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한류는 금방 식을 일시적 현상 아닙니다”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비교문화학과 교수인 우테 팬들러는 세계 각국의 영상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한국 팬’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다. 방학을 맞아서 우테 팬들러 교수가 한국에 왔다.

우테 펜들러(Ute Fendler·49). 그는 독일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연구자이자, 본인 스스로 ‘한국 팬’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다. 독일 바이로이트대학교 비교문화학과 교수이며, 세계 각국의 영상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논문을 꾸준히 쓰고, 유럽에서 열리는 한류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해 논문을 발표한다. 한국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한국을 방문할 때 통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해서 한국어 강의를 열심히 수강하고 있다. 취미는 대학생 딸과 함께 한국영화 감상하기, K-POP 뮤직비디오 보기이며, 방학 때는 한국에 와서 한국 가수들과 영화인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독일 매체에 기사를 쓴다. 우테 교수와 인연을 맺은 지 2년째. 매일 메신저를 통해서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가 한국에 사는 사람 같고, 내가 외국에 사는 사람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한국의 공연 소식, 아이돌 그룹의 해외 공연 일정, 외국에 소개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기사 등등을 매일같이 보내오고 질문하는 사람. 한국에서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나도 그의 질문에 대답하고 그의 정보력을 따라가려면 숨이 찬다.

방학을 맞아서 우테 펜들러 교수가 한국에 왔다. 앞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딸과 함께 입국한 그를 만났다.

우테 펜들러 교수. 그는 독일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연구자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인가요.
“만나고 싶은 한국 예술인들이 많지만, 그들이 너무 바빠서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소속사를 통해서 인터뷰를 요청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지코와 에픽하이의 콘서트도 관람할 계획입니다.”

어떤 계기로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제 딸이 2012년 여름부터 한국의 뮤직비디오를 보기 시작했고, 저도 다른 음악문화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엔 중국영화와 일본영화를 주로 감상했는데요, 2013년부터는 체계적으로 한국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TV 드라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저는 독일, 프랑스, 미국, 아프리카의 TV 드라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기에 다른 문화의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매우 재밌습니다.”

한국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꽤 받았는데요. 특히 김기덕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피에타’와 ‘빈집’, ‘올드보이’는 유럽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대중의 선호에 대해 논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지만, 이 영화들은 독특한 미학을 가지고 있어요. 카메라, 몽타주, 빛, 소리를 조화롭게 잘 다루는 작품들입니다. 새롭고 다채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영화를 유럽인들은 원하죠. 특히 전위적인 방식으로 새로움을 보여주는 영화의 가치는 높게 평가됩니다. 한국영화는 그런 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요. 또한 유럽인들은 유럽이나 미국 이외의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비주류’ 혹은 ‘새롭게 등장하는’ 영상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아시아는 매우 오래되고 숭고한 문명을 가지고 있어요. 독일은 아시아 문화에 대해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한국의 예술적인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죠. 김기덕과 박찬욱의 영화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줍니다. 모든 미학적 수단을 이용하여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해내죠. 심도 있는 고민이 담겨 있구요. 그들은 사랑, 장애, 복수와 용서, 외로움,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 일생과 직업 혹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합니다. 한마디로 수준이 높아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셨는데요.
“‘놈놈놈’은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좋은 배우, 좋은 액션, 환상적인 고난이도 연기와 사운드 트랙까지 고루 갖췄어요. 이 영화는 이미 1970년대 이탈리아 서부와 최근 미국에서 나왔던 ‘론 레인저’의 인물 유형, 플롯을 아시아적 배경에 담아낸 것인데요, 서양의 장르를 동양적 요소와 결합하여 새롭게 창조해낸 영화입니다. 서부영화 장르를 존중하면서, 장소를 동아시아로 옮기면 어떤 전개가 펼쳐지는지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장르의 변화를 즐길 줄 아는 대중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김지운 감독과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한국영화는 유럽에서 인정받지만, 미국의 영화제에서는 상을 받지 못해요. 왜 그럴까요?
“미국의 영화문화는 주로 스튜디오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독립영화와 실험영화도 이러한 흐름이 지배하죠. 게다가 미국의 영화시장은 너무 커서 자국의 시장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고, 외국영화 개방에 관대하지 않아요. 유럽의 영화문화는 미국과 다릅니다. ‘영화 저작권’을 매우 존중합니다. 영화감독은 개인의 스타일을 존중받고, 아티스트로 대우받으며, 새롭고 색다른 것을 창조해내기에 좋은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죠. 아주 규모가 작은 영화들도 쉽게 유럽의 영화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요. 유럽 시장은 미국 시장에 비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비서구영화와 개성파 감독의 영화를 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런 배경이 한국영화의 진출과 수상에도 영향을 준 것이죠.”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 경향신문

