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다음 생엔 하루살이로 태어나 노을 진 저녁에 춤만 추다 가고 싶어”

“사랑이 없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곳곳의 참사들…. ‘눈무리 아플 가려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요즘 가장 많이 울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글 쓰는 사람 치고 나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눈물이 앞을 가린다’가 어법상 맞지만, ‘눈무리 아플 가린다’가 더 눈물겹지요.”

우연히 들어간 신선의 마을에서 사흘을 지낸 뒤에 백발이 되어버린 소년 ‘은백’. 그를 꿈에서 만났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모든 존재와 합일될 수 있는 신비로운 마을에서 노닐던 소년은 ‘벽오금학도’를 들고 속세로 나온다. ‘벽오금학도’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다시 선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예언과 함께. 소년은 세속의 욕망과 집착을 버린 후 다시 신선의 마을로 돌아가는데….

이외수 작가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그린 그림을 매일 SNS에 올리고 있다.

지난밤 <벽오금학도>를 읽다가 잠든 덕분이었다. 이외수의 신비로운 문장은 머릿속에 붓 한 자루를 들고 나타나 춤을 추며 그림을 그렸다. 1993년, 열일곱 여고생은 국어 수업시간에 국어책 속에 <벽오금학도>를 끼워놓고 열심히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어디를 가나 네가 우주의 중심이니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우연이란 결단코 없는 법이니라.’

‘온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하늘만 감동시키면 운명이 달라지나니….’

눈치 빠른 국어선생은 책을 빼앗아 문학소녀의 머리를 열일곱 번 내려친다. 덕분에 소녀는 눈앞에서 황금 별들이 쏟아지는 몽롱한 체험을 한다. 그때 처음 알았다. 재미와 교훈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매를 맞으면 치욕스럽지 않다는 것을. ‘그러므로 문학은 위대하다’고 그날 책장 어귀에 써놓은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소년 ‘은백’은 ‘외수’의 다른 이름이다. 백발 소년의 이부자리 밑에는 ‘벽오금학도’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오늘 대화 잘 풀리면, 그 그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미치자 머릿속 붓 한 자루가 일어나 먹물에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오늘은 선생님 소설 얘기부터 시작해요. <꿈꾸는 식물>, <고수>, <칼>, <벽오금학도> 등 다수 작품을 통해서 동양적 신비로움 속으로 독자를 이끌었죠.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같고 그 속에 내가 있으며 내가 곧 삼라만상의 경지를 그려보겠다. 영혼의 세계가 무대가 되는 순도 높은 작품을 쓰겠다”고 말씀하신 후 작품을 통해서 의지를 실현해 내셨는데요.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소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까요.
“나는 오행(五行)을 바탕에 깔고 물과 같은 인간, 불과 같은 인간, 나무와 같은 인간, 흙과 같은 인간으로 인물 연출을 해보고 싶어요. 최초로 오행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그러면 상생과 상극이 명확해지고, 갈등의 문제나 해결의 문제도 철학적·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를 닮은 인간들의 이야기라…. 역학(易學)을 공부한 작가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에 기대가 큽니다. 얼마나 기다려 드릴까요.
“최소한 2~3년만 지나면 쓸 수 있지 않을까.”

역학 공부를 하는 벗이 말하길, 제 사주는 오행 중에 금(金)이 없는 게 큰 결함이래요. 어디 그것뿐이겠어요. 저는 결함투성이에요. 그걸 창조적 에너지로 쓸 수는 없을까요.
“‘톰슨 가젤’이라고 하는 종의 7% 이상은 결함 요소를 가졌어요. 의도적으로 그 7%를 잉태하고 낳아요. 우수 요소 또한 7% 있어요. 우리가 생각할 때는 우수 요소가 진화를 끌어가고 전체를 보호하고 발전시킨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양쪽의 7%가 중간의 86%를 지탱해주는 거예요. 가장 소중한 존재는 7%의 결함 요소예요. 왜냐하면 목숨을 바치기 때문입니다. 천적에게 지목당하고 목숨을 바쳐서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전체가 도망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얼마나 거룩한 존재입니까.”

