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초동대처 예산 때문에 실패했다?

병동 폐쇄로 인한 피해보상 질병관리본부가 결정 못해 신속대응 한계

6월 10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메르스 등 감염병 발생 초기에 병동 폐쇄 및 진료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병동 폐쇄로 인한 피해 손실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해 주도록 한다는 점이다.

김 의원이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은 메르스가 확산되기 이전인 5월 20일과 21일 질병관리본부의 대책회의 결과 보고서를 입수하면서부터다. 5월 20일은 평택성모병원 등 두 곳의 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환자로 첫 양성 진단을 받은 날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5월 20일 오전 8시20분에는 질병관리본부 전략상황실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고, 이날 저녁 6시에는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다. 다음날 낮 12시에는 국립중앙의료원 대회의실에서 또 한 번의 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다.

6월 1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첫 감염자로부터 대규모의 2차 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초기에 병동 폐쇄 못해 확산 못 막았다”
5월 20일 오후 6시에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는 1번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처럼 진료 중단 및 격리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병원 측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 22명 모두 자택격리 중이며 진료에 투입되고 있지 않으나, 이외 병·의원에서는 병원 형편상 병동 폐쇄 곤란, 진료 중단 수용은 곤란하다고 하거나 마스크 등 착용 후 지속 진료를 할 의사를 표현함’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해당 병·의원에서 진료 중단이나 대진을 실시할 경우 등에 정부 지원과 손실방안은 현재로서는 제도적 근거가 없으나 지속적으로 노력’이라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이 같은 내용은 5월 21일 낮 12시에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대외 주의’라는 표시가 찍힌 이 자문회의 결과 보고서에는 ‘병원 보상의 경우는 미국이 에볼라에 대응하면서 주요 도시마다 메이저 병원들이 참여한 것은 정부의 손실분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나타나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감염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으로 인하여 병동 폐쇄 또는 의료 중단된 의료기관에 유형·무형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넣었다. 김 의원은 “초기에 병동 폐쇄를 통한 진료 중단을 못해 확산을 막지 못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감염병의 초기에 병동 폐쇄 및 진료 중단조치로 조기에 확산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통제하던 메르스 대응 권한은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5월 29일 보건복지부로 넘어갔고, 급기야 6월 7일 최경환 총리대행이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만들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한 야당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은 결국 병원 폐쇄와 같은 조치에 따른 예산문제를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결정내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산에 대한 부분은 최경환 총리대행이 6월 7일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6월 7일 기자회견에서 최 총리대행은 “대응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재난관리기금, 예비비 등을 활용하여 신속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야당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에서는 아직 메르스로 인한 민간병원의 손실분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