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우정사업 위기극복 해법은 사업 다각화

“변해야 산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2013년 7월 취임 이래로 신규사업 개발의 필요성을 입에 달고 산다. 우정사업 상황을 고려할 때, 신규사업 개발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2002년 55억통이었던 우편물량이 2014년 말 43억통으로 줄었다. 22%나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예금, 보험의 자금운용수익도 시원치 않다. 그 결과, 2011년부터 연속 4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는 500억원이 넘었다. 문제는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가느냐였다. 김 본부장의 침묵은 길었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 골몰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 중앙우체국에서 개최된 투자설명회에서 드디어 그 실체의 일단이 드러났다. 광고·판매대행, 복지서비스, 부동산 임대업 등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 플랫폼으로 변화해 나가겠다는 비전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조사에서 일반인이 제안한 내용”이라면서 우체국과의 제휴·협력이 가능한 사업을 소개했다. 판매대행(문구, 전자제품, 웨딩, 여행상품, 휴대폰 액세서리), 우체국 고객 DB를 활용한 마케팅, 물류망을 활용한 공동사업, 무인물류시스템 구축, 노후 우체국 개발(호텔, 업무시설, 외국인관광객 체험 휴게방·커피전문점) 등이 그것이다. 즉 우정사업본부가 이들 사업을 하는 데 유휴공간, 물류네트워크, 시스템 등 자사의 자원을 민간에 개방하고 제휴하겠다는 의미다. 신상열 우편신사업과장은 “민간에게 싼값으로 우리의 자원을 제공하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민간기업이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우체국 자원과 결합해 상품화하고 양측이 수익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확대재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우체국의 유휴공간에 주목, 이곳을 ‘혁신의 사업장’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민간기업이 검토할 수 있는 정책 리스트를 만들어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역발상도 돋보인다.

김병수 우편사업단장이 1월 30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체국 투자설명회’에서 ‘우체국 제휴 협력 사업추진방향’에 대해 발표 하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신규사업의 밑천은 부동산이다. 우체국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3542개나 있다. 모두가 사업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168개 우체국의 창구 공간을 축소하거나 금융창구 재배치를 통해 확보한 여유공간을 민간시설로 개방해 신규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 여의도·마포·영동우체국을 임대국사로 개발하고, 도심지 노후국사 5곳(용산·성남·양천·해운대해수욕장 우체국, 안양집중국)을 민간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최대 우편물류와 금융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4만4000여명의 인력, 29개 물류센터, 3028만여개의 전국 주소 DB, 2100만명의 고객정보, 1000여개 우체국쇼핑 공급업체 등은 우정사업본부만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들이다. 이 네트워크의 위력은 2013년 9월 판매대행을 시작한 우체국 알뜰폰과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중고휴대폰 매입 대행서비스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현재까지 18만여명이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에 가입했다, 중고휴대폰 매입 대행서비스는 사업 개시 15일 만에 스마트폰 3000여대, 폐폴더폰 3만4000여대를 매입하는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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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자설명회에서 제시한 신규사업이 ‘우정 혁신’으로 이어지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정사업본부의 자원이 부동산과 네트워크 임대사업 수준을 넘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결합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결국 민간의 호응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