7%에 속한다고 비관할 게 아니라 나 또한 거룩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되겠군요.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서 의식을 바꿔야 하는 겁니다. 인간 전체가 받아야 할 서러움을 장애인이 다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얼마나 거짓투성이고, 사랑을 부르짖으면서도 얼마나 가식적인가를. 약육강식, 생존경쟁이란 단어를 나는 가장 싫어해요. 그건 동물들의 세계야.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유일한 자부심은 어떤 동물이든지 이길 수 있는 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동물이든지 사랑할 수 있는 가슴에 있는 거지요. 7%는 거룩하고 눈물겨운 존재들이에요. 결함은 진화의 핵심 요소입니다.”

7%를 존중하지 못하고 ‘갑질’ 하는 종자들이야말로 인성이 진화하지 못한 진짜 ‘결함’을 가진 존재이군요. 요즘 뉴스에 매일 나오는 ‘갑질’하는 7%의 이야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수준’ 문제입니다. 개인의 인격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가지는 문화 수준과도 관련이 있어요. 물질을 절대시하고 경제 타령만 해서 생긴 현상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늘 정치가 자랑하잖아요. OECD 국가 중에서 경제력 12위라고. 우리가 아직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됩니까? 자동차 5대 생산국이고, 세계 1위인 영역도 많습니다. 그런 건 다 감추고 계속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라고 부담주고, 담뱃값 인상하고, 이게 수준 이하의 갑질이죠. 표면만 훑고 지나가는 시각과 판단, 뭐가 잘못되면 그걸 없애버리려는 건 단순명료하긴 합니다만, 그 이후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는 거죠.”

‘을’이라고 규정된 우리들은 그들의 ‘갑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을이 아니라고 생각해야지요. 내가 갑이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뭡니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주인입니다. 어디 하인들이 감히 주인들한테 갑질을 합니까!”

항암투병하면서 그린 그림들.

‘어디를 가나 네가 우주의 중심’이란 구절을 다시 떠올려야겠습니다. 인성이 진화하지 못한 심각한 ‘결함’을 가진 자들이 ‘갑질’을 하는 시절입니다. 세상의 이면을 찌르는 이외수의 세태풍자는 날카롭고도 유쾌해서 계속 여쭤보고 싶지만, 선생님 혈압을 높인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투병하는 동안에는 뉴스를 안 보시면 안 될까요.
“봐야죠. 사랑이 없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곳곳의 참사들…. ‘눈무리 아플 가려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이 요즘 가장 많이 울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글 쓰는 사람 치고 나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눈물이 앞을 가린다’가 어법상 맞지만, ‘눈무리 아플 가린다’가 더 눈물겹지요. 글 쓰는 사람들이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은 맞춤법을 못 맞추는 사람들의 진실성까지 헤아리는 거지요. 타인의 눈물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 해요.”

이제 우리 사랑 얘기를 하기로 해요. 헌 사랑이 가면, 새 사랑이 정말 오나요.
“새 사랑을 맞으려면 내가 새것이 되어야 해요. 내가 옛 사랑에서 못 벗어나고 헌 사람인 채로 있으면 안 옵니다. 내가 새 인간이 되어야만 새 사랑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사실 해가 바뀌면 맨날 새해라고 하는데, 내가 새것이 되지 않으면 새해는 안 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변했을 때, 내게 사랑이 식은 그 사람을 잡아야 합니까, 보내주어야 합니까.
“눈빛이 왜 변했겠어요. 그 원인을 나한테서 찾는 것이 중요하죠. 대개의 경우 여자들은 감성적이고 예민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의심을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 전에 대화를 통해서 내가 고쳐야 할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좋겠어요. 자존심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깨뜨릴 수 있는 거죠. 의심과 원망, 자존심만 버려도 남자든 여자든 사랑받을 요소가 더 많아져요. 내가 변화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세요.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니까, 눈물에 진심을 담아서 얘기해보는 거예요. ‘난 모자란 점이 많다는 걸 안다,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노력하겠다, 말해 달라’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존심을 깨뜨리는 거, 참 어려운 일이에요.
“거기에서 내면적 아름다움이 묻어나오는 거죠. 그것은 아주 중요해요. 아름다운 것은 버릴 수가 없어요. 어떠한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랑할 수 없잖아요? 문제를 나에게서 찾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요? 상대에게 복수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의심하는 것도 고쳐야 할 나의 문제점이지요.”

