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마션>…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프레이밍 효과’

대항해시절 조난당한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홀로 28년을 버텼다. 난파된 배에서 볍씨를 찾아 농사를 짓고, 산양을 붙잡아 기른다. 크루소는 섬 탈출을 시도하지만 방법이 없다. 지나가는 배가 들러 자신을 구해줄 때까지 살아 버텨야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은 로빈슨 크루소를 되살렸다. 이번에는 무인도가 아닌 화성이다. 1600년대 미지의 세계가 지구였다면 지금은 우주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아레스3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다 거친 모래폭풍이 몰아닥치자 비상탈출을 한다. 하지만 팀원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데려오지 못한다. 폭풍에 휩쓸려가버렸기 때문이다. NASA는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와트니는 살아남아 기지로 귀환한 상태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지에는 30일치 먹을거리와 물밖에 없다. 다음 탐사대가 화성을 찾아오기까지는 4년이나 남았다. 와트니는 감자 재배와 물과 산소 합성에 도전한다. NASA는 와트니 구출작전에 나서지만, 장애물이 첩첩이 가로막는다.

우주에서 실종되면 생존을 담보하기 힘들다. 물과 공기도 없고, 기온차는 엄청나다. 중력도 낯설다.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했던 무인도도 생존환경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구로 복귀하던 아레스3 탐사대는 뒤늦게 와트니의 생존 소식을 듣는다. 5명의 아레스3 탐사대는 고민에 빠진다. 이대로 지구로 귀환할 것이냐, 화성으로 돌아가 와트니를 구할 것이냐. NASA 국장은 묻는다. “한 명이 죽을 높을 확률과 여섯 명이 죽을 낮은 확률, 어느 것을 고를 것이냐”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질문이 어떻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판단이 질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같은 문제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아모스 트버스키와 다니엘 카너먼은 “미국에서 흔하지 않는 아시아 질병이 미국에서 발병할 경우 600명이 죽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질문을 피실험자들에게 던졌다. 한 그룹에게는 “프로그램 A는 200명을 구할 수 있고, 프로그램 B는 600명 중 3분의 1은 구하고, 3분의 2는 구할 수 없다”며 선택을 하게 했다. 그랬더니 72%는 프로그램 A를 택했다. 프로그램 B릍 택한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프로그램 C는 400명이 죽는다. 프로그램 D는 3분의 1은 안 죽고, 3분의 2는 죽는다”는 질문을 던졌다. 78%가 프로그램 D를 선호했다. 프로그램 C는 22%만 선택했다. 프로그램 A, B, C, D는 모두 ‘200명은 살고 400명은 죽는다’다. 하지만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바뀌었다.

재밌는 것은 사람들이 같은 값에서는 이득이 확실히 주어지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할 때는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프레이밍 효과는 <성장의 한계> 서문에도 쓰였다. “수련이 하루 두 배씩 늘어나 호수의 절반을 덮었다. 아직 호수의 절반이나 남았다고 할 것인가? 호수가 수련으로 뒤덮일 날은 내일이다”라고. 저자들은 이 서문을 통해 인류에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영화 속 경제

NASA 국장이 대원들에게 “한 명이 죽을 높은 확률과 여섯 명이 죽을 낮은 확률”이라는 질문을 던진 것은 아레스3 대원들의 신중한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한 임무라는 것을 대원들에게 명백히 고지시켰다. 고민하던 한 대원이 되묻는다. “내가 와트니와 같은 위험에 빠졌을 때 니들은 나를 안 도울 것이냐”고. 대원들은 ‘동료를 구하자’며 만장일치로 와트니를 구하기로 한다. 구조의 대상이 ‘이름 모르는 개인을 위한 희생’이 아닌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를 위한 도리’라고 프레임을 바꾸니 답은 쉬웠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