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집배원의 안전과 ISO39001 인증

한국 도로교통 안전도는 알려진 대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경찰청은 2014년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800명 선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도의 5092명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1977년 4097명을 기록한 이후 37년 만에 5000명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예방활동이 강화되고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여전히 꼴찌권이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100만명 당 105명이다. OECD 평균(63명)의 1.7배 수준으로 31개 회원국 중 폴란드(109명)에 이어 2위다.

도로교통 안전은 지구촌의 화두다. 세계 도처에서 한 해 124만명(2011년 기준)이 목숨을 잃고 2000만~5000만명이 상해를 입고 있다. 이는 사망 원인의 8위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방치할 경우 2030년에 교통사고 사망이 5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사고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자 2004년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협력체를 설립해 도로교통 안전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유엔은 2010년 ‘도로교통 안전 10개년 계획’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20년까지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50% 감소시켜 약 500만명의 생명을 보호할 것을 천명했다. 그 핵심 프로젝트 중의 하나가 도로교통 안전경영시스템이다. 스웨덴을 주축으로 이 시스템의 국제표준을 개발했는데 ‘ISO39001 인증’이 그것이다.

이륜차로 눈 덮인 산길을 달리는 집배원. | 정지윤 기자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물류서비스를 맡고 있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이사장 유천균)이 국내 물류업계로는 처음으로 ‘ISO39001 인증’을 획득했다.

ISO39001 인증은 사람ㆍ도로ㆍ차량 등 도로교통 안전과 관련이 있는 기관이 국제표준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공인된 기관의 심사를 거쳐 부여한다. 우본과 물류지원단으로선 경사라 할 만하다.

우체국은 전국 3596곳에 창구망을 갖고 있다, 단일조직으로 국내 최대 물류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우편물량도 엄청나서 한 해 통상우편물 42억통, 국내소포 2억통, 국제우편 2000만통에 달한다. 소포 운송량은 매출액(6098억)으로 국내 2위 규모다. 전국 29개 집중국(물류센터)에서 매일 1400만통의 통상우편물과 80만개의 소포를 처리한다.

3500여대의 차량이 집중국과 집중국, 집중국과 우체국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고 1만7000여명의 집배원이 하루 74만8000㎞를 누빈다. 우편물만 나르는 것이 아니라 우체국쇼핑을 통해 8000여종의 특산품들도 배송한다. 우체국은 국내 물류의 혈맥이다.

집배원들은 물류의 최초 단계부터 최종 단계까지 모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누군가로부터 우편물을 받아, 운송수단에 싣고, 정해진 주소에 정확하게 전달한다. 최초의 우편물 전송자와 만나고 최후의 수신자와 대면하는, 물류의 첨병이다. 이 과정에서 집배원이나 택배원들이 가장 빈번하게 당하는 재해가 교통사고다. 2011~2013년 643건의 교통사고(한국노동자건강보건연구소 자료)가 우편물 운송 중에 일어났고 9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이륜차를 많이 이용하는 직업의 특성상 교통사고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미끄러운 빙판길이나 눈길을 달려야 하는 겨울철엔 사고 위험성이 더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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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우편물을 대신하는 시대다. 그러나 소포나 등기우편 등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이동수단과 우편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편물류가 물 흐르듯이 되려면 그 최초ㆍ최종단계의 손과 발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체국물류지원단의 ISO3001 국제인증 획득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인증 획득이 우편물류의 도로교통 안전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인증 획득을 계기로, 악천후도 마다하지 않고 우편물류 최전선을 지키는 집배원들이 사고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