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물의 소중함 강조한 기념우표

전 세계 물 부족, 물 재난 등과 같은 물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이 그 무대다. 세계물포럼(World Water Forum)은 민간 국제기구인 세계물위원회(WWC) 주관으로 1997년부터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행사다. 3년마다 열려 ‘물의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170여개국의 각료를 비롯하여 전문가, NGO 등 연인원 3만5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때보다 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는 이유다. 이번 대구·경북 포럼의 주제는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Our Future)이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물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세계적인 행사를 앞두고 우정사업본부가 빠질 수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제7회 세계물포럼을 맞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일반적인 우표 모양과 달리 물방울 모양의 스티커 우표와 물병 형태의 전지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물을 다음 세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170여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포럼을 기념하는 우표 발행이 물 부족, 수질오염, 홍수피해 등 전 세계 물 문제를 함께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다음달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기념우표 1종 100만장을 지난 12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물 부족 문제가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진부하다. 이미 수자원 분배, 수질 저하, 가뭄 등으로 지역·국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재난에 대한 걱정은 새삼스럽게 ‘라이벌’(rival)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라이벌은 ‘같은 하천을 이용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리발리스’(rivali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먼 옛날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도시를 만들었다. 강은 도시에 식수와 식량과 윤택한 생활을 제공했다. 당연히 물 사용권과 더 많은 할당량을 얻기 위해 잦은 다툼이 벌어졌을 것이다. ‘리발리스’에서 ‘라이벌’이라는 의미가 파생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경쟁의 끝은 전쟁이다. 물을 얻기 위한 전쟁은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을 ‘도륙(屠戮)의 나라’라고 규정했던 중국의 사상가 량치차오(梁啓超)는 최초의 중국 통일을 이룬 진나라 때(기원전 221년)부터 1920년까지 2140년간 중국에서 국가적 규모의 전쟁이 무려 160회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전쟁 기간은 896년이다. 3년 중 1년은 죽고 죽이는 피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전쟁의 이유야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물도 빼놓을 수 없다. 물이 부족한 북방세력과 물이 풍부한 남방세력 간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수자원과 관련한 무력분쟁이 41건이나 발생했다. 미국 태평양연구소의 분석이다.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인도와 파키스탄의 물전쟁은 히말라야 산맥의 얼음이 녹아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으로 흘러가는 체납강의 수자원 개발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무 다리아강과 시르 다리아강 사이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인접한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2개의 강 사용권을 놓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 때문에 고통받는 건 물전쟁 국가만이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1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어린이들은 한 모금의 물을 위해 수십㎞를 걷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생 끝에 얻는 것은 수인성 전염병균에 오염된 흙탕물이 고작이다. 중동의 여러 나라는 석유보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한 병의 물을 산다. 한국도 물 부족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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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현상은 악화일로에 있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유엔의 전망에 따르면, 10년 뒤인 2025년에는 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21세기 중반에는 최대 60개국에서 7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핵전쟁보다 무서운 물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