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스마트시대 출판계, 시름만 쌓이네

지난해 전체 출판사 중 8.9%만 매출 올려… 전자책ㆍ모바일콘텐츠 등 대응도 미흡

한국의 출판시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책값이 오르면서 도서 수요가 줄어드는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2010년 5조5384억원까지 성장한 출판유통 매출은 이후 해마다 감소해 2012년 5조3331억원까지 떨어졌다. 스마트기기가 등장한 시기와 때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전자책이나 모바일콘텐츠의 개발 속도는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에 비해 쉽사리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의 활력이 줄어든 것은 휴업 중인 출판사가 증가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국내 출판사들의 현황 및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된 출판사 4만6395곳 중 실제 출판활동을 벌이는 업체는 7036곳으로 전체의 15.1%에 불과했다. 출판활동으로 매출을 올린 업체로 범위를 좁히면 업체 수는 더욱 줄어든다. 4147곳, 전체 출판사의 8.9%만이 책을 펴내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 개관한 ‘지혜의 숲’ 도서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장서들을 둘러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업계 종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도 악화되는 추세다. 출판업 경기 전반이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한 출판인들이 2012년에는 전체의 66.9%였던 데 비해 2013년에는 68.1%로 늘어났다. 특히 업황이 ‘매우 악화’되었다고 느끼는 종사자들의 비율은 2012년 18%에서 2013년 28.8%로 10.8%포인트나 늘어날 정도로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역설적인 것은 비슷한 기간 한국 국민들의 독서율은 소폭이나마 늘었다는 점이다. 문화부가 성인 2000명과 초·중·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를 보면 성인의 독서율은 2011년 66.8%에서 2013년 71.4%로, 학생은 83.8%에서 96%로 높아졌다. 하지만 독서량으로 따지면 성인의 경우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만 1년 동안 정기간행물이나 만화, 잡지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연평균 9.2권 읽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연평균 독서량 32.3권에 비하면 무척 저조한 수치다.

그런데 학생들의 독서량 역시 깊이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다. 해당 기간 학생들의 도서 매출 가운데 학습지 매출이 38.1%, 그밖의 교과서·참고서 매출이 2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일반 단행본 매출액은 전체의 20.1%에 불과했다.

종이책의 매출 확대는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한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서 볼 수 있는 전자출판 시장이다. 출판업종의 전체 전망은 2012년을 100으로 기준할 때 2017년이 되면 80.7까지 떨어질 정도로 비관적이다. 반면 전자출판 부문은 156으로 높게 나타났다. 출판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전자출판이 본격적인 흐름을 타면서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변환 비율이 11.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서점에서 집계한 최신 자료에도 전자출판 및 모바일 기반 매출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교보문고는 2013년 오프라인 매출이 3.7% 감소세를 보인 데 비해 전자책 판매는 전년 대비 27.4% 늘었다고 밝혔다. 예스24 역시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2013년 7.5%에서 2014년 1분기 10%로 증가했다. 다만 전자콘텐츠 생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출판사가 50.4%로 아직 절반 이상인 데다, 전체 콘텐츠에서 차지하는 비율(11.7%)에 비해 전자콘텐츠의 매출 기여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8.7%)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본격적인 스마트 시대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