그래도 회복이 안 되는 사랑이라면 잘 보내주고, 내가 새 사람이 되어서 새 사랑을 맞아야겠네요. 그럼 결혼은 하는 게 좋습니까.
“정말 사랑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내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대상이 있다는 건 행복과 직결되거든요. 요즘은 다 조건을 따지는데, 조건을 따지는 건 거래지요. 결혼을 조건으로 따질 수 없어요. 내가 주례를 가끔 서면 이렇게 말해요. ‘여자는 남편을 기죽이면 안 된다. 집에서 기죽는 남편은 바깥에서도 기죽는다. 여자만 지켜야 할 덕목이 아니라 남자도 똑같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가.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는 여자에게 목숨을 바친다. 여자는 자신을 아름다워 하는 남자에게 목숨을 바친다. 예쁜 것은 곧 사랑의 발로다.’ 인간은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랑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남자는 항상 외형으로든 내면으로든 여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애를 써야 하고, 여자는 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남자는 능력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결혼이라는 걸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인정이 필요해요. 대개 자기 조건이 부족한 사람들이 상대의 조건이 좋길 바라죠. 그러면 불행해지는 겁니다.”

그럼 어떤 배우자를 찾아야 합니까.
“착해야 돼요. 착하면 손해 본다고 그러는데, 진짜 착한 사람은 불의를 보면 화 낼 줄 알아요. 진짜 착한 사람은 비굴하지 않아요. 그래서 착한 사람을 찾아야 됩니다.”

진짜 착한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군요. 그런 사람을 찾아서 결혼을 했는데 다른 여자를, 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어떡하나요.
“한 사람을 사랑하라는 법칙은 없어요. 예수도, 부처도 한 사람만 사랑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나라별로, 시대별로 내가 속한 사회에서 만든 ‘제도’가 있어요. 가령 일부일처제인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서 남자가 확 줄어들었어요. 그러면 일부다처로 변해요. 남자가 귀해서 생긴 현상이니까 죄악시할 수 없어요. 그런데 육체적으로 잘 맞고, 정신적으로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났어. 그때는 기존의 배우자가 하찮아 보일 수가 있겠지요? 그렇다면 ‘아, 이렇게 나랑 잘 맞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되, 배우자를 잊으면 안 돼요. 왜냐하면 결혼식을 올릴 때 만인 앞에서 약속했잖아요. 도저히 안 되겠다면 일부다처, 일처다부의 제도가 있는 나라로 가야지요.”

미혼인 사람이 결혼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어떡해야 합니까.
“일단 상대의 의사를 타진한 다음에 상대 배우자의 의사도 타진해야만 합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집으로 찾아오는 여자들도 있었어요. 내가 우리 마누라하고 함께 얘기하자고 그랬어요. 아내는 ‘둘이 한 번 같이 살아 보시오’ 하며 여자를 내 작업실로 보냈어. 술만 엄청 먹고 욕만 잔뜩 얻어먹고 돌아갔지. 저는 그 사람한테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 아내를 둔 사람은 딴 마음을 먹을 수 없겠네요.
“남자보다 여자들이 마음이 약해서 사랑에 많이 흔들립니다. ‘저런 남자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보통 다 임자가 있어요. 내 자식이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겁니다. ‘네가 결혼했을 때 너의 남편을 못 견디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치자. 어떡할래? 줄 거야? 생물학적 콩깍지 현상은 대개 3년을 못 간다. 나한테 없는 인자, 우수 인자가 있는 사람한테 흔들리게 만들어서 완성도가 높은 2세를 만들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생물학적 콩깍지 현상은 3년 지나면 끝나버리는 거란다.’”

