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사회]이케아 가격조사, 공정위가 나설 일인가

공정위는 모든 개별 시장에 참여하여 시시콜콜 관여할 것이 아니라 독과점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시장들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으면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국내 가격에 대해 글로벌 가격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공정위 장덕진 소비자정책국장은 11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케아가 최근 국내에서만 고가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해서 소비자단체를 통해 이케아의 국내외 가구 판매가격을 비교,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케아를 비롯해 국내 가구업체들도 대형마트와 백화점, 가구전문점, 온라인 등 유통채널별로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에 곧 1호점이 생기는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에 대해 글로벌 가격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개별기업의 가격정책에 공정위가 나서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사진은 이케아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이케아 광명점 조감도. | 경향자료 사진

공정거래법 위반 아닌 소비자 정보 제공
이케아는 세계적인 가구제작업체로 저렴한 가격과 적절한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대형 매장에서 호텔과 음식점까지 운영해 다양한 쇼핑의 재미까지 제공하는 곳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43개국에 33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종업원은 15만4000명에 이른다. 각 매장은 약 1만점 이상의 제품을 제공하고 2012년 매출은 약 275억 유로, 한화로 41조원에 이른다.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한때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도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 세계 제일의 가구회사로 여겨지고 있는 업체다.

이러한 가구 공룡 이케아가 지난해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국내 반응은 엇갈렸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반면 가구업체는 시장을 빼앗긴다는 공포에 휩싸인 것이다. 문제는 올해 1호점인 광명점 오픈을 앞두고 이케아코리아의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유통가격이 공개되면서 생겨났다. 일부 고가 제품의 경우에 가격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10~50%까지 비싸게 책정된 것 때문에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발 빠르게 가격조사를 발표한 것이다. 사실 기업이 자사의 제품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고유의 권한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들에게 판매량으로 지면 된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지 않고서는 공정위가 나설 일이 아니다. 공정위도 공정거래법 위반을 전제로 하는 기업조사는 아니고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기관이다. 1970년대 후반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방식에 의한 시장기능의 왜곡과 이에 따른 비효율, 상품시장의 독과점화 등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경쟁과 자율’의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의 필요성에 따라 1976년 구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에 공정거래과가 신설되었고, 1981년 공정거래위원회로 직제가 개편되었다. 즉 재벌 규제를 위해 탄생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였다.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이었기에 탄생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 당시는 재벌들의 로비력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공정위는 재벌들의 상호출자를 금지시키고, 독과점 시장에서의 지위 남용과 담합행위들을 규제하며, 경쟁시장을 해치는 하도급행위 등 불공정 거래행위들을 제한하면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 ‘기업 프렌들리’한 정권 이후부터는 재벌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트렌드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별다른 소득 없이 물러난 적이 있다.

동영상 콘텐츠에 광고를 넣지 않기로 한 네이버에 대해 동영상 시장에서 타 경쟁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불공정행위라며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대법원에서 부당하다며 과징금 부과 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새로 생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비자의 편익보다는 경쟁기업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른 것 같은 느낌이다.

중소가구업체 보호 정책 시행해야
다시 가구시장으로 돌아가보자. 국내 가구시장은 내구재로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쓰는 특성과 배송 및 설치가 까다로운 특징으로 메이저 브랜드 위주의 중고가로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침대의 경우에는 시장 1·2위업체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부자(父子)기업으로 사실상 독점상태였다. 이런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었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국내 가구시장이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를 맞아 자신들의 주요 장점인 배송과 설치 등의 서비스 강화, 원가절감 노력을 통한 가격 인하, 이케아의 대형매장에 맞서는 공동 가구시장 구성 등의 추진을 통해 건전하게 경쟁해야 마땅할 것이다. 공정위가 나서 개별기업의 가격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이케아의 고가정책이 소비자 요구에 반한다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이케아를 외면하게 되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일 제품이 반드시 동일 가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 국가에 따른 제조원가와 유통비용에 대한 정보 없이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는 정보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일지도 의문이다. 맥도널드의 빅맥 가격도 각 국가별로 다른데 그러한 맥도널드의 가격정책에 대해 부당하다고 하지 않지 않는가?

공정위는 모든 개별 시장에 참여하여 시시콜콜 관여할 것이 아니라 독과점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시장들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통신시장에서 공정한 가격 책정이 이뤄지도록 통신비 원가 공개를 검증한다든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의 가격이 해외 가격 대비 적정한지 등에 대한 것들이다.

비상식의 사회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는 쓸데없이 가격으로 트집잡지 말고, 대형매장의 영업시간 제한 등과 같은 중소 가구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들을 연구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