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란 뜨거운 ‘이학수 특별법’

박영선 의원 등 104명 지난 2월 발의… ‘삼성 삼남매’ 이익까지 환수 가능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불법이익환수법·일명 이학수법)이 4월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법이익환수법 개정안은 박 의원을 포함해 104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대부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지만 정희수·이한성·진영 의원 같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일단 4월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가 불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넘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법안은 박 의원 주최로 지난해 12월 한 차례 공청회를 가졌고, 지난 3월 26일 국회에서 또 한 차례 공청회를 가졌다. 법사위에서 제1법안심사소위로 넘긴다면 소위에서 검토한 후 다시 법사위 전체 상임위에서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아마 4월 국회에서는 이런 절차가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3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이익환수법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전원책 변호사 “특정 개인 응징 안 돼”
불법이익환수법은 소관위인 법사위뿐만 아니라 관련 상임위인 기획재정위도 거쳐야 한다. 이 법에 따라 환수한 재산을 해당 특정 재산범죄 피해자의 피해구제에 사용하기 위해 법무부에 특정재산범죄피해자 구제기금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 측은 “구제기금 설치로 세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고 환수된 재산으로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나 기획재정위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획재정위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법이익환수법은 ‘이학수 특별법’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지난 1999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 전 삼성구조조정본부 사장이 주도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에게는 현재 주가로 6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불법이익이 생겼고, 이를 환수하기 위한 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발의된 불법이익환수법은 ‘이학수 특별법’ 이상의 법이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이 삼성SDS의 BW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등 삼성 삼남매에게 헐값으로 몰아준 것에 대한 이익의 환수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학수 특별법’이 아니라 ‘이재용 특별법’ 또는 ‘삼남매 특별법’이라는 이름까지도 붙을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의 제5조 3항은 ‘환수청구는 환수대상 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환수대상 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이 예에서 제5조 3항 2호는 ‘특정재산범죄가 범인 외의 자를 위하여 행하여지고 이로 인하여 그 범인 외의 자가 환수대상 재산을 취득한 경우’라고 규정해 놓았다.

불법이익환수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제5조 3항 2호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이익에 대해서도 환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박영선 의원 측의 주장이다. 박 의원이 지난해 불법이익환수법을 구상할 당시만 해도 이 법이 이학수 전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 법이 이재용 부회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박 의원 측은 “당시 법리적 검토를 했을 때 이 부회장의 이익까지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독일 형법에서 해당 조항을 찾아 ‘이학수 특별법’에 명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형법 73조 3항에는 ‘정범 또는 공범이 타인을 위하여 (위법)행위를 하고 이로 인하여 타인이 일정한 물건을 취득한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에 의한 박탈 명령은 그 타인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박 의원 측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일명 유병언 특별법)이 독일 형법의 내용을 많이 참조했는데, 유독 이 조항의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2008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삼성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전성인 교수 “민사적 환수 절차 필요”
이재용 부회장이 얻은 이익까지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이 들어가면서 불법이익환수법은 여의도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법사위의 한 야당 의원 측은 “무엇보다 4월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절차가 진행되려면 박영선 의원이 법사위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의 한 여당 의원은 이 법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다. 이 여당 의원 측은 “아직 이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월 26일 공청회에서 박영선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의원님들로부터 이런저런 곳에서 전화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이 밖에도 이런저런 소문이 있는데 그것이 그저 소문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류 의원은 인사말을 요청하자 사양해 미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공청회에서는 찬반 토론이 뜨겁게 벌어졌다. 전원책 변호사는 “설사 대중이 공감할지라도 이 법처럼 소급입법을 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또 “어느 특정 개인을 응징하기 위해 만든 개별사건 법률은 원시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우 법무부 검찰국 국제형사과장은 “민사상 환수 역시 형벌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범죄사실’을 민사소송 절차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역시 이 법안의 소급입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찬성 쪽 입장에 섰다. 전 교수는 “재산 관련 범죄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재산 또는 이익의 획득인데,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된 사람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범죄의 목적 그 자체를 충분히 제거하지 못한다”면서 “이 법안은 민사적 환수를 통해 범죄의 목적 그 자체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유럽 등에서는 민사적 환수절차가 도입돼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 일사부재리나 소급입법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