부부 사이는 생물학적 콩깍지 현상이 침범할 수 없는 믿음과 의리가 있는 거네요. 제도보다 더 중요한 이유겠어요.
“그렇죠. 숙명 같은. 그런 난관에 부딪힌다면, 내 전생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미안하다, 전생에 빚 많이 져서….”

‘사랑’에 대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깨닫기 이전의 삶은 전생이라고 지난주에 말씀하셨죠. 전생에서 현실로 건너오겠습니다. 취업이 안 돼서 괴로운 청년들은 어떤 꿈을 꾸어야 합니까.
“대한민국에서는 20대에 성공을 하거나, 취업을 하고, 출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대는 다몽(多夢)기입니다. 박지성을 보면 축구가 꿈이 되고, 박세리를 보면 골프가 꿈이 되는 시기죠. 보는 족족 멋있으면 다 꿈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10대의 꿈을 수정하거나 말리려고 들면 안 돼요. 20대는 선몽(選夢)기입니다. 꿈을 하나로 선택해야 돼요. 내가 목숨을 바치고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꿈을 찾는 데 20대를 다 바쳐야 돼요. 취직하는 게 20대가 아닙니다.”

30대 이후엔 어떤 꿈을 꿀까요.
“30대는 정진기입니다. 정말 입술 허옇게 부르트고 밤잠 못 자면서 본격적으로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40대는 용이 하늘을 날듯이 30대에 쌓은 실력을 펼치는 시기입니다. 40대가 해야 할 것을 왜 20대에게 요구하는 거죠? 부모들도 왜 20대에 애들이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50대부터는 쭉 소요기예요. 노래하며 노니는 시기죠.”

‘온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하늘만 감동시키면 운명이 달라지나니.’ 30대엔 이 구절을 가슴에 새겨야겠군요.
“30대에 딱 10년을 바치면 소요기를 잘 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좀 길고 크게 내다봅시다. 가치관을 바꾸면 됩니다.”

투병 중인 스승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니 선생님은 가장 행복한 소요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자 김희정씨가 그러더군요. 초심을 잃지 않은 것, 하심을 가지고 만물을 보는 것, 진심으로 행하는 것… 마음 쓰는 법을 선생님께 배웠으므로 그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요.
“덕분에 엄살은 뚝! 저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

후생에 또 생명을 얻는다면 뭐가 되고 싶으세요.
“하루살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노을 진 저녁에 춤만 열심히 추다가 가는 거예요. 얼마나 열정적이고 황홀하겠어요.”

작고 가벼운 생을 원하신다면, 꽃씨로 다시 와주세요.
“아, 꽃씨도 좋죠. 이 세상 환자들이 완치될 때마다 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 온 세상이 꽃들로 가득차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생님, 아직 질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질문은 555개입니다. 궁금하시지요? 묻고 답하려면 30년은 걸릴 겁니다. 제 질문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지요? 그러면 앞으로 30년간 555개의 질문에 답을 해주셔야 합니다. 남은 질문에 모두 답하시기 전에 답하기를 포기하신다면 이 게임에서 제게 지는 거예요. 창조적 항암투쟁도 실패하는 겁니다. 하창수 작가는 ‘말 한마디에 우주를 담아내는 사람’이 이외수라고 하더군요. 그 우주를 독자들도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완치되어서 이 세상에 꽃 한 송이 피우시는 그날, 다시 신선의 마을로 돌아가는 문을 열어 드릴게요.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춘천에서 돌아오는 밤길, 차안에서 잠시 조는 동안 <벽오금학도> 속으로 들어서는 꿈을 꾸었다. 금학 한 마리, 날개를 활짝 펼치고 벽오동나무 위로 내려앉고 있는 꿈을.

<박상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