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착한 흡연’이 있을까

전자담배·물담배도 해롭기는 마찬가지… 건강 위한 확실한 선택은 금연뿐

“담배 끊다가 암 걸리겠더라고요.”

담배를 끊는 과정의 스트레스가 더 유해하다는 소리는 흡연자들의 흔한 핑계다. 김진태씨(31)는 금연 스트레스가 암을 부를 정도라고 비유했다. 김씨의 금연 시도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곧 백일을 맞는 첫아이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김씨도 진지하게 금연을 고민했다.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래도 차마 갓난아기 얼굴에 담배 냄새를 풍기기는 곤란해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담뱃값이 오른다는 소식도 이 결정을 거들었다.

전자담배도 금연대상, 값도 인상 예상
비슷한 시기에 전자담배를 시작한 직장 동료들 중에서 김씨는 비교적 전자담배에 만족하는 편이다. “향도 바꿔 피울 수 있고, 옆사람 피해주는 것도 없으니까요. 담뱃값 오르는 데 비하면 가격도 싼 셈이고요.” 장점도 있지만 일반적인 궐련 흡연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궐련 흡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동료들 중에는 담배 피우는 맛이 아니라며 금연구역 같은 데서나 대용으로 쓰는 부류도 많아요. 카트리지 사는 게 좀 번거롭다는 건 저도 느끼는 거고.”

전자담배는 액상형으로 된 니코틴 카트리지를 초음파나 열로 기화시켜 흡입하는 담배 형태다. 일반 궐련을 피우는 느낌을 주기 위해 수증기가 나오게 할 수도 있지만 나오는 기체의 성분은 궐련의 담배 연기와는 전혀 다르다. 주변에 퍼지는 냄새가 적기 때문에 일부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전자담배 역시 금연구역에서 피워선 안 된다.

서울 중구의 한 길거리 담배가게에서 한 흡연자가 담배를 구매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새해부터 담뱃값이 오르고 흡연구역도 확대되면서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일반 궐련 대신 전자담배 등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존 담배시장을 가장 빠르게 위협하는 것은 전자담배다. 한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집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한 달 동안 판매된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7배나 급증했다. 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상 카트리지는 인터넷으로는 구입이 불가능하지만 흡입 용구인 무화기와 니코틴 없는 대체 액상은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번 시연해봐요. 종류 많으니까 우리(가게)는 한 번씩 맛보게 해주거든.”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 들러보니 다양한 형태의 무화기와 액상이 진열되어 있다. 점주 이모씨(49)가 전자담배에 관해 설명하는 동안에도 드나드는 손님들로 현관종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지금 연말이 피크인 것 같아. 담배 끊어볼까 해서 처음 오는 손님이 반, 카트리지 세금도 오르니까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 반.” 새해부터 오르는 담뱃값은 전자담배도 예외가 아니다.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는 니코틴 용액 1㎖당 400원에서 628원으로 오른다. 건강증진부담금도 1㎖당 221원에서 525원으로 오르고, 추가로 신설되는 개별소비세도 1㎖당 370원이 부과된다.

궐련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는 흡연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전자담배는 보름에 약 2㎖ 카트리지 하나를 소모한다. 대중적인 모델의 경우 2㎖ 카트리지 하나에 1만5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살 수 있어 궐련 담배에 비해선 가격이 낮은 편이다. 점주 이씨는 “새해에 가격 오르면 정확히 얼마에 팔릴지는 아직 모르지만 카트리지당 1만원까지는 안 오를 테니까 그래도 보통 담배보다는 싼 편”이라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에서는 물담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물담배는 중동지역에서 인기 있는 흡연 방식의 하나로 담배 연기를 향이 담긴 물을 통과시켜 흡연하는 식이다. 서울의 홍대나 이태원 등 젊은층이 모이는 지역에서는 물담배를 제공하는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태원의 한 물담배 취급 카페에 들어서자 달콤한 향의 연기가 훅 끼쳐 왔다. 이 카페에서 만난 흡연자 김모씨(28)는 ‘줄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가벼운 흡연자들도 물담배는 부담없이 피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물담배는 순해요. 연기는 나는데 향도 좋고 담배 안 피는 사람도 연기가 안 독하다고 하더라고요.” 냄새가 부드러운 데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 음식점을 겸하기도 해 비교적 여성 손님이 많은 점도 물담배 카페의 특색이다. 하지만 물담배 카페 역시 새해부터 적용되는 금연구역 확대 정책에 따라 물담배 흡연 역시 전면 금지된다. 카페 업주 최모씨(38)는 “대부분 손님들이 새해엔 물담배 흡연이 안 된다는 걸 모르는데 불법으로 영업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물담배 카페 젊은층에게 인기 끌어
흡연 때문에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 역시 물담배도 일반 궐련 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담배는 물이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일 뿐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들이마신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를 한 번 흡입할 때마다 흡수되는 니코틴 양은 일반 궐련에 비해 낮지만 그만큼 물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전체 체내 니코틴 흡수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의 흡입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 역시 물담배 흡연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이에 비해 전자담배는 직접적인 연소반응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액상의 성분은 니코틴 외에 향료와 감미료, 글리세롤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 궐련의 유해물질이 고온의 연소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5000여종 이상의 물질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종류는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메탄 등 종류와 양 모두가 극히 적기 때문에 ‘비교적’ 덜 유해하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에 보고된 이외에 더 이상 유해물질이 밝혀지지 않고 있을 뿐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며, 안전한 니코틴 대체요법이지만 권장할 수는 없다”고 밝히며 전자담배 역시 새로운 담배의 형태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대체재는 있지만 흡연의 탈출구는 없는 셈이다. “결국은 완전 금연이 가장 확실하고 건강을 위한 길이다.” 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전자담배의 경우 사용량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과다한 니코틴 흡입으로 인해 니코틴 중독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는 유해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 박사는 “청소년이 대상이 되는 전자담배의 마케팅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홍보하는 데 대해서도 소비자 기만행위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