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인기원작 드라마의 희비

주원·심은경 주연의 KBS2 <내일도 칸타빌레>는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로 제작돼 청춘스타들을 탄생시킨 <노다메 칸타빌레>가 원작이다. 클래식 음악계를 배경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클래식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됐고, 상당수의 국내팬도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화’, ‘○○○ 캐스팅 물망’이라는 기사만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이유다. 그러나 이쉽게도 이런 기대는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형이 됐다. 현재 시청률, 화제, 평가면에서 골고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KBS <내일도 칸타빌레> | KBS 제공

<내일도 칸타빌레>가 고전하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가장 큰 것은 원작의 현지화 실패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만화적인 구조를 내세운 작품이다. 오버스러운 유머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고, 등장인물의 재능은 너무 천재적이어서 비현실적이며, 컴퓨터그래픽(CG)과 효과음도 과도했다. 한국 정서에 맞게 고친다던 제작진은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만 생략했을 뿐 원작의 흐름은 거의 그대로 따 왔다. 완전히 원작을 따르지도, 그렇다고 현지화에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현지화에 실패하다 보니 남녀주인공 차유진(주원)과 설내일(심은경) 사이의 호흡, 이른바 케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간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온 주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전도연·김희애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 심은경은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똘끼 충만하고 개성 강한 여주인공은 한국에 오면서 바보스러운 캐릭터로 전락하고 있다.

tvN <미생> | tvN 제공

만화로 시작된 tvN 드라마 <미생>은 원작을 뛰어넘는 비주얼과 케미를 보여주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바둑만 알던 고졸 출신 청년이 무역종합상사에 들어가 맨몸으로 부딪치고 깨지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미생>은 영상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한 화면으로 시작됐다. 주인공 장그래의 첫 등장은 요르단에서 누군가를 쫓는 신. 장그래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위험하게 건너고, 건물 옥상에서 옆 건물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장면은 만화로는 그리기 힘든 역동감이 빛났다. 원작 만화는 바둑의 기보를 자주 활용한다. 지면매체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이 같은 지면 콘텐츠에서의 강점 대신 영상으로서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덕분에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의 ‘대박’ 기준인 시청률 3%는 불과 3회 만에 훌쩍 넘겼다. 직장인들은 물론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40대 이상 남성들마저 TV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원작 만화 역시 판매부수 100만부를 넘어섰다.

좋은 원작과 검증된 인기는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재료다. 그러나 훌륭한 재료라는 사실 때문에 “그것밖에 만들지 못했냐”는 비난을 받기도 더 쉽다. 훌륭한 원석을 얼마나 잘 다듬어서 보여줄 수 있는지가 원작을 가진 드라마의 숙제다. 외형만 비슷하고 내면의 장점을 담지 못한다면, 화제성은 가져왔지만 평가는 최악인 졸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원작의 장점과 고유의 강점을 잘 결합한다면, 원작에 대한 관심까지 올리며 ‘윈윈’ 할 수 있겠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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