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뽀로로와 치치왕자 간의 ‘밀고 당기기’

일본 아니메(만화영화) 중에는 방학 때마다 극장판을 선보이는 작품이 많다. <도라에몽>이 대표적이다. <포켓몬스터>나 <파워레인저>도 거의 매년 극장판이 나온다. 한국도 정기적으로 극장판을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 생겼다. ‘뽀통령’ 뽀로로다.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은 세 번째 극장판이다. 2013년 첫 번째 극장판인 <슈퍼썰매 대모험>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눈요정 마을대모험>이 나왔다. 매년 극장판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관객층이 그만큼 두껍다는 얘기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이번에는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 척척박사 에디가 ‘황금날개 대모험’이라는 게임을 만든다. 뽀로로가 쉽게 이길 수 없는 어려운 게임이다. 황금날개를 찾아야 게임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그러려면 거미마왕을 없애야 한다. 에디와 포비, 루피, 패티 등은 뽀로로와 크롱을 돕기 위해 게임 속으로 들어가지만 되레 거미마왕의 졸개들에게 잡힌다. 게임 주인공인 치치왕자는 뽀로로와 계속 티격태격을 한다.

[영화 속 경제]<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뽀로로와 치치왕자 간의 ‘밀고 당기기’

에디가 만든 게임 ‘황금날개 대모험’은 ‘메이플 스토리’와 ‘마리오 시리즈’를 섞은 듯한 게임이다. 강아지들을 점프해서 밟으면 점수를 얻고 별도 얻는다. 별을 많이 얻을수록 게임 속 뽀로로와 친구들은 힘이 세진다. 거미마왕을 무찌르면 10000점과 황금날개를 얻는다.

경제주체들은 늘상 게임을 벌인다. 기업과 개인,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선택은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항상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이른바 ‘밀고 당기기’다. 경제주체들이 상대편의 행동을 감안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을 ‘게임이론’이라고 한다. 게임이론은 폰 노이만이 1928년 수학논문지에 발표했지만 사회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1944년 오스카 모르겐슈테른과 함께 쓴 <게임이론과 경제활동(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을 펴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물리학자인 P 모스가 잠수함 전투에 적용했고, 존 내쉬 박사가 1950년 협력모델 등을 연구하며 ‘내쉬의 균형’을 제기하면서 유명해졌다. 내쉬의 균형이란 상대방의 각 전략을 보고 각 참여자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해서 더 이상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균형상황을 말한다.

게임이론은 초기 2인 게임에서 시작됐지만 3인 이상의 유한게임, 무한 참여자가 참여하는 무한게임으로 확대됐다. 미리 게임의 내용을 설명하는 협조적인 게임과 아무 설명 없이 진행하는 비협조적인 게임, 각자 한 번만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적인 게임과 선택을 한 뒤 결과를 보고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는 동적인 게임이 있다. 또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고 진행하는 완전 정보게임과 일부 정보만 주는 불완전 정보게임이 있다. 각 참여자의 선택의 합이 0이 되는 제로섬 게임과 그렇지 않은 비제로섬 게임도 있다. 다양한 게임이 있는 것은 현실에서 경제주체 간 수많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속 경제

뽀로로와 치치왕자는 서로 싫어한다.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한 상황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서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지 않는 게임을 말한다. 두 명의 죄수가 경찰에 잡혔는데 서로 자백하지 않으면 무죄다. 그런데 상대방이 먼저 불고 내가 안 불면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먼저 불면 3년형에 그친다. 이 경우 두 사람을 각기 다른 곳에서 신문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은 반드시 죄를 분다는 것이다. 그게 내쉬의 균형이다. 뽀로로와 치치왕자가 서로를 무시했다면 당장 기분은 좋지만 거미마왕을 무찌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뽀로로와 치치왕자는 게임이론을 알고 있었을까.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