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 <하트 오브 더 씨>-귀하고 비싸진 ‘피크오일’ 고래기름

1819년 포경선 에식스호는 낸터킷 섬에서 출발해 고래잡이에 나선다. 하지만 15개월 뒤 남태평양 한가운데서 길이 30m 무게 80톤의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으면서 10분 만에 침몰한다. 21명의 선원이 남아메리카 서쪽 7200㎞에서 표류한다. 마실 물도, 먹을 것도 떨어진 상태에서 이들은 무려 94일을 버틴다. 최종 생존자는 8명. 22년 뒤인 1841년 포경선을 탄 허먼 멜빌은 에식스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쓴 소설이 <모비딕>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하트 오브 더 씨>는 멜빌이 소설 <모비딕>을 쓰게 된 과정을 담는다. 원작은 2000년 나온 동명의 논픽션이다. 멜빌은 조난당한 에식스호에서 살아남은 선원 니커슨을 찾아 그로부터 사건의 뒷얘기를 전해듣는다. 당시 일등항해사는 오웬 체이서다. 멜빌은 소설 <모비딕>에서 ‘에식스호’는 ‘피쿼드호’로, ‘오웬 체이서’는 ‘스타벅’으로 각각 명칭을 바꾼다. 130여년 뒤 두 명의 교사와 한 명의 작가는 항구도시 시애틀에서 자그마한 커피전문점을 연다. 소설 <모비딕>을 좋아했던 이들은 가게 이름을 ‘스타벅스’로 짓는다. ‘스타벅스’의 이전 이름도 ‘피쿼드 커피’였다.

[영화 속 경제] <하트 오브 더 씨>-귀하고 비싸진 ‘피크오일’ 고래기름

19세기 서구에서 포경산업은 대단히 번성했다. 고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고래를 짜내 만든 기름은 가로등과 램프 기름으로 쓰이며 도심의 밤을 밝혔다. 향유고래는 단연 인기였다. 한 마리만 잡으면 많은 기름이 나오는 데다 기름이 향이나 화장품 재료로도 쓰였다. 미국 포경산업의 중심은 매사추세츠주였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곳에 낸터킷 섬이 있다.

미국 북동부 낸터킷섬을 떠난 에식스호가 남태평양까지 간 것은 대서양에서는 고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간을 피해 숨은 고래 서식지까지 에식스호는 따라간다. 선원들은 가본 적이 없는 바다의 끝을 두려워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고래가 귀해지면서 수익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820년대 고래기름은 일종의 ‘피크오일(peak oil)’을 겪고 있었다. 전체 매장량의 절반을 써버려서 석유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피크오일(peak oil)’이라 부른다. 이는 1956년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가 도입한 개념이다. 킹 허버트에 따르면 석유생산량은 큰 폭으로 늘어나다가 특정 시점에 도달하면 급격하게 감소한다. 전체적인 곡선은 종 모양이 되는 이 곡선을 ‘허버트의 곡선’이라고 부른다. 허버트의 곡선은 심리적 요인이 강하다. 남아있는 매장량이 절반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석유생산자들은 생산을 갑자기 줄이고, 그러면서 가격이 폭등한다. 불안심리에 사재기까지 일어나면 가격은 더 뛰고, 세계는 석유분쟁과 대공황에 빠진다. 기름값 인상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업에 타격을 줘 식량생산도 급감한다. 포스트카본연구소의 리처드 하인버그는 전 세계의 원유생산은 2005년 5월에 고점을 찍었고, 원유생산량은 2010년부터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이면서 2030년에는 하루 3000만 배럴 생산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007년 현재 생산량은 8500만 배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기술개발로 새로운 유전을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시추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되던 유전들도 가격경쟁력을 지니게 된다.

영화 속 경제

에식스호 마지막 생존자인 니커슨은 자신을 찾아온 멜빌에게 “어떤 남자가 펜실베이니아주 땅을 뚫었는데 기름이 나왔다더군. 땅에 기름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가격도 비싸지고 구하기도 어려운 고래기름 대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았다. 대안은 땅속 기름이었다. 이제 땅속 기름이 바닥나려 하자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이른바 재생가능 에너지들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