독일 내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특별한 인정을 받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그의 영화에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성, 또는 잔인성이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장면 때문에 김기덕의 영화를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김기덕의 영화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못지않게 남성에 대한 폭력 또한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사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폭력에 의해 지배되지요. 일상적인 행동도 폭력의 일부분이며, 그 때문에 호불호가 존재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인류의 본질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유럽의 평론가들은 그의 영화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의 영화가 유럽 스타일에 부합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김기덕의 영화는 고유한 ‘김기덕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유럽인들은 독특한 시각에서 그리는,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의 영화 연출법을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어서 눈을 감고 보는 장면도 많습니다.”(웃음)

한국영화는 유럽의 영화제에서는 인정을 받지만, TV 드라마처럼 한류의 중심에 서지는 못하고 있어요. 어떤 점을 보완하면 해외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한국은 매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다양한 관객층에 호소하고, 새로운 방식의 홍보가 필요해요. 한국영화가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서부영화처럼 시각적인 언어, 서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죠. 또 중요한 것은 인식을 바꾸는 것인데요, ‘예술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한국적인 것, 동양의 정신을 영화에 담아내는 영화감독이 훌륭한 예술가라는 인식을 감독 지망생과 대중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한국의 정치적 문제, 역사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분단, 전쟁, 간첩 등과 같은 소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고 큰 관심을 받는 주제들입니다. 한 예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럽인들에게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변호인’과 같은 영화는 흥미를 끌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나, 유럽은 예외 지역인 것 같아요.
“유럽은 북미에서 많은 드라마를 수입해서 방영해 왔습니다. 동시에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덜 수입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큰 프로덕션을 만들었죠. 또한 TV에서도 영화 방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외국 드라마를 많이 수입하지는 않아요. 비교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조사를 해보면 한국 드라마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기가 많아요. 한국 TV 드라마들은 대개 ‘겨울연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세대 갈등이나 명예, 가족, 사랑에 대한 주제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좋아하는 주제죠. 그래서 이러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한국 드라마를 이질적으로 느끼지 않아요. 그리고 그들 문화권에서는 드라마의 전개 속도가 영화보다 느립니다. 한국 드라마도 느린 전개가 어려운 스토리를 따라오도록 만들고,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아요.”

한국 드라마 중에서 ‘겨울연가’와 ‘대장금’은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되었는데요.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인기가 뜨겁습니다. 두 드라마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저는 ‘겨울연가’가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겨울연가’의 줄거리는 간단하고 아주 고전적인 패턴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뜻밖이었어요. ‘대장금’은 당시 시대에 대한 지식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구성한 사극입니다. 또한, 대장금은 동화적·영웅신화적 요소가 많아요. 신분과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성공하는 내용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좋아하는 내용이죠. 양반과 서민의 사회적 갈등을 사랑 이야기의 요소와 잘 결합하여 보여주는 대장금은 유럽인들이 보아도 흥미롭습니다. 음식문화와 의상도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특히 음식은 꼭 맛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죠.”

외국인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 중에 하나가 ‘신맛’과 ‘발효음식’에 대한 것이었어요.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저도 ‘대장금’에 나온 발효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어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연구도 오랫동안 해 오셨는데요, 아프리카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2000년 혹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나라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제작 이전에 TV 방송국들은 주로 같은 언어권 국가에 속하는, 그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에서 외국 드라마를 무료로 제공받아 프로그램을 편성했습니다. 그들은 상류층 이야기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에 대한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죠. 동시에 그들은 다른 나라를 통해서 ‘뭔가를 배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들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요, 지금은 한국 드라마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죠.”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이 갖는 약점이 있다면.
“한국 드라마의 전개는 매우 느립니다. 한국 드라마는 참신한 것을 계속 발굴해내지 못하고, 여전히 비슷한 주제와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한 ‘겨울연가’의 예를 들면,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주인공들이 20대 후반으로 보여서 집중도가 떨어졌어요. 아역 배우를 썼어야 해요. 스타 배우에 의지하다가 일어난 실수라고 봐요. 드라마에 삽입된 OST가 느리고 또한 자주 삽입되어서 다소 지루했어요. 스토리의 진행을 더 느리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까요? 이건 빠른 스토리 전개를 좋아하는 유럽인의 일반적인 생각이고, 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인들은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문화권마다 드라마를 수용하는 이유가 달라요.”

