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고소·고발 건수 기억 안 나, 난 영원한 재야”

홍정식 활빈단 단장 “집회보다 고발이 약효 좋아, 검사들을 부려먹을 수도 있고…”

활빈단 홍정식 단장. 1950년생이니 올해(2015년) 65세다. 기사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기사가 발견된다. 그런데 의외다. 직접적인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군수에게 회초리를 보냈다”, “독도수호청을 만들어 청장에 취임했다”, “보육원 아이들을 데리고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세배를 갔다”와 같은 퍼포먼스 기사가 대부분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일왕 생일파티 욕설 아줌마’ 영상의 전반부에도 그가 등장한다. 스프레이에 불을 붙여 종이를 태우려다 경찰들에게 제지받는 영상이다. 최근에는 자주 정치적인 고소·고발사건에 활빈단의 이름이 언급된다. 통합진보당 해산이 있던 날 오후 그는 이정희 대표와 통합진보당 당원 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활빈단을 두고 ‘고발전문단체’라는 표현을 썼다. 크리스마스인 구랍 25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한참 주머니를 뒤졌다. 오후에 명동성당에 들러 1인 시위를 한 뒤, 또 누군가를 혼내주러 중앙지검에 고소하러 갈 참인데 도장이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을 주제로 1인 시위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품속에 접어두었던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직접 제작하신 건가요.
“우리 집에 와서 취재하면 딱인데. 집에 500개가 있습니다. 그때그때 긴박하게 시위할 필요가 있어요. 유사한 주제이면 프린트해서 이렇게 글자만 살짝 바꿔주면 되는 것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뜯어 붙이면 되니까. 하나 만드는 데 2만원 듭니다. 절묘한 사진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경향신문 사진도 많이 쓰는데, 지적소유권이 있으니 돈을 내라는 소리는 안 나옵디다. 하하”

기사를 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입니다. 순천에서도 시위하고 강원도에 나타나시기도 하고….
“어제도 순천에 갔다가 경상도 산청에 들렀어요. 지리산 빨치산들이 출몰하던 곳이거든. 중간에 울산도 들렀어요. 이제 내가 한 것은 인터넷에서 활빈단을 치면 나옵니다. 부산역하고 부산검찰청에 가서 부산 RO조직을 수사하라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제보를 받은 것이 있으니까.”

지역에도 활빈단이 있지요? 기사를 보니 최근에 재창단한 경우가 많던데요.
“전국 각지마다 있어요. 제가 전국을 도는 것은 관리를 해줘야 하니. 그런데 문제는 ‘쩐’이 없어요. 결국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진보쪽 단체들이 회비 걷고 그런 것을 잘합니다. 보수진영은 리더가 밥 사먹여야 하고, 사람들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물을 뿌려주지 않으면 전부 사라집니다. 단원은 2000명입니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에 보면 그렇게 나와요. 실제 행동하는 분은 200여명입니다. 서울 쪽은 20여명인데, 다 생업도 있고 직장도 다니니… 실제 행사가 있기 4시간이나 3시간 전쯤 소집하는데 막상 나오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소집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하시나요.
“그렇죠. 물질적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이거 기자분들이 많이 하는 질문인데, 제가 다 털어서… 집 한 채 날린 것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1998년에 창단했으니 이제 17년째인데.”

활동에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니냐, 구체적으로 저거 다 돈 받고 하는 짓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트위터에 보니 그런 말이 있데. 홍정식이 경찰이나 공안기관 돈 받고 하는 짓이라고. 일일이 대응하기도 싫고 그래서 말을 안 하는데, 퇴직공무원이 연금을 왜 받습니까.(편집자주: 과거 서울시장 출마 당시 그의 경력을 보면 1998년까지 관세사로 일하다가 명예퇴직했다고 되어 있다) 자기 노후에 쓰라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나도 역마살이 낀 사람인데, 그 돈으로 좋은 일 하는 겁니다. 현수막도 새로 제작하고 교통비도 하고, 내가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최연희 코레일 사장으로부터 철도비 돈 한푼 지원받아본 적 없어요.”

통진당 해산건 등에서 고발인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나도 몇 건인지 세어본 적은 없어요. 활빈단 고발로 검색하면 다 나올 겁니다. 최근 와서 갑자기 늘어난 것은 맞아요. 이렇게 추운 날엔 아무리 피켓 시위를 해도 오는 사람은 고작 20~30명인데 고발이 약효가 제일 좋거든. 검사들을 부려먹을 수도 있고.”

고발한 사람을 직접 체포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경찰이 밥값을 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고발하면 고발인 조사를 먼저 받습니다. 박창신 신부(편집자주: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주장한)를 내가 고발했는데, 나는 전주까지 내려가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는데 그 사람은 서면조사를 받겠다는 겁니다. 내가 제일 많이 써먹는 것이 형사소송법 212조입니다. 통진당이든 누구든 현행범이면 영장 없이 누구나 체포할 수 있습니다. 잡아서 검·경에 인도하면 돼요.”

최근 몇 건이나 고소·고발을 하셨습니까.
“하도 많으니 잘 모르겠어요. 920호였던가 914호였던가… 몇 건인지 저도 헷갈립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을 고발한 건은 914호에서 받았고.”

고발장은 직접 쓰시나요.
“주요 신문사 사설 두 번씩만 읽고, 거기에 내 생각을 얹으면 고발장 작성은 어렵지 않아요. 신문 논설위원들 칼럼도 참고하고… 대개 한 장으로 압축됩니다. 내가 고발장을 두 장 이상 길이로 쓴 적이 없어요. 나머지는 ‘추후에 자료로 제출하겠음’이라고 하면 대부분 넘어가던데요. 내라고 하면 또 내고. 고발인 조사는 보통 3시간 정도 받는데, 나한테는 인적사항을 안 물어요. 인적사항을 캐는 인정신문이 나는 3분이면 끝납니다.”

통진당 사건은 그렇다 치고, 정윤회 건 관련으로도 고발을 하셨었는데요.
“내가 세관에 있을 때 보안승무원들을 봤는데, 특별히 전문적인 것은 아니에요. 보안승무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유도도 해야 하고, 경호도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거기에 정국이 희생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사람이 뭐라고 뉴스의 각광을 받고 산신령처럼 쫙 나타나는지. 기자들이 200명 넘게 모여서 취재하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게 없는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일왕 생일파티 때 동영상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야당 공격이나 통진당에 대한 단골 저격수로 나서는 한편, 야권 쪽 의제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측근비리 수사 촉구라든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도 하셨는데요. 그러다보니 ‘좌충우돌 돈키호테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이 정도로 활동하면 국정원이나 정보기관에서 어느 한 놈 만나자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없어요. 아, 청와대에서 한 번 보자는 사람은 있어서 갔습니다.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인데, 4500원짜리 꿀차 얻어먹은 것이 전부입니다. 여야 구분 없이 박근혜 친위세력이라도 뭐를 해 먹었다든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라면 나는 까야 합니다. 내 생명력은 거기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영원한 재야입니다.”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까.
“경향이 어떻게 쓸지는 짐작이 갑니다. 죽일 놈처럼 쓰지 말고 좋게 써주세요.”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