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TV]‘추리’로 진화한 노래 프로그램

우리 민족이 ‘가무(歌舞)’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때 수많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릴 것 없이 득세했지만 어떤 프로그램이든 걸출한 실력을 가진 도전자가 반드시 나타나 화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수들이 하루에도 10팀 가까이 데뷔합니다. 이렇게 노래와 춤을 가까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노래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KBS1 <전국노래자랑>이 30년이 넘게 꾸준한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고, 아침프로그램은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노래자랑을 합니다. SBS <도전천곡>, MBC <주부가요열창> 등의 프로그램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혔습니다. 이렇게 노래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2000년대 중반 ‘극한의 경쟁’이라는 코드를 하나 더 얹음으로써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복면가왕 | MBC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 시리즈, SBS의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거기에 MBC <위대한 탄생>, KBS2 <톱밴드>, 엠넷 <보이스 코리아> 등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도전자의 실력과 거기에 가려졌던 개인사 그리고 생방송 경연이 빚어내는 긴장감과 감동을 버무려 연이어 히트상품이 됐습니다. 거기에 기존 가수들이 노래를 겨루는 MBC <나는 가수다>에 KBS2 <불후의 명곡>까지 노래 프로그램의 유행은 지지 않았죠.

요즘에는 거기에 ‘추리’라는 코드가 더해졌습니다.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으로 이제 단순히 노래를 겨루는 일로는 대중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방송가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의 정체를 가리는 각종 설정을 추가해 시청자가 노래를 즐기면서도 ‘저 노래 부르는 사람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듭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 엠넷

가장 각광받는 프로그램이 MBC <복면가왕>입니다. 지난 설 연휴에 파일럿(시범)으로 편성됐던 프로그램은 단 한 번의 방송에 10%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1부를 꿰찼습니다. 시청률은 아직 두 자릿수가 나오지 않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복면을 쓴 가수를 추리하는 누리꾼들의 글로 인터넷이 도배가 됩니다. <복면가왕>은 기본적으로 가수들이 경연을 하는 <나는 가수다>의 형식을 따왔지만 목소리를 빼고는 모든 정보를 가립니다. 얼굴도 개성있게 만든 가면에 가려집니다. ‘자체검열 모자이크’ ‘황금락카 두 통 썼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등 재미있는 별명도 따라옵니다. 노래도 듣고, 승부도 보고, 복면 뒤에 가려진 진짜 가수의 존재를 추리하는 재미를 줍니다.

엠넷에서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두 번째 시즌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복면가왕>과 정확하게 반대의 설정입니다. 출연자들의 얼굴을 모두 공개한 상태에서 목소리의 진짜 주인을 찾는 형식입니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히든싱어> 역시 추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초대가수를 섭외한 후 이 가수의 모창을 잘 하는 여러 명의 비연예인 출연자를 베일에 가려놓고 진짜 가수를 찾는 경연입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창으로 진짜 가수가 초반 탈락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듭니다. <히든싱어>는 벌써 네 번째 시즌을 예고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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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래 관련 프로그램의 진화가 빠르고 다양한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어떤 예능이 저물더라도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멸종은 결코 없을 겁니다. MBC <복면가왕> 형식의 중국 수출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