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부러진 날개’를 위한 치유의 과정

(주)제이콘컴퍼니

제목 숏텀 12(Short Term 12)

제작연도 2013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7분

장르 드라마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

출연 브리 라슨, 존 갤러거 주니어, 케이틀린 데버, 스테파니 베아트리즈

개봉 2015년 7월 2일

위험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을 단기 위탁 관리하는 보호시설 ‘숏텀 12’에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그레이스(브리 라슨 분)’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여장부지만 근래 들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 불안하기 그지없다. 직장 동료이자 동거남인 ‘메이슨(존 갤러거 주니어 분)’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설에 새로 들어온 반항소녀 ‘제이든(케이틀린 데버 분)’의 존재는 잊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며 그녀를 더욱 심란하게 만든다.

폭력이나 약물 등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 수용된 시설 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통의 학교와는 다르게 더욱 엄격한 감시와 규율로 통제된다. 규칙 중 흥미로운 하나가 있다. 관리시설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면 관리자들은 절대 아이들과 물리적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 중 일부는 내부의 반복된 학습과 일상이 답답해 외부를 향한 동경을 키우다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고, 몇몇은 이탈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바깥세상은 행복한 곳일까? 지금 머물고 있는 우물 안은 정녕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옥죄는 걸림돌일 뿐일까? 섣불리 결론을 단정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탈출을 꿈꾸는 것은 비단 아이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어른들 역시 보이지 않는 굴레 속에 퇴적된 개인사의 압박을 힘겨워하긴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문구가 하나 있다.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 좋은 뜻인 걸 알지만 현실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언젠가는 부러진 날개는 치유될 것이다. 만약 끝내 치유되지 못하는 날개를 가졌다 해도 날아보려는 그 노력의 과정 속에 깨달음은 찾아들 것이다. 영화 <숏텀 12>가 아름다운 이유는 도달하기 쉽지 않겠지만 분명히 존재할 희망을 굳게 믿으며 전달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되지 않은 연기와 전개는 이런 장점을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

한마디로 <숏텀 12>는 매우 현실적이며 따뜻하고 솔직한 작품이다. 소재의 선택이, 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그리고 잔잔하고 담백한 전개가 그렇다. 이야기의 전개는 등장인물의 심리변화를 고스란히 따른다. 연약하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사건은 무기력해 보이지만, 실상 그 내면에 흐르는 감정은 극도로 격양되어 있고 그래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런 위태로움은 결국 제어할 수 없는 격렬한 분노로 돌변해 폭발 직전까지 내달린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최소한의 관용마저 놓아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리고 힘겹고 서러울지언정 이겨내야만 한다는 처세의 교훈은 관객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터치스크린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은 오랜 기간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하며 내공을 쌓아왔다. 이 중 2008년 완성했던 동명의 20분짜리 작품을 확장, 재창조한 결과가 두 번째 장편인 이 작품 <숏텀 12>이다. 첫선을 보인 미국 SXSW 영화제 극영화 부문의 대상을 수상했고, 로카르노 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또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소개되어 호평을 이끌어냈다. 성실하고 일관된 작품 행보는 작품 속에 풍성하게 녹여냈던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과 더불어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더욱 특별한 요소일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