K-POP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추세입니다. 교수님께서도 K-POP 뮤직비디오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셨는데요, 교수님이 생각했을 때 베스트 뮤직비디오 5개를 선정하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많은 뮤직비디오들은 가수들이 카메라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그건 특별하지 않아요. 하지만 몇몇 그룹의 뮤직비디오는 영화적 미학을 잘 이용하고 있어요. 이러한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로서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첫째, 빅뱅의 ‘Fantastic baby’는 몇 편의 장편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그룹의 멤버들은 각각 자신의 개성을 옷 스타일 등을 통해 잘 연출해내죠. 그룹의 독특한 개성 또한 강합니다. 춤과 음악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경찰과 대립한다는 주제는 ‘Fantastic baby’의 핵심적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마스크를 쓴 반군은 결국 그것을 벗고 동요 멜로디에 맞춰서 사자의 탈을 쓴 멤버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춥니다. 갈등을 해소하고 다같이 춤을 추고, 동요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재미있었어요. 한 편의 영화예요. 그 동요와 사자춤을 한국인들이 다 아나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동요인데 갈등을 해소하고 한바탕 같이 노는 장면에 삽입하기에 적절한 국민 동요예요. 전통 춤인 ‘북청 사자놀이’ 또한 마찬가집니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자춤을 춥니다. 나라마다 색깔과 형태가 조금씩 다른 사자가 등장해요. 이 두 가지는 한국인들만 재미있어 할 줄 알았는데 외국인들도 재미를 느꼈다니 흥미롭습니다. 새로움, 신선함을 발견한 재미겠지요.
“두 번째는 블락비의 ‘닐리리 맘보’예요. 최고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합니다. ‘닐리리 맘보’는 그들의 음악에 정점을 찍은 곡입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돈과 부를 좇는 현대판 해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큰 항구에 정박해 있는 보트에서의 화려한 장면, 집에서 갱스터를 만난다는 색다른 설정 같은 액션 스릴러 패턴은 서부영화의 특징을 보여주죠. 몽타주가 환상적이고, 카메라의 시점이 자주 바뀌고, 영상과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좋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닐리리 맘보’라는 제목의 한국 노래가 또 있다고 들었어요. ‘닐리리’라는 발음도 신선하고 재밌어요.”

1960년대에 여성 듀엣 ‘은방울 자매’가 부른 국민가요예요. 제목이 국민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죠. ‘닐리리’는 퉁소와 같은 한국식 피리 소리를 입으로 흉내낸 말인데, 흥이 날 때 쓰는 의성어예요.
“세 번째는 탑이에요. ‘Doom Dada’ 뮤직비디오는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설정이 색달라요. 네 번째는 지드래곤의 ‘쿠데타’입니다. 명성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체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엔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토리가 공감을 살 수 있어요. 카메라는 앵글의 높낮이를 잘 활용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그림’에 가까운 미장센을 활용한 것이 훌륭했어요. 마지막으로 B.A.P의 ‘Warrior’와 ‘Power’는 스토리도 탄탄하지만 훌륭한 영화적 장치를 사용해서 예술적인 화면을 연출해낸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K-POP 그룹은 미국, 유럽, 아시아 및 중동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 같나요.
“미국의 보이 그룹은 1990년대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현재는 전무해요. 또 미국에서 힙합이 시작되었고 여전히 힙합을 좋아하죠. 마치 흑인처럼 랩을 잘하고 춤 또한 잘 추는 한국의 보이 그룹은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요. 또한 세련되고 개성 있는 스타일과 의상, 수준 높은 무대 연출은 K-POP 그룹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특히 미국의 음악시장이 이런 매력을 가장 흥미롭게 봅니다. 나아가서 K-POP은 신생국가에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아시아 및 중동에서 인기를 얻는 데 어떠한 장벽도 없어요.”

다른 나라의 뮤직비디오와 K-POP 뮤직비디오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K-POP 뮤직비디오는 확실히 다른 나라의 뮤직비디오와 다릅니다. K-POP 그룹은 완벽한 설계를 하고 움직이는 것 같아요. 이름, 팬클럽, 컴백 시기, 콘서트, 포토북, 팬미팅 등이 하나의 패키지입니다. 공연도 거의 완벽합니다. 안무는 고난이도의 춤동작을 보여주고, 가수들은 세련된 스타일로 모든 걸 소화합니다. 한국 소속사의 관리능력이 대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가수들이 너무 고된 훈련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들의 종합적인 연출력에 놀라고 있어요.”

일부 외신에서는 한류가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십니까.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저는 한류가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산 지역이 넓고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의 스타일과 퍼포먼스에 많은 변화를 주고, 미국처럼 다른 나라의 대중문화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한류는 질적으로 더 향상되어야 하고, 새로운 미학적 수단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류는 계속 확장될 거예요. 금방 식을 일시적 현상이 아닙니다.”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입국 첫날의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했다. 현장 방문과 인터뷰는 그에게 희망을 줄지, 실망을 줄지 아직은 미지수다. 모든 취재가 끝난 후 우리는 다시 깊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우테 펜들러, 당신의 한국 문화기행이 즐겁고 보람 있기를 빕니다!

<박상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