 코드에 주목합니다. 한국에 머무르는 주한대사들의 집을 찾아 그 집에서 보이는 각국의 요리를 소개하는 형식이죠.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하든 제거하든, 아니면 아침에 방송하든 ‘글로벌’에 주목하든, 이제 ‘먹방’ ‘쿡방’도 변하지 않으면 ‘한물갔다’는 말을 듣기에 십상인 상황이 됐습니다.

<하경현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