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더 로버-무법천지의 땅, 두 남자의 동행

제목 더 로버 (The Rover)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호주, 미국

러닝타임 103분

장르 드라마

감독 데이빗 미코드

출연 가이 피어스, 로버트 패틴슨, 스쿠트 맥네이어리

개봉 2015년 5월 28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최근 개봉해 국내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는 액션 대작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시리즈의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979년 공개된 첫 번째 작품 <매드 맥스>는 저예산의 한계를 풀풀 풍기는 거친 호주 작품이었지만 신인감독 ‘조지 밀러’를 단번에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로또가 되었다. 당시 무명배우나 다름없던 ‘멜 깁슨’ 역시 그 넉넉한 행운의 수혜자였다. 이번 네 번째 작품이 나오기까지 속편의 간극은 점점 멀어졌고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모든 속편은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조지 밀러에 의해 연출되었고 각각의 이야기 모두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변함이 없었다. 상영시간 내내 정신없이 등장하는 폭력에 반하는 근본적 인간애의 역설이다.

<매드 맥스> 시리즈뿐 아니라 많은 SF 영화들이 암울한 미래, 소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상가들이 그리는 미래가 늘 이렇게 무채색의 부정적인 세계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어떻든 이런 영화들의 결말과 주제 역시 대부분이 일맥상통한다.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한다!”

영화 <더 로버>는 여러 면에서 원조 <매드 맥스>를 떠올리게 한다. 일단 제작국과 황량한 무대가 호주란 사실도 공통적이지만 영화적 설정이나 인물들의 행동방식도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작품임도 분명한데 훨씬 더 조용하고 무거우며 사색적이다.

가까운 미래, 법과 질서가 사라지고 오직 생존만을 위해 폭력조차 묵인되는 무법의 땅이 되어버린 호주. 피곤에 지쳐 운전을 하던 남자(가이 피어스 분)는 잠시 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던 사이 차를 도둑맞고 만다. 필사적으로 차를 되찾으려고 강도들의 뒤를 쫓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얼마 후 부상으로 무리에서 이탈한 일당의 막내(로버트 패틴슨 분)와 조우하고 그를 인질삼아 다시 강도들의 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여정은 뜨거운 사막만큼이나 건조하고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솔직히 보편적 기준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규모도 작고, 적은 등장인물들도 전형적이며,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 혼을 빼놓는 것도 아니며, 극의 전개 방식도 평이하다. 영화 내내 끈질기게 유지되는 황폐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무기력함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젖어든다. 과장한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말의 작은 반전(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기도 한 장면)은 예상 밖의 충격을 안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코웃음이 나는 어이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 내내 일관되게 유지되었던 분위기와 감독의 의도를 공감하며 따라온 관객이라면 꽤 납득할 만한 설정이다.

터치스크린

확실히 평범치 않은 작품의 결과에는 감독의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이 큰 몫을 했겠지만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절대적이다. , <메멘토> 등의 작품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가이 피어스는 삶에 대한 애착을 잃고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의 무기력한 영혼을 광기와 절제가 공존하는 특유의 연기로 형상화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부티 나는 꽃미남 흡혈귀 역으로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로버트 패틴슨의 변신은 파격이라 할만하다. 영구, 맹구 버금가는 불안하고 덜떨어진 모습을 몸을 던져 실감나게 소화해내는데, 이전의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의 거침없는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